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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폐업 생각" 자영업자 눈물…누가 닦아주나

등록 2021-07-14 15: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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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원래 바닥이었는데 더 바닥으로 떨어진 거죠. 늘 폐업을 생각합니다."

휑한 가게 안을 바라보며 한식집 사장은 말했다. 분노하거나 슬퍼할 힘조차 소진된 듯 눈빛이 공허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시행된 첫날인 지난 12일 낮, 직장이 몰려있는 서울 종로 오피스타운의 식당가는 주말 점심시간이 떠오를 정도로 한산했다. 3인 이상 모임 제한은 오후 6시부터인만큼 점심시간은 기존과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는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종로 한복판에 위치한 A한식집엔 손님 4명이 띄엄띄엄 앉은 채 식사를 하고 있었다. 고요했다. 4인 테이블이 15개가 있을 만큼 널찍한 가게이다.

점심장사가 한창이어야 할 낮 12시30분 사장 정모(49)씨는 가게 앞에 나와 골목을 두리번거렸다. 직원들은 이미 가지런히 놓여진 반찬 집게들을 다시 정돈했다. 

정씨는 "손님이 지난주보다 절반은 줄었다"며 "나름대로 살려고 샐러드도 팔고 배달도 해서 가까스로 매출을 올려놨는데 도루묵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3차례에 걸쳐 1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매출에 타격이 컸지만 임대료와 인건비, 식자재비 등 고정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였다.

정씨는 "웬만한 대출은 다 받았지만 작년에 거의 다 사용한 수준"이라며 "당장이라도 폐업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데 계약 위자료와 가게 원상복구 비용을 생각하면 할 수도 없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한식집 바로 옆 푸드코트도 사정은 비슷했다. 이곳엔 코로나19가 터지기 전까지 10여개의 업체가 입점해 있었으나 하나 둘씩 폐업해 지금은 3개 업체만이 운영되고 있다. 카운터 직원은 "지난주 불고기를 파는 백반집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겠다며 나갔다"고 전했다.

여기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5.1% 인상됐다는 소식은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르바이트생들을 생각하면 임금이 오르는 게 맞지만, 업주 입장에선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인건비까지 오르면 사람을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다는 호소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상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자영업자들은 거리로 나서고 있다.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4일 밤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과 서울시청 인근에서 차량 집회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비대위는 앞선 보도자료에서 "더 이상 버틸 힘마저 없는 자영업자들에게 그나마 남은 인공호흡기마저 떼어버리는 조치에 불복하겠다"고 선언했다.

신규 확진자가 1600명을 넘는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만큼 방역의 고삐를 쥐어야 할 시점은 분명하다. 일정 수준의 영업 제한은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다.

다만 방역 지침 강화로 인해 생계가 위협 받을 정도로 피해를 보는 이들에 대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일방적인 희생만 강요한다면 사회 혼란은 불가피하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신속한 지원을 주문하고 있다. 충분한 금액이더라도 적기에 지급하지 않으면 지원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 7일 소상공인 손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담은 손실보상법을 공포했지만 손실보상 금액과 시기는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서둘러야 한다. 세부 보상안을 짜고 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한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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