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삼총사' 장소영 "뮤지컬만큼 조화하는 것이 있을까요?"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 협업공연9월 17일~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장 감독이 작곡한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피맛골연가' '투란도트'의 선율은 그래서 객석에 일방적으로 꽂힌 게 아니라 인물들과 쌍방으로 대화했다. 캐릭터의 내면 풍경을 들리게 하는 것이 장 감독의 일이니, 뮤지컬 '조선 삼총사'(극본 이미경·연출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9월 17일~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 주인공이 각자 생각은 달라도 화음을 빚어내는 건 당연하다. 평양 출신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 농민 반란을 이끈 '홍경래', 강직한 금위영 대장 '조진수'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이 믿는 원천은 하나라는 걸 장 감독의 손 끝에서 탄생한 음악은 설득해낸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장 감독은 "제가 작품을 선정할 때 기준은 '소 왓'(So what?·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이냐?)이에요. 이 작품을 '이 시기에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일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선삼총사'는 1811년(순조 11년)에 일어났던 '홍경래의 난'이 배경입니다.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에 맞서 자신의 이권보다 조선의 평화를 꿈꿨던 세 친구의 이야기인데요, 각 인물의 특징을 반영한 주제 선율은 무엇입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 간 협업을 통해 제작되는 공연 '아트(ART)-9세종'의 두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100여 명의 대규모 출연진, 전통과 현대의 융합 등 고민이 많으실 거 같아요. "무용단 안무만 먼저 보고 음악을 입혀보는 시도도 했어요. 뮤지컬단이 합해졌을 때 자연스러워졌으면 했죠." -작곡가와 음악감독으로서의 균형감이 탁월하신 거 같아요. 그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공연 영상음악제작 TMM·True Music True Mind)를 차리면서, 작곡가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예산, 재료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거죠. 작곡가가 어떤 상황에 대해 100%라고 우기면 무리수가 생깁니다. 제가 초짜일 때는 배우들의 음이 올라가지 않으면 연습을 엄청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상태를 찾아요.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하죠. 배우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때, 뮤지컬도 최고가 되잖아요. 처음엔 바꿔달라고 하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 '도전인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배우가 먼저 부탁하기 전에, 제가 '바꾸자'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요. 그것이 '나를 죽이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조심스럽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을 사회로 끌어 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죠. (가을 '웰컴씨어터'의 하나로 열리는) '피맛골연가 미니 콘서트'도 그 일환이에요. 제가 영향력이 있어서 이런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잘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박애주의자는 아니에요.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저 역시 목표가 생겨요. 학생들과 나중에 같은 무대에 서면 얼마나 좋을까요." -차세대 뮤지컬 스타 발굴을 위한 채널A '2021 딤프(DIMF) 뮤지컬스타'에서도 참가자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심사위원이셨어요.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을 느꼈어요. 함부로 못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힘들고, 잘 한다는 이야기도 그들에게 독이 될 수 있죠. 11명하고 딤프 콘서트를 하면서, 합을 이루는 과정이 있었어요. 참가자들이 독창만 하다가 합창을 하게 됐는데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거예요. 서로 양보도 하고요. 그 때 보람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배우는 것이 진짜 많았어요. 열정이 없어진 기성세대가 됐는데, 어느새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이게 상호 작용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현지에서 더 많이 작업했을 거예요. 작년에도 3개월가량 중국에 있었습니다. '미스터 마우스'가 중국어로 번역돼 음악감독을 했어요. 중국 뮤지컬계가 놀라운 건 관객분들이 스태프들에게 사인을 받는다는 거예요. 창작을 하는 스태프에 대한 존중심이 있고, 한국 뮤지컬에 대해 배울 것이 많다며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요. (뉴욕을 대표하는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 연출과 중국에서 공연할 이머시브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줌을 통해 회의를 하는데 다국적 스태프들의 모임이라 3, 4개국어가 막 오가요. 한국어가 쏙쏙 들어오죠. 하하." -감독님 말씀을 듣다 보면, 뮤지컬은 정말 앙상블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곡가가 좋은 점이 김선달이 돼 봤다가, 홍경래가 돼 봤다가, 조진수도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을 이해해야만 멜로디와 가사가 나오죠. 제가 정치에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 누구의 의견을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의견, 다른 행동에 다 일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합을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죠.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도, 주연이 돋보이는 만큼 조연과 앙상블이 돋보이는 장면도 있다는 점이에요. 앙상블이 주연일 때가 있고, 주인공이더라도 뒤로 물러서야 할 때가 있죠. 그런 조율 과정이 재미예요. '과연 뮤지컬만큼 정말 조화하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 장르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하하. 공연이 잘 돼야 한다는 그 목표 때문에 모두 하나가 됩니다. 그 마음이 뭉친 첫 공연 에너지의 맛을 본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끊을 수 없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그런 열기 때문이 아닐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