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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서울선언문,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등록 2021-06-18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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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지난 5월 30~31일에는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 P4G 정상회의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개최되었다.

P4G는 5대 중점분야(식량·농업, 물, 에너지, 도시, 순환경제)를 중심으로 한 기후변화 대응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달성, 파리협정 이행을 가속화하기 위해 2017년에 출범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로서 12개 중견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정부기관과 국제기구, 기업, 시민 사회가 함께하는 민관 파트너십을 통한 녹색성장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된 1차 P4G 정상회의에서는 '코펜하겐 행동선언'을 채택하였으며, 이번에 개최된 2차 회의는 '포용적인 녹색 회복을 통한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주제로 진행되었고 그 결과로 '서울선언문'을 채택하였다.

지난 '코펜하겐 행동선언'에서는 첫 정상회의였던 만큼 기후변화대응을 위한 민관협력의 필요성과 지속가능발전의 중요성을 일반적인 관점에서 강조했다. 이번 '서울선언문'에는 1차 회의 이후 그간 있었던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사회적 위기, 기후변화 가속화로 인한 세계 각국의 탄소중립 선언과 강화된 기후변화 공약, 해양오염, 생물다양성 손실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슈들이 반영되었다.

이러한 이슈들을 바탕으로 한 전문에는 미래지향적 녹색회복을 통한 코로나19 극복과 공정하고 포용적 전환 과정의 필요성을 명시하고 지구온도 상승 1.5도 억제를 위해 향상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제출과 26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이전에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발표를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녹색기술 확산과 에너지전환 촉진, 해외 석탄발전소 공적 금융 중단, 청정수소 사용 촉진, 순환경제 모델 구축·확산, 개발도상국 녹색전환 지원을 위한 공공·민간 투자 확대, 시민사회의 참여 촉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약 권장 등 분야별로 다양한 세부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조항에는 개최국인 우리나라가 탄소중립 비전 실현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의지 결집에 기여한 점에 사의를 표하며 마무리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작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도 연기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기후악당으로 불리던 우리나라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다자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회원국 이외에도 많은 국가들과 유수의 기업들이 참여하여 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 된데 대해서는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다만 상향된 NDC 제시를 다가오는 11월에 개최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로 미루고 해외 신규 석탄발전에의 공적금융 지원 중단 발표가 현재 추진 중인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에는 적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지난 연말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2020.12)에서 약속한 탄소중립위원회를 출범시킨 것(2021.5.29)과 전 세계적인 기후위기 대응 움직임 속에 추가적으로 고려해야 할 옵션들이 실시간 생겨나고 있는 경제·사회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기대보다 부족하지만 진전의 의미는 있다고 보여진다.

그리고 이제는 이러한 선언과 공약들이 선언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다음과 같은 실제적인 실천과 공약 이행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먼저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조속히 수립하여 연도별 중간 목표를 제시하고 탄소중립의 법제화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의 근간이 되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은 그린뉴딜, 탄소중립 등 최근의 기후변화 대응 추세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그 동력을 잃은 상황으로, 국회에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법안들이 발의되고 있다.

현재까지 발의된 관련 법안은 6건으로 아직 통과된 법안은 없는 상황이지만, 연내에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상향된 2030 NDC 등 중간목표들이 조속히 수립되면 이를 반영한 법안을 통과시켜 이행 구속력을 담보하고 정권에 상관없이 탄소중립 관련 정책들을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도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실질적인 탄소중립 성과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2020)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에너지 관련 탄소 배출량의 23%가 산업부문에서 배출되어 기업들의 탄소 감축 노력이 필수적인 상황이며, 이에 따라 세계적으로 ESG, RE100 등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고 국내 기업들에게도 환경적, 사회적 책임 요구가 증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최종에너지 소비의 61.3%가 산업부문에서 소비되고 있으며(2018년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의 75.0%는 산업 및 전환부문이 차지하고 그 중 제조업·건설업에서의 배출량은 25.6%를 차지하여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기후 위기 확산으로 기업들에게도 이러한 참여 요구가 단순히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와 연결되어 국내 기업들도 ESG 경영 강화와 탄소중립을 선언하며 기후위기 대응에 동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요구들은 기업들에게 규제로 작용하게 될 것이며, 특히나 유럽연합(EU), 미국에서 예고한 탄소국경세까지 도입이 되면 국내 산업계에는 관세부담까지 가중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철강, 석유화학, 자동차 등 온실가스 다배출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어, 이에 대한 적절한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국내 기업들의 산업경쟁력 상실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에도 큰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이에 기업들이 탄소감축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규제와 더불어,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산업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도록 업종별 상황에 맞는 보호 수단과 산업계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책들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필요성에 대한 국민 인식을 제고하고 미래세대를 포함한 시민들의 실천적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탄소중립은 경제·사회 구조 전반의 대대적이고 혁신적인 전환이 요구되며, 특정 세대 및 계층의 참여와 실천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다.

이로써 정부와 기업 차원에서의 거시적인 담론과 정책 추진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동참과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에너지 전환을 포함한 사회·경제 전반의 전환 과정과 미래 사회 변화상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시민들이 장기적인 정책 이행에 자발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하여 기후위기로 야기된 환경문제 해결뿐 아니라 경제·사회적 갈등, 불평등과 같은 시대적 유산이 다음 세대에 되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정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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