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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손목 완장' 이니 시계 차고 부족한 대통령의 시간 뺏지 말라

등록 2021-06-27 08:06:07   최종수정 2021-06-28 17:5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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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청와대는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서명이 담긴 손목시계와 기념 찻잔을 공개했다. 2017.08.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이니 시계를 선물 받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절대 시계'를 받아든 것처럼 기뻐하더라."

오래 전 사석에서 들었던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계를 선물받은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인상을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 속 '절대 반지'에 비유한 것이 흥미로웠다. 웃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인기품이니 그것을 받아든 사람들 모두 보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정권 초 문 대통령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때였다, 한참을 잊고 있던 오래 전 얘기가 문득 떠올랐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청와대 초청 간담회를 계기로 민주당 원내행정실을 통해 초선 81명 모두에게 대통령 시계를 일괄 선물했다. 청와대 초청 손님에게 증정하는 일반적 선물이었다 한다. 당시 간담회는 초선 의원 출신의 대통령과 초선 의원 간 만남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끌었다. 서로 동일한 가치를 꿈꾼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확인하기 위한 징표로 손목 시계만한 것이 없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이니 시계'를 왼 손목에 두르는 것으로 내면의 동지 의식을 표현했다. 정권 말기 대통령의 지지율이 정권 초에 비해 크게 떨어졌지만 초선 의원에겐 이니 시계가 특별한 의미를 가질 것이다. 

군부독재 시절 이후 역대 모든 대통령들은 시계를 제작해 각계에 선물했다. 각 분야에서 저마다의 희생과 봉사로 사회 공익을 실현하고 있는 분들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대통령에게만 허락된 봉황이 새겨진 시계는 곧 권력을 뜻했다. 대통령과의 친분은 물론 당시 대통령 인기를 체감하는 하나의 척도로 활용돼 왔다. 문 대통령 시계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수량 관리가 엄격해 여전히 그 희소성이 유지되고 있다. 참여정부 출신 인사가 과거 청와대 근무 기억을 토대로 여러 개를 원했다가 단칼에 거절 당한 일화는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시계는 초침과 분침, 시침이 멈추지 않고 돌아간다. 시간을 빠짐없이 기록한다는 점에서 역사의 기록을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 시계는 임기 내내 초심을 버리지 않고 자신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을 상징하기도 하다. 임기 마지막 날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이 '사람이 먼저다'는 문구를 새긴 시계를 쉽게 벗지 않는 것도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한 행동으로 읽힌다.

이제 문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문 대통령 손목 위의 시계 속 시침은 하루에 두 번씩, 앞으로 632바퀴만 더 돌면 5년의 수명을 다하게 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한국판 뉴딜 정착과 경제 회복,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 정착, 부동산 투기 근절, 권력기관 개혁 완수 등 약속한 국정과제를 단순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숨차다. 10개월 뒤 해당 국정 과제를 문재인 정부가 오롯이 일궈낸 성과들이라고 그 누구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 것같지 않아 보인다.

갈 길 바쁜 문 대통령에게 동일한 문제의 반복 만큼 부담스러운 것도 없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 문제가 대표적이다. LH 부동산 투기 의혹 사건으로 대국민 사과 이후에도 여전한 '환부'로 남아있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부패에서부터 시작해 부패 사슬을 반드시 끊겠다는 3개월 전 문 대통령의 다짐이 공허하게 들린다. 김기표 반부패비서관이 경기도 광주시 송정동 맹지(盲地) 매입 논란 반나절 만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대단히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다주택 참모진 정리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것이 1년 전이다. 불과 3개월 전 비서관 이하 전직원 부동산 전수조사에서 결정적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숨 돌리기도 했다. 그 과정 이후 청와대에 입성한 김 비서관이 '손목 완장'을 '절대 반지'처럼 차고서는 가뜩이나 부족한 대통령의 시간을 빼앗고 있는 모양새다. 초심을 지키려는 대통령을 청와대 참모진이나 정부 관료가 적극적으로 도와도 모자랄 판에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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