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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극장 개봉 원칙, 스트리밍에 넘길 수 없었다"

등록 2021-08-10 13: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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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4차 대유행 속 200만 돌파 목전

250억대 블록버스터…팬데믹 첫 韓영화 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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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8.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제작비가 많이 들어갔지만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에 대한 욕심은 적었어요. '아무리 비싼 돈을 준다고 해도 스트리밍으로 넘길 수 없다. 이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는 게 원칙이었죠."

영화 '모가디슈'를 통해 4년 만에 돌아온 류승완 감독이 코로나19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여름 극장가에 작품을 선보인 이유다.

10일 화상으로 만난 류 감독은 "'숫자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단 한 사람이라도 영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그들을 위해서라도 개봉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어 용기를 냈다"고 진심 어린 소회를 밝혔다.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의 탈출을 모티브로 한 영화로
총제작비 250억여원이 투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200억원대 한국 영화다.

그는 "작년 여름은 후반 작업을 하고 있어서 개봉할 수 없었다. 아프리카의 열기를 느끼게끔 여름에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팬데믹이 이렇게 길게 갈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고 운을 뗐다.

이어 "최근 영화가 개봉을 못 해서 후반 작업 업체들이 난리다. 영화 업계 전체가 너무나 힘들다. 저희가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지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코로나19 재유행 속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굳건히 지키며 올해 한국 영화 최초로 200만 관객을 목전에 두고 있다.

류 감독은 "거리두기 4단계가 계속되고 있고 올림픽도 있었다. 한편으로는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많이들 응원해주시고 관객분들도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이러한 성과를 냈다고 본다. 요즘은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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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8.10 [email protected]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만큼 철저한 자료 조사는 기본이었다. 류 감독은 "연출부와 함께 관련 조사를 엄청나게 한다. 엔딩 크레딧을 보면 만났던 사람과 참고했던 자료들이 쭉 나온다. 외교관, 종군기자, 북한 전문가 등을 만나고 관련 서적도 다 구해서 봤다. 또 부족한 것이 있어서 다단계 하듯이 계속 소개를 받으면서 인터뷰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했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라 할 수 있는 탈출 장면은 영화적 재미를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 부분이다. "탈출할 때 책을 덮어서 방탄 차량으로 만든 것은 실제는 없었어요. 실제 사건이 워낙 영화 같았죠. 정부군과 반군의 오해를 받아서 모두 사격을 받는데 한 사람만 죽었다니 믿어지지 않았죠. 너무 가짜 같은 현실이잖아요. 관객들이 볼 때 설득력을 높이고, 사실감을 주기 위한 설정이 필요했죠."

억지 신파 없이 절제된 감동을 선사한 것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한 소재일수록 대상에 대한 거리감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이성적으로 상황과 인물을 바라보려는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고 했다"고 떠올렸다.

특수관 상영과 관련해서는 "아이맥스는 내가 찍었는데도 처음 보는 장면처럼 느껴지는 것이 있었고, 돌비 애트모스는 음악의 파워, 사운드가 만족스러웠다. 스크린X는 배경만 확장한 것이 아니라 특정 장면은 더욱 강조해서 연출하는 등 공을 들였다"고 짚었다.

영화에서는 북한 사람들의 대사가 자막으로 처리됐다. 이에 대해 류 감독은 '베를린' 때 북한말이 잘 들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아 이를 반영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그는 "분단되고 세대가 몇 번 바뀌었다. 지금의 젊은 세대는 북한을 정말 타국으로 인식할 수 있겠다고 느꼈다"며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분단 상태에서 존재하는 북한 그 자체로 접근한다면 새로운 시선으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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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류승완 감독.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2021.08.10 [email protected]

배우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 구교환 캐스팅 과정에 대해서는 "놀라울 정도로 순조로웠다. 저도 참 신기했다"고 돌이켰다.

류 감독은 "배우들 모두 각본과 영화의 방향성에 대해 동의해 줬다"며 "배우들 모두 서로를 믿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마음가짐을 가졌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똘똘 뭉쳤다. 모두 제 편이 돼 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고마워했다.

현장에서 보여 준 배우들의 열연도 기억에 남다르다. 류 감독은 "작품에서 조인성, 구교환이 격렬하게 싸우는 장면이 있다. 그런데 거기서 김윤석이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아닌 표정을 짓더라. 그때가 제 생일이었는데 그 표정을 보는 순간 생일선물을 받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또 "조인성이 '코리안 시가렛'이라는 대사를 한다. 영어에 대한 부담감이 컸는데 그 부담감을 해소하고 돌파를 하니까 쾌감이 느껴졌다. 허준호가 대사할 때는 정말 영화 찍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며 "배우들이 집단으로 움직이는 장면들도 많았는데 그들이 눈빛, 행동 하나하나를 맞춰줄 때도 쾌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극장 개봉은 그 누구보다도 제가 절실했어요. 영화를 보면서 더 (극장 개봉이 맞다고) 느꼈죠. 공들인 만큼 극장에서 보면서 체험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배우들 연기와 해외 로케이션 풍광 등에 대해 호평해 주셔서 기분이 더 좋아요.(흥행의 이유는) 아무래도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고, 정성을 다해 만든 저희의 태도나 마음이 잘 찍혀서 이심전심이 아닐까 해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감사드려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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