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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로 부하 손등 10초 문지른 軍소령…대법 "추행이다"

등록 2020-12-23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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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 소령, 부하직원 추행 혐의로 기소

1·2심 "성적 자유 침해하는 행동 아냐"

대법 "신체부위 기준으로 판단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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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부하 직원의 손등을 10초간 문지른 혐의로 기소된 해군 소령에 대해 대법원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소령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A소령은 지난 2019년 2월 부하 직원인 피해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소령은 해군 인사참모 장교로 피해자를 업무상 지휘·감독하는 위치에 있었다. A소령은 사무실에서 피해자의 왼손을 잡은 뒤 자신의 엄지손가락으로 손등을 문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심과 2심은 A소령이 업무상 위력을 행사한 것은 맞지만,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봤다.

A소령의 행동이 일반적인 사람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또 A소령이 그림을 지우라며 위와 같은 행위를 한 것일 뿐, 고의로 추행을 한 것이 아니라고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A소령은 공소사실의 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다퉜으나, 원심은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봐 공소사실을 인정했다"라며 "A소령은 업무상 지휘·감독자로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위력을 행사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A소령이 피해자의 신체를 접촉한 시간이 10초가량 지속됐다"면서 "단지 그림을 지우라는 의미에서 한 행동으로 보기 어렵고,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는 행동으로 추행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는 원심에서 '이 사건 이전에 A소령의 성희롱적 언동 등이 많아 힘들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며 "이 사건 당시 사무실에 A소령과 피해자 둘만 있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A소령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것일 뿐만 아니라,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한다"라며 "접촉한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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