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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일감 몰아준' 삼성 미전실장 고발·과징금 2349억

등록 2021-06-24 12: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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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 회사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4곳 단체 동원

2013~2021년 이익률 16%, 경쟁사 '3배'

외부 사업장서는 '마이너스 수주' 불공정

"총수 주식 많은 회사 장기간 부당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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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021.04.29.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가 최지성 삼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단체 급식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부당 지원 행위에 관한 정부 차원의 제재다.

육성권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미래전략실 개입 하에 사실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일가 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사내 급식 물량을 100% 몰아주고,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 구조를 설정해 준 최지성 실장·삼성전자를 고발하고, 과징금 총 2349억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옛 회장 비서실이다. 인사 권한을 토대로 각 계열사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총수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를 전담했다. 공정위는 문제가 된 일감 몰아주기를 사실상 지휘한 이 조직의 책임자와 삼성웰스토리 지원에 앞장선 계열사인 삼성전자를 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사별 과징금은 삼성전자 1012억1700만원, 삼성웰스토리 959억7300만원, 삼성디스플레이 228억5700만원, 삼성전기 105억1100만원, 삼성SDI 43억69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 2013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사내 급식 물량 전부를 삼성웰스토리에 수의 계약 방식으로 몰아줬다. 그러면서 ▲식자재비 마진 보장 ▲위탁 수수료 명목으로 인건비 15% 추가 지급 ▲물가·임금 인상률 자동 반영 등 조건으로 삼성웰스토리에 높은 이익률을 보장했다.

2012년 말 삼성전자 내부에서 삼성웰스토리(당시 삼성에버랜드 푸드 컬처(FC) 사업부)가 제공하던 급식 품질에 관한 불만이 급증하자 삼성웰스토리는 식자재비를 추가 투입했다. 미래전략실은 이로 인해 급감(22→15%)한 삼성웰스토리의 직접 이익률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이런 계약 구조 변경안을 마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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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2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삼성웰스토리에 사내급식 물량을 100% 몰아줘 높은 이익률이 보장되도록 계약구조를 설정해 준 삼성전자 등 4개사와 삼성웰스토리에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하고, 삼성전자와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고발한다고 밝히고 있다. 2021.06.24. [email protected]

미래전략실이 이런 계약 구조 변경안을 만든 목적이 삼성웰스토리의 높은 이익률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은 당시 삼성웰스토리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당시 삼성에버랜드 전략 담당 사장)에게 보고한 문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후 미래전략실은 "이 계약 구조를 절대 조정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에 따라 2013년 4월 삼성전자·삼성디스플레이, 같은 해 6월 삼성SDI, 같은 해 7월 삼성전기 등 주력 계열사 4곳은 이런 구조로 삼성웰스토리와 단체 급식 수의 계약을 맺었고, 이달까지 유지해왔다.

삼성전자 등 전자 계열사 4곳은 삼성웰스토리가 공급하는 식자재 가격이 적정한지 시장 가격 조사에 나섰지만, 미래전략실에 의해 강제 중단됐다. 삼성전자는 단체 급식업체를 바꿔보고자 2014·2018년 구내식당 경쟁 입찰에도 나섰지만, 이 시도 또한 미래전략실에 의해 무산됐다.

공정위는 "2014년 1월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 결정으로 산하 구내식당 4곳이 경쟁 입찰을 준비했지만, 미래전략실 전략1팀 최 모 전무가 전화 1통으로 이를 무산시켰다"면서 "2018년 5월에는 삼성전자 식당 1곳 경쟁 입찰도 미전실 역할을 하던 사업지원태스크포스(TF)장 정 모 사장이 막았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9년여간 주력 계열사 4곳 등에 업힌 삼성웰스토리는 평균 25.3%의 직접 이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도 LG 계열 아워홈, 현대백화점 계열 현대그린푸드 등 경쟁사 11곳의 평균 이익률(3.1%)의 5배 수준에 이르는 15.5%를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공정위는 "삼성웰스토리는 이렇게 얻은 안정적 이익을 바탕으로 외부 사업장에서는 영업이익률 '마이너스(-) 3%'를 기준으로 한 수주 전략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했다"면서 "이로 인해 독립 급식업체는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 경쟁을 해야만 했다. 단체 급식 시장의 거래 질서가 저해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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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시스] 삼성웰스토리 부당 지원 개요도. (자료=공정거래위원회 제공)

삼성웰스토리는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 주주였던 옛 삼성에버랜드(지금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 자금 조달 창구로 키우기 위해 미래전략실이 조직적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삼성에버랜드가 제일모직으로 이름을 바꾸고, 옛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처음 공시한 2015년 9월 분기 보고서를 보면 전체 영업이익의 74.8%가 삼성웰스토리에서 나왔다. 제일모직이 옛 삼성물산과 합병할 때 담당 회계법인이었던 삼정KPMG는 삼성웰스토리 가치를 2조8000억원으로 옛 삼성물산 가치(3조원)의 93.3% 수준으로 봤다.

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이재용 부회장 일가가 최대 주주인 삼성물산은 삼성웰스토리로부터 총 2758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아 갔다. 삼성웰스토리의 배당 성향(당기순이익 중 배당금의 비율)을 연도별로 보면 2015년 99.0%, 2016년 67.9%, 2017년 114.6%, 2018년 71.4%에 이른다.

삼성전자 등 5개사가 받은 2349억원은 부당 지원 행위 사건에 집행된 과징금 중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에 부과된 1012억원 역시 단일 기업에 내려진 과징금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지분율이 높은 회사에 여러 계열사가 장기간에 걸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과도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행위를 적발해 엄중히 제재했다"면서 "불리한 조건에서 수주 경쟁을 해야 했던 경쟁 단체 급식업체의 상황이 나아지고, 관련 시장에서 공정 경쟁이 촉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부진 사장 등 총수 일가가 삼성웰스토리 일감 몰아주기에 개입한 정황은 찾지 못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육성권 국장은 "그렇다"면서 "(일감 몰아주기와) 승계 과정의 연결점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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