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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재개에도 끄떡없는 증시...힘 잃은 '반대운동'

등록 2021-07-2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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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B "금융당국 국민감사청구 신청할 것"

에이치엘비, 추가매수 운동에도 하락해

나재철 "우려에도 증시는 현재 안정적"

"특정 주주 모임", "주가 띄우기"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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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개인투자자 단체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에서 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공매도 반대' 홍보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2021.0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공매도가 재개된 지 두 달이 넘었지만 증시 활황세가 지속되면서 공매도 반대 목소리가 힘을 잃고 있다.

24일 한국투자자연합회(한투연)와 K-스트리트베츠(KSB)에 따르면 이들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국민감사청구를 신청하기 위해 회원들을 대상으로 이달말 까지 연명부 접수를 받고 있다.

KSB는 한투연 게시판에 "국내 주식시장이 일부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 교란되고 피해자가 속출하는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라며 "이 같은 공매도 세력의 편·불법을 동원한 시세조종 주가조작에 눈과 귀를 닫고 그 직무를 태만하게 유기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도 개선 없이 공매도를 재개해 외국계 공매도 펀드가 불법을 저지르는 것에 국민 항의가 계속되고 있어 이를 정부와 금융당국에 호소한다"며 "국민들의 불법 공매도 세력에 대한 항거를 군집행동으로 폄하하고 윽박지르면서도 정작 외국인 공매도 세력에는 일언반구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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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트리트베츠(KSB) 텔레그램 방 내에서 공유되고 있는 공매도 반대 밈(meme)  *재판매 및 DB 금지

공매도는 코스피200·코스닥150 지수 구성종목을 대상으로 지난 5월3일 재개됐다. 국내 주식시장이 개인 투자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인 만큼, 공매도가 재개되면 개인들이 외국인 기관 등의 공매도 세력에게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유였다.

이에 공매도 재개는 두 번 미뤄진 끝에 일부 종목에서만 재개됐지만 개인들의 반대는 여전하다. 올초 한투연은 금융위원회가 있는 광화문 인근에서 공매도 반대 버스를 운영하고 주식대여 해지 운동을 펼쳐왔다. 다음달 15일 광복절에 서울 종로 등에서 금융 독립 만세운동을 실시한다며 이에 참여할 개인투자자도 적극 모집해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반대 운동은 큰 반향을 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전체 시장 규모 대비 반대 운동에 참여하는 개인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매도 재개에도 증시는 활황세를 이어가면서 개인들의 반대 목소리가 이전보다 힘을 잃는 것으로도 보인다. 실제로 공매도가 재개된 뒤에도 코스피와 코스닥은 역대 최고치를 돌파하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은 지난 15일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아직까지 공매도에 대해 일부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공매도 재개로 주가 하락을 염려하는 개인투자자도 있지만 현재 증시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들이 원활한 헤지전략을 위해 공매도 가능 종목을 확대해달라고 한다.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와 같은 글로벌 지수에서 공매도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선진국 지수와 글로벌 스탠다드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며 "악의적인 불법 공매도는 차단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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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투연에 두산인프라코어 주주라고 밝히며 올라온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투자업계 일각에서는 공매도 잔고가 많은 종목을 대상으로 추가 매수 운동을 펼치는 것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고 있다.

KSB는 공매도 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을 종목을 대상으로 4주, 44주, 444주로 구입하자고 촉구했다. 첫 대상으로 에이치엘비를 목표로 했지만, 장초 상승 출발했던 에이치엘비 주가는 오히려 하락 마감했다.

지난 2월에는 에이치엘비를 비롯 셀트리온을 필두로 반대운동을 본격화하자 한투연 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당시 한투연 커뮤니티에는 "한투연은 특정 주주의 모임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다른 투자자들은 "왜 씨젠은 빼냐" 등 자신들의 투자 종목을 연이어 언급하는 일도 있었다. 이에 "이기적으로 굴지 말라", "여기는 개인 종목 상담소가 아니다", "지금은 하나에 힘을 모아야 할 때" 등 설전을 벌인 바 있다.

게다가 KSB는 지난 3월 에이치엘비를 대상으로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자고 했는데, 이것이 공매도 반대 운동이라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게임스톱을 표방한 공매도 반대 운동을 가장했지만 사실상 개인 투자자들의 주가 띄우기 아닌가"라며 "운동에 가담하는 투자자 중 에이치엘비 주주가 많은 데다, 어떤 종목을 그 대상으로 삼을 것인지 개인들끼리 다투는 것을 보면 마냥 이 운동이 순수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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