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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연희의 타로 에세이] 청년이여, 풍천하라

등록 2021-06-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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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청춘이란 노루귀처럼 때론 꿀 없는 꽃.
풍매화처럼 아무 데서나 꽃가루를 뿌리지.
청춘이란 급발진의 핸들. 때론 제어되지 않는 속도가 꽃밭으로 인도하지. 

그렇게 청춘이란 몸의 정체성으로 움직이는 시간. 그중에서도 풍천장어 얘기는 슬프다 못해 아름다웠다. 

◇그리움이란 내비게이션

전북 고창의 한 지명으로 알려진 풍천(風川)은 원래 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염분과 담수가 만나는 지점. 밀물과 날물이 만나는 지점. 그래서 물의 흐름과 수온 차가 커 특히 풍천장어가 맛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풍천장어는 이곳에서 때를 기다린다. 배 안쪽에 혼인색이라고 하는 붉은 빛이 돌면 드디어 먼 길을 떠난다. 이때 풍천장어의 내비게이션은 오직 그리움. 낮에는 천적을 피해 꽤 깊은 곳을 헤엄치다 해가 지면 수심이 얕은 곳에서 계속 이동한다. 6개월 동안 약 3000㎞를 전진하는데 그동안 아무것도 먹지를 않는다. 그래서 목적지에 도착할 때쯤이면 위나 장 등의 소화기관은 모두 퇴화되고 오직 생식기 하나만 남게 된다.
 
그런데 풍천장어는 어쩌자고 태평양, 그것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마리아나 해저산맥에서 향연을 벌이는 것일까.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에서도 ‘해저산맥 때문에 지자기가 교란되고, 염분과 수온이 다른 해류가 만나는 독특한 심해’가 산란의  최적 환경이기 때일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그들의 유전자가 염분과 담수가 만나는 것으로 이루어져서 일까. 목숨을 건, 일생에 단 한 번 나눌 사랑이기에 그토록 특수한 밀애의 장소가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낮 동안 내리쪼인 태양열에 수온은 적당히 따뜻하지만 염분의 농도는 짙은 곳. 그 염분과 수온의 해류가 밀실을 이루고, 해저 산맥 때문에 지구의 자기가 교란을 일으키는 은밀한 신혼 방에서 그들은 4월, 달도 없는 그믐밤에서부터 8월쯤까지 모든 것을 쏟아낸다.

그러고 나면 풍천장어는 커다란 눈과 꼬리만 남은 처참한 모습이 된다. 암컷 풍천장어는 몸이 5분의 1로 줄어들 정도라니. 그 후 수많은 실장어들이 은빛 물결처럼 태어난다. 문득 풍천장어가 사력을 다해 심해를 향해 돌진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 나누는 섹스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섹스란 잠든 장어 한 마리 깨우는 것이 아니던가.  

◇무수한 속도 제한과 표지판

타로 7번 ‘기사’는 22장의 메이저 카드 중 가장 젊고 섹시하다. 왕성한 남성 호르몬의 분비로 관절들이 뚝뚝 발기하는 것만 같다. 뜨거운 피톨들이 빠르게 돌고 맥박이 힘차게 뛰며 질주본능이 곧 발현될 기세다. 흡사 혼인색이 생겨난 풍천장어 같다.

7번 기사는 최초로 마차라는 ‘이동 수단’을 얻었다. 청춘이란 거침없는 질주본능이라는 것일까. 그래서 이름도 ‘마차’이다. 기사가 말하는 것 같다. 도전하지 않으면 인생도 바뀌지 않아. 그래서인지 7번 전차의 키워드는 ‘승리’이고 ‘목표 지향적’이다.

그런데 마차에 바퀴 대신 왜 흑백의 스핑크스를 그려 넣었을까? 심지어 스핑크스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고 있다. 그에 반해 기사는 후진을 모르는 마차처럼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세상으로 나간다는 것은 무수한 속도 제한과 좌회전 우회전 같은 지시를 만나는 일이다.

직진만 하려는 기사를 왼쪽 오른쪽 서로 다른 방향을 보는 스핑크스가 지시등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직진만 하다 보면 분기점을 지나칠 수도 있기에 말이다. 수레가 똑바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두 바퀴의 지름이 같아야 하듯, 좌회전 우회전 시 균형을 잊지 말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속도는 바퀴에서 나오지만, 방향은 목표에서 나온다고. 때로 목표로 속도를 결정해야 한다고. 

◇양식 뱀장어에 유독 수컷이 많은 이유

청춘이란 ‘이동 수단’을 얻은 것과 같다고 타로는 말하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이 시대의 청춘은 양식장에 갇힌 뱀장어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양식장에서 뱀장어를 키우면 이상하게도 수컷이 압도적으로 많아진다. 물론 난생이어서 처음에는 성 분화가 없지만 양식장에서 수컷으로 성이 결정돼 버린다는 것이다.

왜일까?

혹자는 뱀장어를 빨리 키우려고 수온을 높여주는 등 성장을 촉진시켜주는 환경이 극도의 스트레스를 유발시켜서라고 한다. 현대의 놈코어(Nom-core)나 유니섹스, 연애 결혼 출산 이란 가장 원초적인 욕망마저 포기한 3포 세대의 출현은 고속성장에 따른 극도의 사회적 스트레스가 만들어 낸 성 정체 현상일까?

괜스레 당신의 남성성이, 내 여성성이 걱정되는 밤이다.

▲조연희 '야매 미장원에서' 시인 [email protected]

※이 글은 점술학에서 사용하는 타로 해석법과 다를 수 있으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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