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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건강한 '관찰 예능' 본보기…'아무튼 출근' 정겨운 PD

등록 2021-08-10 16: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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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으로 2주 결방 후 10일 오후 9시 21회 방송 예정

비연예인 '밥벌이' 소재로 MZ세대 포함해 전 세대서 인기

자극 없이 다양한 직업군 보여 줘 학교 교보재로도 사용돼

코로나19 시국에 여행 프로그램 대체하는 역할도 톡톡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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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0일 방송 예정인 최연소 테마파크 공연기획 감독 유상근. 정겨운 PD는 "놀이공원은 분위기를 느끼러 가는 경우가 많다. 분위기는 결국 퍼레이드 아닌가. 유상근씨는 자기가 그것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며 일한다"며 "놀이공원 이용 꿀팁을 비롯해 츄러스 맛집 등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사진=누리집 캡처)2021.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예능판은 명실공히 '관찰 예능' 전성시대다. 일부 관찰 예능은 연예인들의 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모습을 실제인 양 그려내 최근 큰 비판을 받았다.

이 가운데 시청률을 보장할 수 없는 비연예인을 앞세워 그들의 모습을 카메라 속에 담아낸 '관찰 예능' 하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익성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데다 MZ세대 포함 전 세대를 제대로 사로 잡았다는 평이다.

매주 화요일 오후 9시에 방송되는 MBC '아무튼 출근!'은 예능의 탈을 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찰 예능'의 시대에 편승하면서도 전무후무하다고 할 만한 '취업난'이라는 시대상을 잘 반영한 기획 덕분으로 풀이된다.
 
올림픽으로 2주간 결방 후 10일 오후 9시 21회 차 방송을 앞두고 있는 '아무튼 출근!'의 연출인 정겨운 PD를 지난 6일 전화로 만났다.

이 프로그램, 왜 시작됐나.

"경기 불황이고 '먹고사니즘'이 부각됐잖아요. 먹고 사는 게 가장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요. 시대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죠. 평생 직장 개념도 사라지고, 취업난은 심각하죠. 눈 뜨면 세계가 바뀌죠. 시대적, 사회적 환경 때문에 다른 사람 '밥벌이'에도 관심이 크게 올라갔다고 생각했죠."

'아무튼 출근!'은 비연예인들을 주인공으로 해 이들의 직장인으로서의 삶, 인간으로서의 삶을 비춘다. 형식은 '브이로그'(셀프캠, 자신이 스스로를 직접 촬영함)가 주를 이룬다. 유튜브에서 한창 유행하던 콘텐츠 방식을 차용함으로써 TV를 점점 멀리하는 MZ세대의 관심을 끄는 데 유효한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교 수업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다양한 직업군을 보여줄 수 있어 교보재로 사용한다고 한다. 어떤 학생은 직업박람회보다 유익하다고까지 말했다는 후문이다. 취업준비생, 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 참고서다.

일반 시청자들에게는 자신과 다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신기하다. TV의 주 소비층인 50~60대 어르신들에게는 자식들을 바라보는 것 같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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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아무튼 출근' 박지강 남극 장보고기지 월동대원 편(왼쪽)과 조아름 독일 가톨릭 종교 음악 감독 편. 정겨운 PD는 "독일 편을 보면 독일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장감이 있어 뉴스 같은 느낌도 느끼실 수 있어, 이 시국에 해외 편은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MBC 제공, 누리집 캡처)2021.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정 PD는 프로그램의 인기를 실감하냐는 질문에 "섭외에서 느낀다"고 답했다. 프로그램을 선보인 지 얼마되지 않았던 4월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그램 공동연출이었던 정다히 PD는 섭외의 어려움을 여러 번 토로한 바 있다.

정 PD는 "초반과 달리 신청이 진짜 많이 온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섭외 기준에 대해 설명했다.

