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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 클린턴, 진짜 대결은 이제부터!

등록 2016-06-13 10:48:02   최종수정 2016-12-28 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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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대선이 '트럼프 대 힐러리' 구도로 굳어졌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각당 최종 후보 자리를 사실상 확정했다.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후보 지명에 필요한 대의원 1237명을 조기 달성한 데 이어 클린턴 전 장관도 지난 6일(현지시간) 민주당 매직넘버(2383명)를 무리 없이 확보했다.

 이로써 올해 미국 대선 본선은 남성 대 여성, 부동산 재벌 대 베테랑 정치인의 맞대결로 판이 짜였다. 두 후보는 평균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초박빙 승부를 펼칠 전망이다.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여론조사 종합 분석을 보면 7일 기준 클린턴이 트럼프를 평균 지지율 2%포인트 앞섰다. 두 후보는 한 자리수 안에서 선두 자리를 엎치락뒤치락 하고 있다.

◇ 트럼프와 클린턴이 약속한 미국은?

 트럼프 후보와 클린턴 전 장관은 성별, 배경은 물론 공약도 상극이다. 트럼프가 '이단아' 기질이 다분한 정책으로 미국 정계를 발칵 뒤집어 놨다면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계승에 충실하다.

 이견이 가장 큰 분야는 외교안보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며 국제 문제에서의 역할 축소를 강조한다면, 클린턴은 '우리가 맨 앞에 서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이끌자'는 입장이다. 한미 동맹에 대해서도 '강화 대 재검토'로 갈린다.

 경제 영역에서 트럼프는 불공정한 자유 무역 축소를 통한 자국 산업 보호를 주장한다. 그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전면 반대한다면 클린턴은 자유무역이 일정 부분 글로벌 경제의 동력이라고 본다.

 트럼프는 또 소득세와 법인세를 모두 인하한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부자 증세와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클린턴은 민주당 노선대로 확실한 증세, 복지 확대를 약속했다.

 그밖에 트럼프는 총기 규제 강화를 반대하지만 클린턴은 폭넓은 신원 조회를 통한 총기 사각지대 메우기를 강조한다. 건강보험개혁법(오바마 케어)에 대해서는 클린턴은 확대, 트럼프는 폐지를 장담했다.

◇ '신선한' 트럼프와 '준비된' 클린턴

 트럼프 후보의 최대 장점은 '신선함'이다. 당파 싸움과 이익집단 배불리기에 골몰하는 기성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환멸이 트럼프 지지로 발현됐다.

 지지자들은 기득권 정치인이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던 정치적 올바름(차별적 언행 자제 원칙)을 거부하고, 누구나 내심 한 번쯤은 가졌을 만한 불평불만을 가차없이 까발리는 그에게 열광했다.

 그러다 보니 인종·성차별 막말 논란이 계속돼도 지지율은 오히려 오르는 역설적인 현상이 나타났다. 능수능란한 사업가이자 TV스타인 트럼프는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함으로써 언론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독특한 전략을 구사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민주당에서 '준비된 대통령'으로 통한다. 젊은 시절 일찌감치 정치에 뛰어든 그는 영부인을 경험한 뒤 뉴욕주 2선 상원의원, 국무장관까지 지내며 탄탄대로를 달려 왔다.

 미국이 당면한 정책 이슈는 물론 워싱턴 정계의 작동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안다. 2008년 민주당 경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에 아쉽게 패배한 뒤 칼을 갈며 대선 재도전에 나선 그는 결국 당당히 본선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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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이라는 요인은 클린턴의 강점이다. 그가 백악관에 입성하면 미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는 자신의 당선이 미국이 다양성과 약자를 포용할 수 있는 진보된 사회라는 점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 '막말꾼' 트럼프와 '비호감' 클린턴

 트럼프는 '입'이 문제다. 본선을 앞두고도 좀처럼 발언 수위를 조절하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인 폴 매나포트를 캠페인 총책으로 영입하고 자제를 노력했지만 타고난 성질을 억누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공화당 상하원 지도부 공식 지지를 모두 받아 놓고도 맥시코계 판사에 대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는 자충수를 뒀다. 트럼프가 과연 당을 화합시킬 의지가 있는 것인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트럼프 지지를 고심한 이유는 정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하다고 판단해서다. 트럼프는 정치 조직을 체계적으로 굴려 본 경험이 없다보니 캠프 내분설이 끊이지 않는다.

 클린턴의 경우 트럼프 못지 않은 '비호감' 이미지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유권자들은 그가 대통령감으로 적합하다면서도 도무지 호감은 가지 않는다는 모순적인 응답을 한다.

 그가 권력욕 채우기에 급급하는 가식적인 인물, 기성 정치를 그대로 반영하는 고리타분한 후보라는 냉소도 많다. 본선을 눈앞에 뒀지만 정리되지 않은 이메일 스캔들이 이같은 인식을 키우고 있다.

◇ 일단은 클린턴 우세…경합주가 관건

 선거인단만 보면 현재로서는 클린턴이 우위다. 폴리티코 분석을 보면 민주당은 본선에서 전체 선거인단 538명 가운데 247명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전망이다. 공화당 예측치 206명에 비해 훨씬 많은 숫자다.

 이같은 판세는 주별 선거인단 할당이 가장 많은 캘리포니아(55명), 뉴욕(29명), 일리노이(20명) 등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다는 점에 기반해 형성됐다.

 클린턴은 이들 선거인단을 이변 없이 가져간 뒤 플로리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등 경합주에서 선전하면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손에 넣는다.

 다만 경합주에서 까딱하면 트럼프가 클린턴을 앞지를 수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다. 트럼프 돌풍이 본선에도 이어진다면 클린턴의 사소한 실책이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클린턴은 조만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공식 지지 선언이 나오면 같은 당 경선 후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을 포용하는데 공을 들일 전망이다. 샌더스를 따르는 청년, 백인 노동자층의 지지를 모으기 위해서다.

 트럼프 후보는 당의 분열을 유발하는 언행을 자제하는 게 과제다. 대선까지는 자신이 공화당 최고 지도자라는 지적을 새겨듣고 당의 화합을 유도하는 게 본인과 당 모두에 유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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