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 젊은 창작진' 김한솔·한보람·이정윤 "마음조각 나누고 싶어요"
뮤지컬 '크레이지 브레드' 쇼케이스 호평창작 실험극 '메트로(METRO)', 뉴욕서 주목
빵집 오픈 하루 전, 네 명의 제빵사가 빵에 마음과 정성을 담는 이야기다. 이들은 평범한 제빵사들이 아니다. 각자 겪고 있는 마음의 병을 마주하고 있는 이들이다. 이스트를 넣어 부풀리는 것이 중요한 포카치아, 평범해보이지만 곱씹을 수 있는 깜빠뉴, 눈사람을 닮아 금방 녹을 듯한 브리오슈, 화려해보이는 겉면이 다가 아닌 뺑오쇼콜라. 각자 만들고자 하는 빵엔 그들의 삶과 마음이 반죽돼 있다. 따듯한 이야기, 세련된 동시에 뭉클한 음악 그리고 이머시브 극 특성에 맞게 이층 공간을 골고루 쓴 연출이 맞물린 덕에 빵이 부풀어 오르듯 인물들은 성장하고, 관객들 마음도 부풀어 오른다. 실제 오븐에 구워진 빵 냄새가 퍼질 때, 행복감도 씹힌다. 뉴욕대 예술대학원 출신들인 이들은 지난 2018년 뉴욕에서 창작 실험극 '메트로(METRO)'로 뭉쳐 호평을 들었다. 뉴욕 지하철에서 수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이들은 뉴욕 이방인을 통해 소외된 자들을 톺아봤다. 세 창작진이 한국에서 뭉친 건 이번이 첫 번째다. 좋은 공연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는 일'임을 믿게 만드는 이들을 '크레이지 브레드' 제작사인 옐로밤에서 최근 만났다.
한 작곡가는 미국에서 오프브로드웨이 '위키드 시티 블루스' '스윙스' 음악감독을 맡았고, '태양의 노래' 작업에 참여했다. 현재 뉴욕에 거주 중으로 현지 현대무용 컴퍼니 '애스 아츠 NY 댄스(As Arts NY Dance)' 협력 작곡가를 맡고 있다. 한국 공연계의 거목 김민기 대표가 이끄는 극단 학전의 '분홍병사' 조연출을 맡았던 이 연출은 김 작가가 참여한 서울예술단·네이버의 웹뮤지컬 '낡은 트럼펫' 제작 PD를 맡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이다. 조선팝 밴드 '서도밴드'가 오는 8월14일 경기아트센터에서 펼치는 공연 연출도 맡는다. -'크레이지 베이커리'는 어떻게 떠올린 작품인가요? "어느날 뉴스를 봤어요. 중국 베이징 외곽에 있는 재활 치료원에서, 환자분들이 참여하는 베이커리 프로그램을 운영하더라고요. 손님들이 빵을 사가면서 "감사하다"고 말하자, 환자분들이 본인들도 '쓸모가 있다'는 걸 느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정신 질환을 갖고 있는 분들에 대한 편견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김)
-현대무용수 이선태 씨가 네 캐릭터의 심정을 대변해주는 '마음' 역을 맡아 다양한 몸짓과 움직임을 선보이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음만 아는 언어를 움직임으로 표현하면 더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이선태 안무가님이랑은 작년에 무용극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트라이아웃에서 함께 작업을 했는데 상황만 주어지면 몸으로 다 표현하시는 분이라 믿고 맡길 수 있었습니다."(김) -캐릭터별로 맞춤형 음악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포카치아는 바이올린, 브리오슈는 기타, 뺑오쇼콜라는 아코디언, 깜뱌뉴는 첼로 식으로 매치를 했어요. 처음 기획할 캐릭터별로 공간이 분리돼 있었죠."(한)
"외할버지가 시인(박영만(박추보))이셔서 어릴 때부터 작가의 꿈을 자연스럽게 꿨어요. 한국에서 신방과를 나왔고 영국에 영화를 공부하러 갔는데, 연극을 좋아하게 됐죠. 이후 뉴욕대 뮤지컬 창작과에서 보람 언니를 동기로 만나고 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김) "원래 재즈 피아노 연주를 했어요. 빅밴드를 좋아했죠. 그런 식으로 편곡하는 걸 좋아하는데 브로드웨이 스타일로 뮤지컬 편곡을 하는 것이 새로웠어요. 노래로 드라마를 만드는 것도 매력이 있었죠. 미국에서 현대 오페라 작업도 해요. 한국에서는 '태양의 노래'로 입봉을 했습니다."(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공연을 많이 보여주셨어요. '캣츠' 내한공연 때 매력을 느꼈고 고3 때 '라이온킹'을 보고 연출가인 줄리 테이머처럼 되고 싶었죠. 프랑스에서 공연 공부를 하고 잠시 한국에 들어와 학전에서 1년8개월 있다가, 뉴욕대를 갔어요. 인형극 공연과 실험극 공연을 만들었죠."(이) -세 분 다 젊지만 다양하고 만만치 않은 경험을 해오셨는데요. '크레이지 브레드' 속 어느 빵에 가장 공감을 하셨습니까?
"깜빠뉴요. 깜빠뉴를 만드는 인물의 노랫말이 '유학 시절의 제 마음' 같았어요. '난 참을 수 있고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해'라는 마음으로 살았죠. 그래서 위로가 됐어요. 한솔 작가와 정윤 연출이 있어서 버텨냈던 뉴욕의 시간들도 생각이 났죠."(한) "저도 뺑오쇼콜라요. 뉴욕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데, 지하철을 타면 그렇게 눈물이 나요. 마음껏 울 수 있었던 공간이었죠. 브리오슈를 만드는 캐릭터가 뺑오쇼콜라를 굽는 캐릭터에게 '애틋해'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엄청 위로를 받았어요."(이) -뮤지컬의 본고장 뉴욕에서도 인정을 받으셨는데 앞으로 현지에서 계속 활약하고 싶다는 마음은 없나요? "그런 생각은 없어요. 한국은 뮤지컬 작업하기에 좋은 곳이에요. 코로나19로 세계 모두가 다들 힘든 때지만, 상황이 나아지면 더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다만 '크레이지 브레드'는 뉴욕에서 한번쯤 공연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습니다."(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