"어떤 업종을 기준으로 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업종 기준은 없어요. 업종보다는 일에 진심이고 자기만의 직업관, 가치관을 보고 섭외를 하려고 노력합니다. 카드회사 직원 이동수씨가 대표적이라 할 수 있는데, 카드회사 직원이라서 섭외한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생각, 가치관을 보고 섭외한 것이었죠."

그동안은 꿈의 직장이라 불리는 대기업, 공기업의 20~30대의 '밥벌이'를 많이 보여줬다면 이제는 외연의 확장에도 힘쓸 계획이다.

정 PD는 "한창 사회에서 활발하게 사회 생활을 하는 연령대가 20대 후반, 30대 사람들이라 많이 섭외가 된 것 같다. 밥벌이의 활발한 시기를 보여주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군의 편중, 나이대의 편중에 대해서는 경계하려고 굉장히 노력하고 있다. 황충원씨는 유명세를 탄 분이긴 하지만 영세업자셨다. 나이 있는 분들을 아예 섭외를 안 하는 건 아니다. 그런 분들은 브이로그를 낯설어 하셔서 애로 사항이 있지만, 현재 실제로 공들이고 있는 분이 계시다"고 덧붙였다.

'아무튼 출근!'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해외 여행이 완전히 막힌 상황에서 '여행' 프로그램의 기능까지 대신해 주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촬영이 어려워진 상황 속에서 여러 여행 프로그램들이 과거의 영상을 보여주는 데 그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아무튼 출근!'은 해외에 사는 교민들의 '브이로그'를 통해 생생한 코로나19 속 타국의 모습을 보여줘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았다.

지난 5월25일 남극 편-장보고기지 월동대원 박지강의 극한 생존 밥벌이에 이어 지난달 20일 독일에 조아름의 가톨릭 종교 음악 감독의 밥벌이를 통해 시청자들은 해외 여행에 대한 욕구를 대신 채웠다는 평을 쏟아냈다. 조아름 편은 10일에 더 공개된다.

정 PD는 '아무튼 출근!'이었기에 가능했다며 비연예인 '브이로그' 콘셉트의 강점을 설명했다. 그는 "'브이로그'는 특성상 생생함이 강하다. 시청자에게 직접 말을 건다. 비연예인이다 보니 시청자는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극 편을 고민 끝에 하게 됐다. 남극을 못 가지만 열심히 찍어서 보내주셔서 방송을 했다. '이게 될까?' 싶었는데 되더라. 검증이 된 후로 독일 편을 진행했다"며 "미국 편도 방송될 예정이고, 이탈리아도 있고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라고 귀띔했다.

실제로 이날 인터뷰에 정겨운 PD는 이틀 밤을 새웠다며 횡설수설하더라도 이해해 달라며 연신 사과를 했는데, 현재 미국 편을 한창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방송이 예정된 미국 서부와 한국의 시차는 16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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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14년 차 주류 회사 영업 팀장 유꽃비. 정겨운 PD는 "2049의 반응이 확실히 좋은 게 우리보다 시청률이 잘 나오는 프로그램과 비교해 유튜브 조회수가 잘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PD는 우리 사회에 대한 작은 바람이 있다면 "모든 일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는 생각이 있었으면 좋겠다. 업종을 뛰어넘어 어떤 일을 하든"이라고 했다.(사진=누리집 캡처)20201.08.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10일에는 조아름을 비롯해 밥벌이 14년 차 주류 회사 영업 팀장 유꽃비, 최연소 테마파크 공연기획 감독 유상근 등의 '밥벌이'가 공개된다.

"유꽃비씨는 그 회사에서 최초이자 유일한 여성 팀장이에요. 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가치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는지를 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팀장으로서의 역할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시죠. 팀원들한테 귀감이 되는 팀장이라고 생각해요. 카드회사 이동수씨가 오버랩된다랄까. 직업군보다 이 사람에게 초점이 맞춰진 회차였어요. 무슨 일을 하냐보다 어떤 생각을 갖고 일 하는지를 특히 비추고 싶은 회차였죠.(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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