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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행거리 100만㎞' 트럭, 주차중 화재…차주 책임은?

등록 2021-08-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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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차서 발생한 불이 번져 손해입어

차주 관리 책임 두고 1·2심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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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오래되고 낡은 차량에 저절로 불이 붙어 옆에 주차돼 있던 차에 손해를 끼쳤다면, 관리를 하지 않은 차량 주인이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8년 자신 소유의 스카이차(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사다리차)에 불이 나자 B씨 등이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냈다.
    
당시 공터에는 A씨의 스카이차와 B씨의 트럭이 주차돼 있었다. 그런데 B씨 트럭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며 화재가 발생했고 옆에 세워져 있던 A씨 스카이차에 옮겨붙은 것이다.

이 화재로 A씨는 차량 수리에 1억4000여만원을 지출해야 하는 손해를 입었다. 이에 A씨는 B씨의 보험회사에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화재 발화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거절당했고 이 사건 소송을 청구했다.

화재가 발생한 트럭 소유주 B씨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할 책임이 있는지를 두고 법원의 판단이 나뉘었다.

민법 758조는 어느 곳에 세워둔 차량이나 기둥과 같은 시설물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쳤다면 소유주가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차량 등을 세워두면서 안전관리 등 보존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1심은 "B씨 차량의 화재는 스타트모터 부품의 하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B씨는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방호조치 의무를 다했으므로 보존의 하자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나, 차량 관리를 제대로 했는지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보험사와 함께 A씨에게 1억6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반면 2심은 "(화재가 발생한) 스타트모터 등은 평상시 차량 소유자가 관리하는 부품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차량 소유자가 평소 관리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여도 그 결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품으로 보인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B씨가 오래된 차량을 세워두면서 별다른 조치나 관리를 하지 않았다며 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 차량은 지난 2001년 생산됐고 2013년께 누적 주행거리가 100만㎞를 넘었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관은 배터리와 연결된 스타트모터 부분이 전기적 발열로 심하게 녹은 상태이며, 거기서 생긴 열과 불꽃은 주변의 가연성 물질에 불을 붙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후화된 B씨 차량은 전기장치의 결함에 대한 별다른 방호조치가 없는 상태에서 그로 인한 위험이 현실화해 결국 화재를 일으켰다"라며 "A씨가 입은 손해는 공작물의 설치·보존상의 하자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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