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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이 된 친구와 동거…'34㎏ 나체시신' 사건 재구성

등록 2021-06-18 05:01:00   최종수정 2021-06-18 16: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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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피의자 1명은 고등학교 동창으로 만나

지난해 11월 경찰, 폭행 흔적 발견…부모 인계

대구 달성서에 피의자 2명 상해 혐의로 고소

앙심 품고 올해 3월말 피해자를 서울로 데려와

강압에 5월3일에 경찰에 고소 취하 의사 전달

지난 13일 연남동 한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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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의 나체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친구 2명이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심사에 출석했다. 사진은 피의자 중 한명이 출석하는 모습. 2021.06.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준호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 화장실 바닥에서 20세 박모씨가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에게는 결박, 폭행 흔적이 있었고 발견 당시 몸무게가 34㎏에 불과할 정도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

박씨를 죽게 한 것으로 파악된 박씨 친구 안모(20)씨와 김모(20)씨는 박씨 측로부터 상해죄 고소를 당한 것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이들의 악연은 고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씨와 김씨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 동창으로 처음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고 김씨는 중학교 동창인 안씨와 서울의 같은 대학에 붙자 지난해 6월부터 강남구 역삼동 원룸에 함께 살기 시작했다. 김씨와 인연이 있는 박씨는 같은해 7월 이들의 거처에 처음 방문했고, 이때 안씨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말부터 이들의 범죄가 수면 위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1월초 안씨 등과 함께 살던 박씨는 서울 서초 양재파출소에 임의동행했다. 임의동행을 하게 된 이유에 대해선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때 안씨와 김씨가 파출소로 와 박씨를 데려가겠다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반팔 옷을 입은 박씨 몸에서 폭행 흔적을 발견한 양재파출소 경찰관은 대구에 있는 박씨 아버지에게 직접 연락해 인계한 것으로 조사됐다.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박씨와 아버지는 지난해 11월8일 대구 달성경찰서를 찾아 이들 2명을 상해 혐의로 고소했다. 같은 달 22일 경찰은 피해 진술을 받았고, 나흘 뒤인 26일 피의자 안씨와 김씨의 주거지 관할인 서울 영등포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했다. 이때는 안씨 등이 마포구 연남동 오피스텔로 이사를 온 상황이었다.

영등포경찰서는 올해 1월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이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신문조서 등을 작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박씨가 자신들을 고소한 사실에 앙심을 품고 지난 3월31일 대구까지 내려가 박씨를 서울로 데려왔다. 경찰은 이 과정을 납치로 판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들은 박씨를 서울로 데리고 온 뒤 강압 상태에서 식사 등도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경찰이 4월17일 상해 고소건 수사의 일환으로 대질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하려고 박씨에게 전화를 걸었을 당시에도 안씨 등은 강압 상태에서 박씨가 "지금 지방에 있다"고 대답하게 하거나 재차 연락이 왔을 때는 전화를 받지 못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지난 5월3일 박씨는 이들 강압에 못 이겨 담당 형사에게 고소를 취하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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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민아 기자 =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남성의 나체 시신이 발견된 가운데 살인 혐의로 긴급체포된 친구 2명이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심사에 출석했다. 사진은 피의자 중 한명이 출석하는 모습. 2021.06.15. [email protected]
이들은 이달 1일 사건 발생지인 서울 마포구 연남동으로 이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이 당시 폐쇄회로(CC)TV로 확인한 박씨의 상태는 혼자서 제대로 걷지 못할 정도였다고 한다. 안씨 등에 의해 다시 서울로 올라온 3월31일 이후 줄곧 폭행 등 학대를 당했음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씨는 이달 1일 이후 집 밖으로 나온 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박씨는 이달 13일 오피스텔 화장실 바닥에서 나체 상태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박씨의 몸무게는 34㎏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김씨와 안씨를 중감금치사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그러나 이후 박씨가 저체중 상태로 결박된 채 폭행 당한 흔적을 확인하고 이들의 혐의를 살인으로 변경했다. 또 이들이 상해 고소에 앙심을 품고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만큼, 혐의를 다시 특정범죄 가중처벌에 관한 법률(보복범죄 가중처벌) 위반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다.

현재 적용 중인 형법상 살인은 법정형이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이고, 특가법상 보복범죄 가중처벌은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다.

지난 15일 서울서부지법 정인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안씨와 김씨 살인 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안씨와 김씨는 "죽이려는 고의를 갖고 그런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박씨의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아울러 안씨 등을 상대로 사건 경위 조사도 계속해서 이어갈 방침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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