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and]여야가 시달린 '문자폭탄'…"정치의 행복"서 "폭력"으로
'탄핵 동참' 호소로, '여혐 처벌' 시위 퍼포먼스로친문 강성층, '조금박해' 때리고 2030엔 욕설세례"양념, 에너지원" 칭송이 문자폭탄 부추긴 측면도전문가 "민의 왜곡…일방 요구 뿐 민주주의 아냐"
친문 강성당원들의 '문자폭탄'에 대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평가다. 한때 '시민 참여'의 한 형태로 불리던 문자폭탄이 도를 넘은 폭력이자 과다 대표된 소수로 치부되며 비판의 대상으로 전락해가는 모습이다. '탄핵 동참' 호소로, '여혐 처벌' 시위 퍼포먼스로 문자폭탄의 시발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이었다. 탄핵 투표를 앞둔 2016년 11월 말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당시 의원은 이른바 "박근혜 탄핵반대 국회의원 16명"이라며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 이름을 트위터에 올렸다.그러자 탄핵 표결 동참을 촉구하는 시민들의 문자가 당시 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에 쇄도했다. 비박계 의원 모임인 비상시국회의에서 이은재 의원이 "1초에 한 개씩 문자가 온다"고 하소연할 정도였다. 친박 이정현 대표는 사퇴 촉구 문자가 쏟아져 결국 휴대전화 착신 정지를 했다. 탄핵 표결이 이뤄지던 12월 박지원 당시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문자폭탄으로 곤욕을 치렀다. 2일 투표를 주장하던 추미애 민주당 대표에 맞서 비박계 설득을 위해 9일로의 연기를 주장하자 수만통의 항의문자가 쏟아진 것이다. 결국 박 위원장은 한동안 휴대전화 번호를 바꿨다가 원 번호로 돌아와야 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옥석을 가리지 못하는 귀하들 때문에 지지하는 정치인들을 잃게 되고 사회적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면서 문자 발송 중지와 사과를 요구했다. 하태경 의원은 "정치인은 문자폭탄 받을 때가 제일 행복한 때"라면서 여성혐오 범죄 엄벌을 약속하며 이들을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친문 강성층, '조금박해' 때리고 2030엔 욕설세례 그러나 문자폭탄이 특정 지지층의 전유물이 되면서 점차 문제시하는 시선도 늘어났다. 특히 민주당 내에서 친문 강성 당원들의 행동수단이 되며 꾸준히 논란을 빚었다. 문자폭탄과 함께 욕설을 음차한 '18원' 정치 후원금을 보내는 모습도 나타났다.문재인 정부 출범 후 초대 국무총리로 지명된 이낙연 내정자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일부 야당 청문위원이 이 내정자의 기자 시절 '전두환 찬양기사' 등을 지적했다가 문자폭탄을 맞은 것도 한 예다. 민주당 내에서 소신발언을 하던 소장파 조응천·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이 이른바 '조금박해'로 지목되어 문자폭탄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논란(조국 사태)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표결 국면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문자가 도마에 올랐다. 2030 초선 의원들은 재보선 참패 후 '조국 엄호'를 사죄했다가 문자폭탄에 시달려야 했다. 본인과 가족을 겨냥한 인신공격과 성희롱 등 욕설과 악담이 총망라됐다고 이들은 전했다.
이어 "지금의 문자폭탄은 집단적으로 좌표를 찍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개인의 활동을 막는다"며 "오히려 거부감과 역작용을 불러오기에 바람직하지 않는다"고 했다. "양념, 에너지원" 칭송이 문자폭탄 부추긴 측면도 문자폭탄에 대한 주류의 온정적 시선이 일을 키운 근본 원인이라는 시각도 있다.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던 2017년 4월 언론 인터뷰에서 친문 지지자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지칭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당에 에너지를 끊임없이 공급하는 에너지원"이라고 감쌌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문자가 정치참여의 한 형태로 볼 수는 있지만 문제는 소수의 목소리가 과다 대표돼 민의가 왜곡되는 경향이 있다"며 "민주주의는 상대의 얘기를 듣고 절충해가는 과정인데 문자폭탄은 일방적 요구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