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오 신부 "'스테인드글라스'는 내 삶이고 나의 신앙"
7월 개최 루크글라스 50주년 특별전 참가 전시서울대교구 화곡본동성당 등에 작품 설치
천주교 서울대교구 잠실성당 주임 정순오 신부가 루크글라스 50주년 특별전 '믿음 소망 그리고 빛'(Faith, Hope, Light)전시에 참가, 스탠인드글라스 작품 12점을 선보인다.오는 7월14일부터 19일까지 서울 명동성당 '갤러리 1898'에서 열린다. 루크153스테인드글라스 연구회는 2010년 창립된 가톨릭단체로 정 신부는 현재 이 단체의 지도신부를 맡고 있다.
정 신부와 스테인드글라스와의 인연은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 신부는 2002년 고(故) 김옥균 바오로 주교(1925~2010)와 가톨릭미술아카데미에서 유화, 수채화, 판화, 스테인드글라스 등을 배우다가 스테인드글라스를 제작하는 공방 '루크글라스'를 알게 됐다. 루크글라스는 우리나라 최초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도입한 고 이남규(1931~1993) 화백의 세례명을 딴 공방이다. 이 화백은 서울대교구 중림동약현성당, 혜화동성당, 시흥동성당, 대전교구 대흥동주교좌성당 등 50여 곳에 작품을 설치한 스테인드글라스 선구자다. 2005년부터 이 공방에서 작업을 시작한 정 신부는 2015년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담은 작품을 선보인 개인전에서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은 미를 탐구하는 작업이기에 앞서 나를 내려놓고 행복을 추구하는 작업"이라고 이 작업의 의미를 규정한 바 있다. 정 신부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림은 잘 그림이 너무 많아서 그려 봤자 재미도 없고 의미가 없는 거 같았다"며 "남이 안 하는 게 뭐가 있나 생각하니 판화와 스테인드글라스가 있었다. 내가 손재주가 있다. 아버지가 구두 장인이셔서 내게도 그런 면이 있었다. 손으로 하는 작업에 자신이 있어서 이 공방으로 스테인드글라스를 배우러 갔다"고 스테인드글라스에 빠지게 된 당시 기억을 떠올렸다.
수제구두 장인이었던 정 신부의 아버지(고 정국현 요아킴)는 아들이 사제의 길을 선택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정 신부는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와의 인연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사실 아버지는 2살 때, 어머니는 3살 때 홍역을 앓아서 청력을 잃으셨다"며 "어릴 때 부모님이 천주교 신자여서 나도 천주교 신자로서 지냈다. 어느 날 부모님이 수화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미사 때 잘 듣지 못하시고 고해 성사를 할 때도 못 들으셔서 힘들어하셨다. 이분들이 옛날에 한글 공부를 못하셔서 필담도 못 하셨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청각장애인을 사랑한 독일인 허애덕 수녀님이 나보고 신부가 돼서 청각장애인을 위해 일하면서 좋겠다고 해서 2년간 고민한 끝에 늦은 나이인 29살 때 신학교에 가서 신부가 됐다"며 "이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에서 수화 미사를 했었다"고 밝혔다. 정 신부는 지금도 스테인드글라스 전시로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를 돕고 있다. 2016년 가톨릭농아선교회성당 건축기금 마련을 위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전시한 데 이어 2019년에는 가톨릭농아선교회 에피타 성당에 작품을 봉헌했다. 정 신부가 지금까지 제작한 스테인드글라스 작품들은 서울대교구 화곡본동성당을 비롯해 삼성산성당, 홍은2동성당, 용문청소년수련장 등에도 설치되어 있다.
정 신부는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외국에서 식당 창문이 다이아몬드 격자로 색깔이 다 있다. 유럽에는 식당에서 사람들이 햇빛이 비치면 그 안에 색색이 퍼지는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긴다"며 "그러나 우리나라 창은 투명유리로 다 똑같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생활하고 전혀 관계가 없어서 사람들이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에 더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이해도 안 된다. 스테인드글라스가 생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날 중세시대 때 방식 그대로 재현해야 그 사람들이 신앙을 어떻게 키워갔는지 이해가 돼요. 요즘은 너무 쉽게 유리에 색을 발라서 작품이라고 하는데 될 수 있으면 전통적인 방식(유리를 조각조각 잘라서 그림을 그리고 조립하는 방식)으로 작업하면서 신앙의 선조들이 그 작품을 통해 신앙을 가꿔나갔어요. 그래서 전통방식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나 싶어요. 스테인드글라스는 내가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 이 작품으로 유명해지는 데에는 관심 없어요. 그렇게 작품을 만들어 가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