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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논란' 재영·다영 자매 등록, 어떻게 봐야할까

등록 2021-06-24 15:5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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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에 맞춰 KOVO에 이재영·다영 선수 등록

흥국생명측 "일단은 등록, 복귀는 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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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 고범준 기자 = 22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현대건설 경기, 흥국생명 이재영이 리시브 하고 있다. 2020.11.2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과거 학교 폭력 파문으로 배구계를 넘어 국내 스포츠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흥국생명의 '쌍둥이 자매' 이재영·이다영이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울랐다. 잠시 수그러들었던 두 선수와 흥국생명을 둘러싼 논란은 선수 등록 시점이 다가오면서 재점화되는 분위기다.

흥국생명은 이달 30일 한국배구연맹(KOVO) 차기시즌 선수 등록 마감일에 맞춰 두 선수를 등록하겠다는 내부 입장을 정한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배구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레프트 자원인 이재영은 물론 최근 그리스리그 이적설이 불거진 세터 이다영까지 모두 등록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다영의 해외 진출은 등록 후 계속 추진한다. 김여일 흥국생명 단장은 최근 KOVO 이사회에 참석해 결정 사안을 일부 이사들에게 알렸다.

두 선수가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지난 2월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들의 학교폭력 이슈가 불거지자 인스타그램 계정에 자필 사과문을 올려 용서를 구했다.

흥국생명의 선택은 무기한 출전 정지였다. 당시 흥국생명은 "두 선수는 자숙 기간 중 뼈를 깎는 반성은 물론 피해자분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비는 등 피해자분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팬들은 흥국생명과 두 선수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있다. '무기한'이라고 강경하게 대응했던 흥국생명이 4개월 만에 두 선수의 복귀를 추진한다고 보고 있다.  한 팬은 "무기한이라더니 4개월만에 복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 다른 팬은 "선수도 구단도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등록의 의미가 당장 코트 복귀를 의미하는 것까진 아닐지라도, 이재영과 이다영이 2021~2022시즌 중 언제라도 뛸 수 있게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두겠다는 움직임인 것만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배구계는 흥국생명이 국가대표급인 이들의 선수 생활에 재기의 기회를 줌과 동시에 행여나 다른 팀에 빼앗길 여지를 막기 위해 등록을 강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어쨌든 등록을 한다는 것은 구단이 문제를 해결하고 선수들을 다음 시즌 뛰게 할 의지가 있다는 것으로 봐야한다"면서 "등록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 폭력 논란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고 다른 팀이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영입한다면 흥국생명은 (자유계약신분인) 놔줄 수밖에 없다. 선수 등록으로 최소한의 보호망은 쳐두려 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흥국생명측은 등록은 분명 거쳐야 할 단계라면서도 복귀는 다른 노선에서 접근해야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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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뉴시스]이윤청 기자 = 26일 인천 계양구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의 경기, 흥국생명 이다영이 환호하고 있다. 2021.01.26. [email protected]
김 단장은 24일 전화통화에서 "등록한다고 당장 선수들을 뛰게 한다는 것은 아니다. 등록을 하지 않으면 더 이상 우리 선수가 아니게 된다. 절차상 등록은 필요하다고 봤다. 복귀와는 확실히 다른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예정대로 선수 등록이 끝나면 다음 절차는 법적 다툼이다. 이재영과 이다영은 법률대리인 선임을 마치고 학교 폭력 폭로자들과의 진실 공방에 돌입했다. 폭로 내용 중 일부 사실을 바로 잡겠다는 것이다. 두 선수의 경찰 조사는 이미 마무리 됐다. 이들이 자신들의 SNS에 올렸던 사과문은 비슷한 시점에 자취를 감췄다.

김 단장은 "선수들이 (피해를 주장하는 이와) 만나서 이야기 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연락 문제 등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소송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선수들 조사는 다 끝났지만 (결론까지)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면서 "어쨌든 등록을 하지 않으면 모든 가능성이 사라진다. 선수를 다른 팀에 잃을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당연히 등록을 해야 한다"고 답했다.

V-리그 복귀든, 해외진출이든 판결이 나올 때까지는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 현재 분위기다. 여론의 큰 질타를 받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조금이나마 원하는 결과에 가까운 법률적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은 두 선수와 흥국생명이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카드다.

흥국생명이 서서히 복귀를 향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와중에 정작 당사자인 두 선수는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다. 소송 중이기에 말 한 마디가 불리하게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스리슬쩍 넘어가는 것은 진정 복귀를 원하는 선수들의 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두 선수는 스포츠계 학교 폭력 논란의 시발점이자 유명 선수들"이라면서 "사과 한 마디, 상황 설명 하나 없이 법대로 해결해가는 과정들은 정말 매끄럽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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