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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3밀 환경 노출된 조종사·승무원…백신 조기 접종해야"

등록 2021-03-11 08: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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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모 조종사노조연맹 사무처장 인터뷰

"종사자들 불안감 커…2분기 내 접종해야"

"조종사 수급난→채용 한파로 상황 급변"

"지원 요건 완화·트래블버블 노력 나서야"

"국내서도 항공산업 컨트롤타워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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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진에어노조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1.03.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고은결 기자 = "대형항공사(FSC), 일부 저비용항공사(LCC)는 여전히 국제선 노선을 운항하고 있습니다. 업무상 비행으로 해외에서 며칠씩 체류하다 들어오는 조종사, 승무원들은 14일 자가격리도 할 수가 없어요. 그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자신이 변이 바이러스 유입의 경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난 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진에어노동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은 "조종사들과 객실 승무원들에게 코로나19 백신 조기 접종 선택권을 줘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출범 1주년을 맞은 대한민국조종사노조연맹은 국내 8개 조종사 노동조합으로 구성됐다.

항공업 종사자들의 백신 접종 시기는 군인·소방·경찰 등 사회 필수 인력과 동일한 3분기인데, 이를 가급적 빠르게 앞당겨야 한다는 게 조종사노조연맹의 입장이다. 해외 변이 바이러스 감염에 노출될 우려가 크고, 기내는 밀집·밀접·밀폐된 '3밀' 환경이라는 것이다.

박 사무처장은 "비행기 안은 대표적인 '3밀' 공간"이라며 "운항 승무원(조종사), 객실 승무원의 접종 시기를 2분기 내로 앞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국적항공사의 항공 운항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 희망 동의서를 받기 시작했고, 조만간 질병관리청에 명단을 제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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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고범준 기자 = 2일 인천국제공항에 여객기가 주기되어 있다. 2020.04.02. [email protected]


◇지난해 2월 전후로 상황 급변…"정부 적극 지원해야"

"이런 극적인 드라마도 없을 겁니다. 2019년까지는 LCC도 늘고 조종사들 수급 시장도 활발했는데 지난해 2월 전후로 하늘에서 나락으로 떨어졌습니다. 문제는 지원이 처음부터 제대로 되지는 않았던 겁니다."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히 항공산업은 벼랑 끝에 몰렸다. '항공업계의 꽃'인 조종사들의 처지도 180도 바뀌었다. 기존 종사자들의 고용유지도 어려운 마당에 채용 문제는 더 심각해진 것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조종사 수급난이 문제였는데, 운항편이 급감하며 이젠 경력직도 일자리 찾기가 어려워졌다. 조종사 지망생의 상황은 더 안 좋다.

박 사무처장은 "중국 시장으로 갔던 조종사들이 600명가량인데 절반은 돌아왔다고 한다. 특히 (국제선을 운항하는) 대형기 조종사들은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입국했다"며 "이전과는 달리 한국에 돌아온 조종사들의 재취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더 큰 문제는 (조종사를)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며 "면장 취득에 1억~1억5000만원은 투입되는데, 앞으로 2~3년은 채용이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조종사노조연맹은 당초 항공운송사업의 필수공익사업장 지정 해제 등에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창립됐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지며 업계 전반의 생존을 위한 지원 호소에 집중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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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박미소 기자 =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의 국제선 출발 시간표가 상당 부분 비어있다. 2020.04.29.

 [email protected]

박 사무처장은 이날 백신 조기 접종 문제 외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거듭 강조했다. 지원 요건이 완화된 유동성 수혈을 당부하는 한편, 최근 화두인 '트래블 버블(비격리 여행권역)'에 관련 부처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방역 우수국가와 트래블 버블 시범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일단 '산소호흡기'(항공업계에 대한 정부의 지원)를 대긴 했는데, 산소량이 모자라고 산소도 비쌌습니다. 기안기금의 경우 요건이 까다롭고 이자도 높았습니다. 항공사들이 더 어려워져 비행기를 줄일 상황이 오기 전에 근본적 대책이 제때에 필요합니다. 또, 한국과 백신 접종 시기가 비슷한 일본, 대만 등과 트래블 버블을 할 수 있도록 국토부, 외교부가 노력해 탈출구를 찾아주면 좋겠습니다."

코로나19 사태와 별개로, 항공안전 강화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전담 조직이 구성돼야 한다고도 당부했다. 박 사무처장은 "한국은 항공 시장 규모에 비해 항공안전정책이 후진적"이라며 "정부는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처럼 독립적인 사고조사가 가능한 컨트롤타워를 갖추고 안전문화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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