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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준수 "'드라큘라', 어제와 그제도 달라…조명 켜지면 나 잊어"

등록 2021-06-14 17:36:30   최종수정 2021-06-14 17:4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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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드라큘라' 초연부터 모두 출연

"이름 알린 작품…매번 각오 남다르다"

"세월 따라 무대에 은은하게 남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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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준수.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6.1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초연부터 지금까지 함께한 배우로서 뿌듯하죠. 의미가 남달라요."

핏빛 같은 빨간 머리로 초연 때부터 네 번째 시즌까지 줄곧 함께해온 김준수에게 뮤지컬 '드라큘라'는 애정이 듬뿍 담긴 남다른 작품이다.

그는 14일 화상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드라큘라'는 뮤지컬을 좋아해 주시는 분들에게 김준수라는 이름을 알리게 된 작품"이라며 "그만큼 '드라큘라'를 할 때마다 각오가 남다르다. 배우로서 계속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드라큘라'는 1897년 발행된 아일랜드 소설가 브램 스토커의 소설 '드라큘라'가 기반으로, 4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 여인만을 사랑한 드라큘라 백작의 이야기를 애절하게 그린 작품이다.

김준수는 2014년 국내 초연부터 시작해 올해 네 번째 시즌까지 모두 출연했다. 400년간 기다려온 사랑을 애처롭고 아련하게 그려내는 김준수 표 '드라큘라'는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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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준수.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6.14. [email protected]
"변천사가 많았죠. 새로운 곡이나 장면이 추가되고 변화해왔어요. 초연부터 함께하면서 감사하게도 제 의견도 많이 반영됐죠. 수많은 국가에서 올려진 작품인데, 다른 나라의 그 어떤 드라큘라보다 한국 버전이 가장 완성도 있는 '드라큘라'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샤큘(시아준수+드라큘라)'로 불리며 큰 사랑을 받아온 김준수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여유가 생기는 반면 부담도 커진다고 했다. 그는 "'드라큘라'는 가장 많은 회차를 한 뮤지컬이자 한 번도 빠짐 없이 한 작품"이라며 "그래서 초연작을 하는 것과는 또 다른 부담감이 있다"고 말했다.

"'샤큘'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똑같은 작품을 하기 때문에 그대로 안주하면 감동을 드릴 수 없죠. 워낙 재관람하는 분들이 많아서 그 기준선이 높지 않을까 싶어요. 기대감이 있는 만큼 부담감, 중압감이 크죠. 그 기준을 이겨내고 납득할 수 있는 노래와 연기,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야죠."

특히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보다 강약 조절에 더 신경 쓰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엔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이었다면, 이번엔 강약을 더 많이 느낄 수 있게 하려고 했다. 힘을 뺄 부분은 뺐고 대사 톤이나 제스처, 표정, 몸짓에서 극명하게 차이를 주며 연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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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역을 맡은 김준수.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1.06.02. [email protected]
"네 번째라서 여유가 생긴 것도 분명히 있어요. 그날그날의 느낌이나 분위기, 톤, 상대 배우의 해석 등에 맞춰 같은 대사라도 조금씩 다르게 하고 있죠. 어제와 그제가 달라요. 계속 보러 와주시는 분들이 찾아낼 수 있는 묘미죠. 디테일의 차이를 보이는 게 배우로서 보답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그가 초연부터 유지해온 빨간색의 머리카락은 어느새 뮤지컬 '드라큘라'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사실 초연 때 당연하게 검은색의 머리를 하려고 했다. '드라큘라'라고 하면 소설, 영화, 애니메이션 어디에서든 블랙 머리의 포마드였기 때문"이라며 "붉은 머리 색깔을 하게 된 건 공연에 올라가기 2~3일 전"이라고 회상했다.

"리허설을 할 때까지만 해도 당연하게 검은색의 머리를 생각했죠. 그런데 노인을 벗어나 다시 400년 전 젊은 모습으로 돌아가는 신을 할 때 시각적인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죠. 피가 머리색으로 전이된 듯한 느낌이랄까. 백발이었다가 피 색깔로 변하는 듯한 데서 힌트를 얻었죠. 제작자에게 말했더니 흔쾌히 표현하고 싶은 대로 해보라고 했어요."

그러면서 "조금은 후회한다. 네 번째 시즌까지 하게 되면서 두피 관리에 엄청 신경 쓰고 있다"고 너스레도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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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뮤지컬 '드라큘라'에서 드라큘라 역을 맡은 김준수.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2021.06.02. [email protected]
'드라큘라'에서 깊은 감정선과 호소력 짙은 목소리를 보이는 김준수는 무대에 오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조차도 걱정하셨다. (배역에) 너무 깊게 빠져들 것 같은데 일상생활이 괜찮냐고 묻더라. 하지만 저는 극과 무대 밖이 전혀 다르다"고 미소 지었다.

"다만 무대에 올라가기 직전, 조명이 켜지는 순간 저 자신을 잊어버려요. 무대를 한 후 제가 어떤 느낌인지 모르죠. 방금 한 신을 어떻게 했는지 모를 정도로 완전히 빠져서 해요. 공연하면서 제가 아닌 느낌이죠."

무대에 오르기 전 자신만의 특별한 준비는 없다고 했다. 그는 "굉장히 단순하다. 잘 자고, 공복에는 노래하기 힘들어서 가볍게 배만 채운다"고 웃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코로나19로 공연계도 큰 타격을 받았다. '드라큘라'도 올해 공연을 앞두고 출연 배우들의 코로나19 확진 등으로 연습 중단 및 개막 연기 등 여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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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준수. (사진=씨제스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6.14. [email protected]
김준수는 "지난해 '드라큘라' 삼연을 했을 때부터 이미 올해 있을 '드라큘라'가 논의되고 있었다. 지난해에 많은 취소 회차가 나왔고, 내년에 다시 올려서 아쉬움을 만회하자고 했다. 그때는 5월이면 코로나19 걱정 없이 무대를 올릴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올해 초반에 일이 있어서 취소 회차도 몇 회 있었는데, 아쉬웠죠. 그래도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관객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매회 오늘이 마지막 공연일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혼신의 힘으로 무대에 임해요."

지난 2010년 뮤지컬 '모차르트'를 시작으로 김준수가 뮤지컬 무대에 선지 어느새 11년이 됐다. 그는 "무대에 계속 은은하게 남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이라고 했다. 또 팬들이 기다리는, 본업인 가수로서의 모습도 놓지 않겠다고 했다.

"뮤지컬을 하면서 나이를 먹어가겠죠. 그러면 어느 순간 '드라큘라'에 어울리지 않는 나이대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꼭 주인공을 고집하지 않아요. 그 나이대로, 세월의 흐름에 맞게 배우로서 무대에 계속 은은하게 남아있을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그 마음으로 매회 공연에 최선을 다해야겠죠. 그게 저의 목표에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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