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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할 말 다하는 MZ세대, 그리고 디지털전환

등록 2021-07-07 08:4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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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베이비부머(5060)와 MZ(2030)세대가 '정년연장'을 놓고 갈등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로봇 등의 기술 혁신으로 제조·서비스 일자리가 줄어들며 세대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현대차 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최근 정년을 65세까지 연장해달라고 요구하며 정년연장 주장의 포문을 열었다.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국민연금 수령시점이 늦춰진 만큼 이에 맞춰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민주노총 산하 완성차 3사(현대차·기아·한국지엠) 노조는 이에 더해 국민연금 수급 시기에 맞춰 60세에서 최대 65세로 정년을 연장해달라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을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MZ세대의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전세계 완성차업체가 생산 자동화와 전기차 전환에 맞춰 인력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직원들이 정년 연장을 할 경우 청년들의 취업문이 좁아지고 산업 경쟁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MZ세대의 시각이다. '상후하박'식 임금구조, 인사적체도 이들에게는 불만이다.

자신을 '현대차 소속 MZ세대'라고 밝힌 한 직원은 지난달 25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MZ 세대의 미래 임금을 희생으로 정년만을 고집하는 노조의 횡포를 막아달라"고 주장했다. MZ세대로 이뤄진 현대차 사무·연구직 노조 역시 '정년연장' 대신 기본급 인상과 당기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자동차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사실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4차산업혁명으로 양질의 제조·서비스업 일자리가 사라지는 가운데 곳곳에서 기성세대와 청년세대가 충돌하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0선'의 36세 이준석 대표가 탄생한 것 역시 이 같은 세태를 반영한다.

1980년대초에서 2000년대 초 태어난 MZ세대는 기존 세대들과 다르다. '평생직장'에 기댈 수 없는 이들은 직장에 피와 땀을 갈아넣으면서도 '불합리'를 참았던 선배들과 달리 눈치보지 않고 '워라밸'과 '공정성'을 외친다. 일하는 틈틈이 '영끌'을 해가며 비트코인, 주식투자, 아트테크 등을 하며 미래를 준비한다.

청년층(15∼29세)의 체감 실업률인 확장실업률은 지난달 24.3%로, 청년 4명 중 1명이 사실상 실업 상태다.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배달 등 플랫폼에서 일하는 '긱 노동자'가 늘고 있다. '저출산 노령화'로 국민연금이 고갈될지도 모른다는 소식, 끝없이 치솟는 집값도 이들의 미래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다.  본격적인 전기차시대가 도래하면 연구인력의 필요성은 높아지지만 기존 생산인력의 40%는 불필요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에게 선배들의 정년연장 요구는 자신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집단이기주의'일 뿐이다.

지난달 13일 한국은행이 발간한 해외경제 포커스에 실린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20년 이내에 미국 근로자의 절반(47%)이 고도의 자동화로 인해 일자리를 위협 받을 전망이다. 우리 역시 이를 주목해야 한다. 고령화도 분명한 문제다.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2026년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도달한다. 노인 인구는 2050년 38.2%까지 증가한다.

큰 파도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고, 파도를 잘 타려면 베이비부머세대와 MZ세대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생'이 필요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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