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자가 '그런 애'가 되는 세상에 항변한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연극 '사라져, 사라지지마'
성폭력 피해자가 '그런 애'가 되는 세상. 아동 성폭력을 다룬 이금이 작가의 동명소설이 바탕인 뮤지컬 '유진과 유진'(8월22일까지 드림아트센터 3관)은 피해자의 고통을 윤리적으로 톺아본다. 이 작가가 2004년 펴낸 '유진과 유진'은 '유진'이란 같은 이름을 가진 두 여중 2학년생들의 성장 이야기다. 이들은 유치원 원장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두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헤어진 두 아이들은 10년이 지나 중학교 2학년이 된 첫날, 우연히 다시 만난다. 두 유진은 과거의 사건에 대한 어긋난 기억을 풀어가고, 서로를 이해하며 위로하게 된다. 우리는 성폭력 피해자를 더 깊은 고통으로 내모는 경우를 수없이 봐왔다. 방관자들은 본인이 겪지 않은 일에 대해 애(哀)와 추(醜)를 혼동한다. 슬픔은 공감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걸 추로 헷갈려하니 피해자들이 더 큰 고통을 받을 뿐이다. 추악한 원장 탓에 '그런 애'로 낙인 찍힌 '유진과 유진' 속 큰 유진과 작은 유진도 그런 시선 때문에 과거를 인질로 잡힌다. 그들을 도왔던 아동 전문가는 아들이 큰 유진과 사귀자 "그런 애 만나지 말라"고 표리부동한 모습을 보여준다. 대본 김솔지, 작곡 안예은, 연출 이기쁨 등 여성 창작진의 합이 탄탄하다. 2인극으로 강지혜·이아진·김히어라·정우연·임찬민 등 배우들의 앙상블도 좋다.
반 전체 단톡방에 유영이 등장한 걸로 추정되는 비동의 성적촬영물이 유포된다. 순식간에 유영에 대한 좋지 않은 소문이 불어난다. 유영은 사라진다. 그녀의 친구인 은소, 고나, 남정은 사라진 유영의 행방과 그녀를 둘러싼 소문에 대해 고민한다. 그리고 진짜 유영의 모습을 알아가게 된다. 극작가 동인 괄호 소속인 도은 작가가 쓰고 연출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미스터리 구조를 차용한 이 연극은 여성 청소년을 수동적인 이미지의 피해자로만 보는 시선에 항의한다. 두 작품 모두 피해자의 고통을 과장해서 전시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 삶의 공간에서 대안을 찾고, 인물들의 연대를 보여준다.
사회의 얄팍한 시선이 그 아픔들을 들쑤시지만, 두 가족은 구성원에게 아픔과 괴로움을 솔직하게 털어냄으로써 긍정의 기운을 얻어낸다. '사라져 사라지지마' 속 마무리도 흥미롭다. 비동의 성적촬영물 속 인물이 유영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된 친구들은 그 인물들이 자신이라고 저마다 외친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연대 방법이다. 두 공연은 공연으로서 공연의 역할을 한다. 공감가는 극적 구성으로, 관객을 방관자의 자리가 아닌 연대의 자리로 끌고온다. 자신의 잘못이 아닌 일로 피해자가 된 이들에게 두 공연은 이렇게 말하며 위로를 건넨다. "네 잘못이 아니야."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