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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첫발 뗀 백신 허브 구상…글로벌 생산기지 되려면

등록 2021-05-24 17: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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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이 구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백신 허브' 구상이 첫 발을 뗐다. 국내에서 mRNA 백신을 포함한 다양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갈 길은 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하게 된다. 원액을 해외에서 들여와 국내에서 충전·포장만 하는 완제생산 방식이다. 스위스 론자처럼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가 아직 백신 허브로 발돋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진정한 글로벌 백신 공급 기지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원액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해야 하고, 생산 능력도 지금보다 확대돼야 한다.

이번 한미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맡은 것으로 비춰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의 백신을 생산하게 되고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백신 생산·개발을 위해 협력한다. 하지만 소수 대기업만 참여해서는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체결한 코로나19 백신 생산 계약 중 생산에서부터 판매까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은 SK바이오사이언스와 노바백스의 '라이선스 인' 계약이 유일하다. 글로벌 백신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기술을 도입해 국내 공급 뿐만 아니라 백신이 부족한 해외에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더 많은 기업이 백신 생산에 참여하고 다양한 연구와 인력 개발이 이뤄지는 바이오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필요가 있다.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해외에 기술을 이전할 때 한 기업의 생산 능력 뿐만 아니라 해당 국가의 전반적인 기술력과 인적자원의 질, 연구개발 능력 등도 고려한다.

백신 관련 기술의 개발 역량도 더 키워나가야 한다. mRNA 백신의 경우에는 얽혀 있는 특허 관계가 매우 복잡하다. mRNA 기술 뿐만 아니라 mRNA를 세포에 전달하는 지질나노입자(LNP) 등 기반 기술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받고 있어 해외 기술 이전이 쉽지만은 않다. 보통 이런 바이오 기술은 스타트업이나 대학에서 최초 개발돼 큰 기업으로 이전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규모 생산 시설을 가진 대기업과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소규모 기업들의 협력을 활성화하면 기술 축적을 촉진해 우리나라가 백신 허브로 발돋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립보건연구원과 바이오 업계는 mRNA 기술을 보유한 국내 10여개 바이오 업체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술로 mRNA 백신을 직접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자는 취지다. 현재 한미약품그룹, 에스티팜, 진원생명과학, 아이진, 코리 등 10여개 사가 논의를 진행 중이며 서울대, 포스텍, 명지의료재단 등 국내 생명과학계·의료계도 컨소시엄 구성 논의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과 미국은 글로벌 백신 파트너십에 합의하면서 국립보건연구원과 모더나 간의 mRNA 백신 관련 연구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번 한미 파트너십의 수혜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였지만 앞으로는 다양한 국내 기업들이 연구 협력에 참여해 국내 기술 개발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술 자립을 통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저개발국의 백신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국제사회에서도 우리나라를 글로벌 백신 허브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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