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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부동산 실기, 노무현 정부 데자뷰"

등록 2021-05-28 17:40:33   최종수정 2021-05-30 05: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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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여간 격론 끝 부동산 특위 내놓은 결론은 '맹탕'

당정, 하루빨리 부동산 시장 안정화시킬 정책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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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한주홍 기자 = "노무현 정부 시절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여권에 오래 몸담았던 더불어민주당 한 초선 의원의 자조 섞인 말이다. 거리만 나서도 민심 이반이 느껴진다고 했다. 4·7 재보궐선거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이대로 가면 내년 대선도 위험하다며 현 상황을 '전시(戰時)'로 진단했다.

하지만 당의 대응을 보면 '전시'가 아닌 '평시(平時)' 수준이다. 174명이나 되는 몸집이 비대한 거대 여당은 행동에 굼떴다.

부동산 정책이 특히 그렇다. 전문가들을 비롯해 당내에서도 재보선 참패의 원인을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찾는 이들이 많았다. 각종 부동산 세제를 논의할 특위가 만들어진 이유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보름여간의 격론 끝에 당내 부동산 특위가 내놓은 결론은 '맹탕'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결론이란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가장 논란이 컸던 종부세나 양도세에 대해서는 결정을 미뤘다. 6월 내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현행 유지라고 한다. 당내 이견만 노출한 데다, '전당원 투표'에 부치자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무책임한 여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실기'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부동산 특위는 재보선 참패 후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진선미 위원장을 필두로 구성됐지만 한 번 회의를 열고 해체됐다. 결국 송영길 당대표가 당선된 이후 김진표 위원장 체제로 출범한 뒤 본격 논의에 들어갔다.

선거 참패 이후 한 달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국민의힘이 먼저 종부세 부과 공시지가 기준을 12억원 상향하는 안을 내놓는 선수를 치기도 했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재보선 직후에 정책 선회를 선언하면 지금 같은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며 "지금은 너무 늦었다. 정책 실패를 자인한 꼴이 되니 더욱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화점식 논쟁을 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종부세, 재산세, 양도세 등 각종 세제에 금융과 공급까지. 의제가 너무 많았다.

한 중진 의원은 "모든 것을 다하려고 든다. 딱 하나만 집어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한데 이것저것 다 하려고 하다 보니 아무것도 못 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결국 특위는 시장에 혼란만 가중한 꼴이 됐다. 실제로 정책 변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물이 줄거나 가격이 오르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오죽하면 당내에서도 특위가 오히려 부동산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진성준 의원은 페이스북에 "4·7 재보선과 부동산 특위 활동을 기점으로 (집값) 상승률이 다시 뛰어오르고 있다"고 적었다.

정책통으로 불리는 한 중진 의원은 "부동산 정책은 오래 뜸 들이면 안 된다. 논의를 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지 않으면 모두 부동산 시장에 혼선을 준다. 할 수 있는 것만 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대선이 9달 앞으로 다가왔다. 부동산으로 촉발된 민심 이반이 정권교체를 이어진 참여정부 때 과오를 재연하지 않기 위해선 당정이 일관된 목소리를 내고, 하루빨리 시장을 안정화시킬 정책을 내놔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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