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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백신, 국경을 넘을 수 있을까…'글로벌 백신 허브' 향한 도전

등록 2021-06-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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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vs백신]

'K방역' 이어 'K백신' 뛰어든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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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장경일 기자 = 육군 8군단에서 파견된 의료인력들이 17일 강원 강릉시 강릉아레나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검체채취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사진=육군 8군단 제공) 2020.12.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남희 기자 = 코로나19 백신 접종자 수가 빠르게 늘면서 'K방역'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검사·추적·치료라는 기존의 수비적 방역모델을 넘어 글로벌 백신 생산기지, 더 나아가 백신 개발국으로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적 주목을 받은 'K방역'은 마스크와 진단키트 등 의료물품 생산 역량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임명묵 작가는 저서 'K를 생각하다'에서 "한국은 고부가가치 지식 기반 산업을 갖춘 국가이면서 동시에 거대한 말단 제조업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었다"고 방역 성공요인을 분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팬데믹 탈출에 필요한 백신 확보 역량에서는 선진국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난해 말 확진자가 1000명까지 치솟던 3차 대유행 시기에 백신 수급이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민적 불안이 고조된 바 있다.

최근 접종에 속도가 붙으면서 1400만명 1차 접종을 완료 했지만, 백신 개발에 있어서 걸음마 단계라는 건 여전한 약점이다.

구체적 백신 수급 계획에 대한 질문이 나올 때마다 정부는 "비밀유지협약으로 인해 세부사항을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국산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계약조건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3년 신종 인플루엔자와 2009년 신종플루 발생 직후에도 정부가 국산 백신 개발을 지원했지만,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백신 주권 확보라는 새로운 도전을 선언하고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의 방역은 백신"이라고 강조한다. K방역의 최종 목표는 K백신인 셈이다.

백신 생산기지 넘어 백신 개발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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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뉴시스]추상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백신기업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1.05.23. [email protected]
한국은 백신 산업 규모에 비해 생산시설이 많다. 해외에서도 생산 역량을 인정해 아스트라제네카·스푸트니크V·모더나 백신을 위탁생산 하고 있고, 노바백스 백신의 기술이전도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달 체결된 한미 백신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노바백스와 민관 협력을 통해 차세대 백신 개발에 나선다. 위탁생산을 통해 백신 핵심 기술을 일부나마 확보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백신 자립화를 앞당기리라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7일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10개 부처 세부추진 과제를 확정했다. 국내 백신 산업 가치사슬(개발-생산-수출·유통)을 단계별로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원부자재 국산화를 이뤄내는 것이 핵심이다. 국내 백신 기업들도 백신·원부자재 개발 및 생산역량을 모으기로 하면서 '백신기업 협의체'가 출범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백신 개발 역사가 선진국에 비해 짧은 만큼,  집중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한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교수는 "제약회사가 백신을 개발하려면 여러 후보물질이 공급돼야 한다. 그건 기초과학의 역할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영국 옥스포드대학에서 개발하지 않았냐"며 "기초과학에 대한 탄탄한 지원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기초과학은 돈이 안 되기 때문에 산업화를 시킬 수 없는 분야다. 결국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며 "긍정적인 점은 우리나라는 의약계열에 인재가 많다. 이 인재풀을 충분히 활용할 정책이 있다면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대희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도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 헬스케어 미래 포럼에서 "바이오헬스 산업에 있어서 긴 시간 동안 적은 돈을 투자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짧은 시간에 많은 돈을 묻지 말고 투입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 제약업체들에 687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해외 주요 백신인 아트라제네카 백신 개발에 정부 예산 14억파운드(약 2조1900억원), 노바백스 백신 개발에 12억파운드(약 1조8826억원), 화이자 백신 개발에 3억파운드(약 4706억원) 등이 투입된 데 비하면 부족한 액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백신 개발을 끝까지 지원한다는 정부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며 "올 하반기 3상을 거쳐 내년 초 개발을 목표로 기업들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이브 스루 검사로 대표되는 'K방역' 시스템에 이어 'K백신'도 세계로 발돋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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