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초점]6·25 아픔 간직한 노근리, 끝나지 않은 진실찾기

등록 2021-06-24 07:00:0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한국전쟁 발발 71주년…노근리 비극은 현재진행형

"피해자 실질적 보상 이뤄지도록 특별법 입법화해야"

associate_pic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노근리 사건 현장인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1934년 길이 24.5m, 높이 12.25m로 세워졌다. 2003년 문화재청의 등록문화재 59호로 지정됐다. 2021.06.22. [email protected]

[영동=뉴시스] 조성현 기자 = "한국과 미국이 공유하고 있는 현대사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22일 노근리평화공원 평화기념관에서 만난 정구도(65)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을 이렇게 정의했다.

'노근리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한 달 후인 1950년 7월 말,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일대에서 미군의 공중 폭격과 사격에 의해 4박5일 간 400여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국내 미군 관련 학살 중 한·미 양국이 함께 진상을 조사하고, 2001년 미국 대통령이 유감을 표명한 유일한 사건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확인된 희생자만 사망 150명, 행방불명 13명, 후유장애 63명 등 모두 226명이다. 유족은 2240명에 달한다.

2011년 10월 말 노근리 쌍굴다리 등 사건 현장 일대 4만여평에 미군 총격에 희생된 피란민을 추모하고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노근리평화공원이 세워졌다.

 35개국 평화박물관장, 인권학자 등 200명이 참가한 국제평화박물관네트워크(INMP) 콘퍼런스 및 총회가 개최될만큼 현재의 노근리는 인권과 평화의 상징으로 발돋움했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피해자들은 숱한 '눈물의 강'을 건너야 했다.

associate_pic
노근리 경부선 철도 쌍굴다리

그동안 한국 정부는 미국 대통령이 유일하게 유감을 표한 노근리 사건을 외면해 왔다.

2004년 제정된 노근리 특별법에 따른 '노근리 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 위원회'의 위원장은 국무총리이지만, 여태껏 노근리를 찾지 않았다. 지난해 정부가 주관한 노근리 사건 70주년 행사에서도 국무총리는 추모 영상으로 대신했다.

노근리 사건의 직접적인 가해자는 미국이지만, 한국 정부의 책임도 배제할 수 없다.

1950년 7월26일 미8군이 내린 피란민 소개 및 이동통제에 관한 지침에는 '언제 어떠한 피란민도 방어선을 넘어오게 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진실화해위원회의 종합보고서에 의하면 이 지침은 전날인 7월25일 임시 수도였던 대구에서 한국 정부와 미국 대사관, 국립경찰, 유엔, 미8군 대표자들이 모여 개최한 회의에서 결정됐다. 국가 공권력이 사실상 학살을 묵인하고 방조한 셈이다.

정 이사장은 "노근리 사건은 한미양국 고위층이 피란민에 대한 사격명령이나 다름없는 피란민통제정책을 결정해 발생한 불상사"라고 했다.

6·25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노근리, 71년이라는 세월이 지났지만 이곳 주민들에게는 씻을 수 없는 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새겨져 있다.

associate_pic
정구도 노근리국제평화재단 이사장

정 이사장의 바람은 노근리 사건의 피해자가 한 명이라도 더 살아있을 때 노근리 피해자 배·보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다.

정 이사장은 "피해자들이 배·보상 문제를 거론한다고 해서 사회 일각의 부정적인 시선처럼 돈 문제로만 보는 것은 합당치 않다"며 "우리가 나라다운 나라에 살며 법적으로 찾아야 할 권리를 찾아 인권의 존귀함을 지키려하는 노력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장섭 의원(청주 서원)은 노근리 사건 희생자와 유족들의 피해에 대한 국가의 보상금 지급 의무를 명시하고 노근리 트라우마치유센터를 설치·운영하는 내용을 담은 '노근리사건 희생자 심사 및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상태다.

 2004년 제정된 노근리 사건 특별법에 따라 희생자 심사 결정과 희생자를 기리는 추모사업을 지원하는 근거가 마련됐지만,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보상 근거 조항은 없어 실효성 있는 피해 회복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 의원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보상조치가 조속히 시행될 필요성이 있으나 법적 근거가 없는 실정"이라며 "70년 가까이 고통받고 있는 이들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개정안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발의된 이 특별법은 반년이 지난 지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유사 과거사 사건인 제주 4·3은 올해 초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명예회복과 배·보상의 길이 열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