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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과일보 최종판 사자"…홍콩 가판대마다 장사진

등록 2021-06-24 12: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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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단체들 "용감한 신문 잃었다"…기자들에 상복 입을 것 촉구

시민들 "홍콩, 암흑기 접어들었다"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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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AP/뉴시스]24일 홍콩 시내의 한 신문 가판대에 폐간되는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판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2021.6.24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중국의 권위주의에 맞서 싸우다 26년의 역사를 끝으로 25일부터 강제 폐간되는 홍콩의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판을 사기 위해 24일 홍콩의 신문가판대들 앞마다 긴 장사진이 펼쳐졌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빈과일보의 갑작스런 폐간은 홍콩의 자유에 대한 최근의 타격이며 중국이 반중 여론을 근절하려 노력하는 가운데 홍콩이 미디어 허브로 계속 남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몽콕 지역에서는 수백명이 이른 새벽부터 줄을 서서 빈과일보 최종판을 구매했다. "빈과일보! 우리는 다시 만날 거야"라고 외치는 사람도 있었다.

빈과일보 최종판 1면에는 본사 건물 밖에 나와 시민들에게 작별을 고하는 기자들이 사진이 실렸다.

줄을 서서 기다리던 캔디라는 이름의 30세 여성은 "충격적이다. 새 홍콩보안법이 채 2주도 안 걸려 빈과일보를 해체했다"고 개탄했다.

홍콩 중심가에서 가판원들은 빈과일보 최종판을 사려는 많은 사람들로 분주했다. 팀이라는 이름의 한 학생은 "너무 갑작스럽다. 홍콩이 암흑기에 접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750만 인구의 홍콩에서 100만부를 발행할 정도로 가장 인기있는 빈과일보는 오랫동안 중국의 골칫거리였다. 빈과일보는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한결같이 지지했고, 중국 권위주의 지도자들을 신랄하게 비난해 왔다.

중국은 결국 빈과일보를 폐간시키기 위해 새로운 홍콩보안법을 사용했다. 현재 민주화 시위 참여 혐의로 수감된 지미 라이(黎智英) 발행인은 지난해 보안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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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AP/뉴시스]24일 홍콩 시내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에도 폐간되는 반중 매체 빈과일보의 마지막 판을 사려는 사람들이 신문가판대 앞에 길게 줄지어 신문을 사고 있다. 2021.6.24
지난주 홍콩 당국이 빈과일보를 압수수색하고, 고위 간부들을 체포하는 한편 자산을 동결하자 빈과일보는 24일 발행하는 신문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결정했다. 빈과일보의 웹사이트와 트위터, 페이스북 계정이 다운됐다.

폐간으로 700명의 언론인들을 포함해 약 1000명이 실직하게 됐다.

홍콩의 8개 언론 단체는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홍콩은 진실을 옹호하고 목소리를 높인 용감한 언론사를 잃었다"며 검은 상복을 입을 것을 동료들에게 촉구했다.

빈과일보의 폐간은 중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를 지지하는 기사로 인해 촉발됐다. 중국에 대한 제재 지지는 불법으로 간주된다. 라이언 로(羅偉光) 편집국장 등 간부들이 모두 외세와 공모해 국가 안보를 해친 혐의로 구속됐다.

홍콩은 국경 없는 기자회가 매년 선정하는 언론자유도 순위에서 2002년 18위에서 올해 80위로 추락했다. 중국 본토는 180개국 가운데 177위로 투르크메니스탄, 북한, 에리트레아만 중국보다 순위가 낮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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