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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고범준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위로"

등록 2021-08-12 11:07:52   최종수정 2021-08-12 20: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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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만에 첫 솔로 '화이트 포슬린' 발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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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2021.08.12.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때론 늦은 것도, 늦지 않게 되는 순간이 있다. 고범준(47)이 데뷔 21년 만인 12일 오후 12시 발표하는 첫 정규음반 '화이트 포슬린(White Porcelain)'이 그렇다.

코로나19 시대에 위안을 주는 선율을 담았다. 무언(無言)의 연주 곡들은 말이 없지만, 그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첼리스트 지박과 바이올리니스트 박용은의 선율이 완성도를 높였다.

고범준은 2000년 밴드 '뜨거운 감자'로 데뷔했다. 이 밴드의 히트곡 '고백'의 작곡자가 고범준이다. 그는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와 일렉트로닉 듀오 '옷옷(OTOT)'을 결성하기도 했다.

2018년 첫 솔로 음반 '트라이앵글(Triangle)', 지난 2019년 '언 아무르 파세(Un amour passe)' 등 EP, 미니음반 등을 통해 일렉트로닉·클래식의 경계를 넘나들며 음악을 선보여왔다. 7곡이 담긴 이번 첫 정규 음반으로 실험의 한 챕터를 마무리한 고범준을 최근 합정 인근 카페에서 만났다.

-솔로 정규음반은 21년 만에 처음입니다.

"온전히 다 제가 해야 하니까, 새삼 멤버들의 소중함을 느꼈어요. 제가 느낀 감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긴 호흡을 가지고 온전하게 가져간다는 점은 좋았습니다."

-이번 음반을 작업하시게 된 감정의 시발점은 무엇입니까?

"팬데믹 시기에 혼자 보낸 시간이요. 그간 몰랐던 제 안의 우주를 발견하고 위로와 위안을 얻었습니다. 다른 걸 흉내내지 않고 제 안에 있는 걸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걸 생각했죠. 피아노가 먼저 생각이 났고, 그것의 연장성으로 스트링을 떠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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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2021.08.12.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비교적 손 쉽게 위로를 줄 수 있는 방법은 '좋은 가사'입니다. 그런데 가사가 없는 앨범입니다.

"가사는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글로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조금은 어려워요. '화이트 포슬린'은 음악으로,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한 앨범입니다."

-앨범 제목 '백자'(White Porcelain)가 독특합니다.

"친구 태몽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어요. 하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가 점차 다가와보니 커다란 백자였고 그게 품안으로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이야기가 신비로우면서 재밌고, 앨범 분위기와도 어울려 제목으로 써도 되냐고 물었죠. 흔쾌히 허락을 받아 백자라는 앨범 제목이 탄생했습니다."

-과거 태양계 9개 행성 중 막내였던 명왕성은 지난 2006년 행성 반열에서 퇴출, 왜행성이 됐죠. 첫 트랙 플루토(명왕성)는 어떤 곡입니까?

"플루토는 비록 태양계에선 제외됐지만 자기 자리에 존재하고 있어요. 우리의 삶속에도 사라지는 많은 것이 있죠. 특히 환경오염으로 사라지는 것이 많습니다. 그와 관련된 음악이에요.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등 환경보호를 위해 평소 작은 것부터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화악터널에 다녀오셔서 만든 '화악'(Peace in Your Heart), 사찰을 다녀오신 뒤 만드신 '통도사(Tongdosa)' 등 여행 시리즈도 눈길을 끕니다. 특히 '통도사'는 7분이 넘는 대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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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2021.08.12. (사진 = 소속사 제공) [email protected]
"통도사는 작년에 부산에 갔다,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계획 없이 방문했어요. 세월을 품은 사찰을 보면서 커다란 울림을 받았습니다. '원 테이크'로 한번에 만든 곡이에요. 원래 여행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작년에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한국의 3대 사찰을 소재로 해 음악을 만들고 싶고, 전국을 돌며 채집한 소리를 기반으로 프로젝트도 해보고 싶어요."

-어릴 때 음악을 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데뷔는 어떻게 하시게 됐습니까.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어요. 매일 라디오만 듣는 '라디오 키드'였죠. 그 때 들었던 음악이 감정의 자양분이 됐습니다. 저희 때는 '강변가요제' '대학가요제'가 음악을 하는 주요 통로였어요. 공대를 지원했다가 재수를 하게 됐는데, 실용음악과를 알게 됐어요. 서울예대 실용음악과에서 작곡 전공을 하게 됐죠. 1996년께 극단 학전에서 '지하철 1호선' 공연 때 베이스 연주를 맡기도 했죠. '모스키토' 연주도 했고요. 그 때 윤도현 형을 만났고, 도현이 형이 친구 김C 형을 소개시켜줘서 1997년 뜨거운감자가 결성된 거죠. 학전의 김민기 대표님은 음악에 대한 생각을 바꿔주신 분이에요."

-또 다른 수록곡 '더 레드(The Red)'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다고요.

"음악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것은 위로라고 생각해요. 이번 음반을 통해서 저 스스로도 위로를 많이 받았어요. 제가 느꼈던 모든 감정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20~30때에는 '불 같은 사랑' 등이 인풋으로 쌓였는데, 지금은 자연 등으로부터 위안을 받고 있어요. 좋은 인풋이 쌓이니 좋은 아웃풋도 생기더라고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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