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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인생도 와인도 때론 '옆길'이 필요하다

등록 2021-05-25 17:07:03   최종수정 2021-05-25 17: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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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역사와 캘리포니아 와인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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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사이드웨이’ 스틸컷.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사이드웨이(Sideways)’에서 잭과 마일즈는 LA에서 북쪽으로 향하는 Route 101을 이용하여 산타바바라 지역의 와이너리 투어에 나선다.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와인은 잭이 달리는 차안에서 따는 1992년 빈티지의 바이런(Byron) 피노누아 스파클링 와인이다. 바이런 와이너리도 역시 Route101을 따라 산타바바라에서 1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산타마리아 인근에 있다.

두 사람이 가장 먼저 찾아가는 와이너리는 롬폭(Lompoc)에 있는 ‘샌포드(Sanford) 와이너리’다. Route101에서 산타 로사 스트리트로 빠져나와 얼마 안가면 나온다. 여기서 시음하는 와인은 피노누아로 만든 로제 와인의 일종인 ‘뱅그리(Vin Gris)’다.

다음 날 방문하는 곳은 산타마리아의 로스올리보스(Los Olivos)에 있는 ‘폭센(Foxen) 와이너리’다. 와인을 따라주는 직원이 등을 돌리자 두 사람은 직접 병을 들고 얼른 잔을 채워 단숨에 마신다.

포도밭이 보이는 언덕에 오른 마일즈가 전처인 빅토리아와 1995년 빈티지의 오퍼스 원(Opus 1)을 마셨던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도 있다. 포도밭 사이로 드라이브하는 장면이 나오는 곳은 ‘앤드류 머레이(Andrew Murray) 빈야드’인데, 이곳의 와인은 스테파니의 집에서 마야와 마일즈가 함께 마시는 것으로 등장한다. 스테파니의 셀라에는 로마네 콩티도 보인다.    

‘칼라이라(Kalyra) 와이너리’는 Route101에서 빠져나와 246번 지방도로를 타고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나타나는 산타이네즈에 있다. 잭은 이곳의 테이스팅룸에서 ‘칼라이라 쉬라즈’를 따라주는 스테파니(산드라 오)를 만난다. 이곳은 쉬라즈가 유명하다. 스테파니 역의 산드라 오는 한국계 캐나다 배우로서 이 영화에 출연할 당시 감독인 알렉산더 페인과는 부부 사이였다. 그리고 마일즈가 잭에게 와인 테이스팅을 가르치는 곳은 246번 도로가 지나는 뷰엘톤(Buelton)에 있는 ‘알마로사(Alma Rosa) 와이너리’이다.
 
두 사람이 묵는 곳은 외관이 풍차처럼 생겨 ‘윈드밀(Windmill) 인’으로 불리는 호텔이다. 뷰엘톤(Buelton)의 데이즈 인 호텔 체인인데 나중에 ‘사이드웨이즈 인(Sideways Inn)’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소설이 출판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실망한 마일즈가 마시다 버린 테이스팅 와인을 양동이 체로 마시는 곳은 ‘페스파커 와이너리(Fess Parker Winery)’다. 극중 설정된 부정적인 이미지를 고려하여 영화속에서는 ‘프래스캐년 와이너리(Frass Canyon Winery)’라는 가공의 이름으로 나온다.

마일즈의 단골인 히칭 포스트 II(Hitching Post II) 바에서 바텐더가 따라주는 와인은 산타마리아에서 생산되는 ‘비엔 나시도(Bien Nacido)’다. 또 마야와 함께 세 사람이 마시는 ‘Hitching Post Highliner Pinot Noir’는 바에 달린 와이너리에서 만들었다. 오크통이 있는 와인 숙성실에서 네 사람이 데이트하는 장면이 있는 곳은 로스올리보스에 있는 ‘파이어스톤(Firestone) 빈야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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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마일즈와 잭은 스테파니, 마야와 함께 로스올리보스의 식당에서 여러 종류의 와인을 마신다. 첫 와인인 화이트 와인은 ‘피들헤드 셀라 소비뇽 블랑 2001’ 이다. 피들헤드 셀라(Fiddlehead Cellars)는 롬폭에 와이너리가 있지만 포도밭은 산타이네즈에 있다. 그 다음에 마시는 레드 와인은 수제 와인으로 알려진 ‘휘트크래프트 (Whitcraft) 2001 피노누아’다. 이어 나오는 와인은 ‘씨 스모크(Sea Smoke) 피노누아’로 산타바바라 와인을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생산자인 ‘씨스모크 빈야드(SeaSmoke Vineyard)’도 역시 롬폭의 246번 도로 옆에 위치하고 있다.
 
그 다음 레드 와인도 피노누아인데 이 지역이 아닌 소노마 카운티의 ‘키슬러 빈야드(Kistler Vineyards)’의 것이다. 하지만 이 와이너리는 한 와인 잡지가 “최고 중의 최고” 라고 평가한 샤르도네가 오히려 더 유명하다. 그 다음 것도 역시 피노누아인 프랑스 보르고뉴의 프리미어 크리 급 ‘포마르(Pommard)’이다.

마일즈는 로스올리보스의 식당에 들어가면서 “나는 거지 같은 메를로 따윈 마시지 않을 거야” 라고 잭에게 소리친다. 마야와 나누는 이야기에서는 잭이 피노누아를 특별히 좋아하는 배경이 나온다.

“피노누아는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지 않는다. 상처받기 쉽고 미묘해서 지속적인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고 인내심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누가 이를 이해하는 순간 피노누아는 한껏 자신을 표현(fullest expression)한다.”

이 영화의 영향으로 한 동안 미국 시장에서 메를로 와인의 매출이 줄고 피노누아의 매출이 늘어나기도 했다.

전처와의 재결합 희망이 깨진 마일즈는 귀중한 날 마시려 아껴 두었던 보르도의 1등급 ‘샤토 슈발블랑1961’을 햄버거집에서 1회용 컵에 따라 마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와인은 마일즈가 싫어하는 메를로를 까베르네 프랑 및 카베르네 소비뇽과 블렌딩한 것이다.

‘사이드웨이(Sideways)’란 단어가 암시하듯 인생이란 길은 항상 앞으로만 쭉 뻗어 있는 것이 아니다. 굴곡진 길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때론 옆길로 돌아서 가기도 한다. 와인과 인생은 그런 점에서 닮았다. 이번 캘리포니아 와인기행은 캘리포니아 와인이 처음 시작된 곳이기도 한 산타바바라에서 막을 내린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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