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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효성 정유조 부장 "못쓰는 에어백 원단, 첨단 패션 됐죠"

등록 2021-05-13 07: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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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규격 등에 맞지 않아 본래 목적인 에어백 제작에 활용할 수 없게 된 원단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 인더스트리얼 패션 브랜드 '강혁'과 친환경 협업에 나서게 됐습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원단을 재활용해 다시 원사 생산을 하는 경우에도 일반 원사보다는 낮지만 온실가스가 배출되거든요. 하지만 이를 바로 의류로 제작하면 원단을 재활용 할 수 있고, 일반 원사를 이용해 의류를 제작한 것에 비교한다면, 배출량 저감 기여도가 더욱 높아지죠."

효성의 에어백 원단이 글로벌 패션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브랜드 '강혁'과 만나 친환경 의류로 재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효성첨단소재 지속가능경영 추진TFT 정유조(40) 부장은 10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효성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최근 화제가 된 인더스트리얼 브랜드 강혁과의 업사이클링 프로젝트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 '강혁'은 최근 글로벌 패션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최강혁, 손상락 디자이너가 운영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다. 벤츠 등 자동차에 쓰인 에어백이나 자동차 천장재 등의 소재로 만든 친환경 패션제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 에어백 원단에 인쇄되어 있는 로고, 바코드, 봉제선 등 본연의 디테일을 그대로 활용한 작품이 특징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인더스트리얼 패션 브랜드 '강혁'에 자켓 700벌을 만들 수 있는 에어백 원단을 무상 공급했으며, '강혁'은 이를 스키복 컨셉의 자켓, 팬츠 등 의류 23종으로 제작해 선보였다. 남성용 윈드브레이커, 집업자켓, 후드점퍼, 스키 바지 4종, 구스다운 자켓, 여성용 구스 다운 숏 자켓, 사파리 자켓, 이너 자켓, 바지 4종 등이다.

"효성첨단소재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작가를 우선적으로 선정했어요. 패션과 에어백의 조합이 생소하기도 하지만, 가장 쉽게 효성첨단소재를 알리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죠."

친환경 패션과 섬유 트렌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던 조현준 회장 역시 이번 협업 프로젝트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조 회장은 재활용 소재로 의류를 만드는 '강혁'과 버려진 페트병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등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효성의 기업가치가 만나 MZ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윤리적 '가치소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혁이 못쓰는 에어백 원단으로 제작한 의류들은 매력적이다. 원단을 스키복과 구스다운 자켓, 윈드브레이커 등에 적절하게 활용, 에어백 원단의 특성을 장점으로 승화시켰다. 쓸모를 잃은 원단을 업사이클링함으로써 환경도 지켰다.

"에어백 원단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팽창한 형태를 일정 기간 유지해야 해 일반 의류용 보다 두껍습니다. 공기가 빠르게 새지 않도록 코팅이나 특수 처리를 거쳐 원단에 막을 입히게 됩니다. 코팅으로 인한 광택, 낮은 공기 투과성, 비신축성이 특징이죠. 에어백 특수처리에서 오는 특성이 표면의 광택과 방수기능인데 이를 활용해 스키복 콜렉션을 디자인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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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 에어백, '강혁' 친환경 의류로…조현준 회장이 제안 *재판매 및 DB 금지
에어백 원단 만이 가지고 있는 특성으로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생기는 것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코드와 제품 고유 시리얼 번호입니다. 강혁 브랜드에서 제작한 의류를 보면 이를 그대로 살려 강혁만의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활용했습니다. 레이져 커터로 자르면 올이 풀리지 않는데 이 특성을 이용에 패턴을 넣은 작품도 있습니다."

효성은 스타트업 상생, 문화예술 후원, 작가들과의 콜라보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과 2021년에는 광주비엔날레에 스완 카페트를 후원했고, 효성은 탄소섬유를 활용해 조형물을 만드는 노일훈 작가에게 2018년부터 탄소섬유와 작품활동비를 후원하는 등 탄소섬유와 탄소섬유(TANSOME®)과 아라미드(ALKEX®)를 활용하는 작가들에게 소재를 제공했다.

"효성첨단소재는 2018년부터 당사 소재를 활용한 문화예술 후원, 작가들과의 콜라보를 진행해 왔습니다. B2B 산업재 회사의 특성상 회사의 제품을 홍보할 기회가 적어,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었고, 그에 대한 결과가 부드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을 활용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강혁은 2019년 패션계의 노벨상이라는  LVMH프라이즈에 진출해 준결승까지 올라 전세계 패션기업, 디자이너들의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번 콜라보로 효성첨단소재와 함께 더욱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효성은 자사가 생산하는 소재가 탄소섬유, 아라미드, 타이어코드 등 다양한 만큼 꼭 패션 뿐만이 아니라 순수예술, 건축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업사이클링 협업을 검토할 생각이다.

"효성은 문화예술계와의 협업을 통해서만 친환경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 ESG 경영의 핵심 이슈 중 하나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로 친환경 섬유의 성장세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는 단순히 친환경적인 원재료를 활용하는 것에서 나아가 제품의 부정적 환경영향을 저감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습니다. 재활용칩으로 만들어지는 재활용 원사로 재봉사, 카페트 등에 사용되는 재활용 원사 개발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인증을 보유하고 있고, 방사공정 폐기물과 재생칩 업체에서 발생하는 공정 폐기물도 함께 활용해 폐기물을 줄이고 있습니다. "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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