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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삼총사' 장소영 "뮤지컬만큼 조화하는 것이 있을까요?"

등록 2021-08-20 16:29:45   최종수정 2021-08-20 18: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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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 협업공연

9월 17일~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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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소영 작곡가 겸 음악감독. 2021.08.20. (사진 = DIMF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장소영 음악감독(TMM 대표·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은 자신의 머리가 아닌 인물의 마음에 들어가는 작곡가다.

장 감독이 작곡한 '싱글즈' '형제는 용감했다' '피맛골연가' '투란도트'의 선율은 그래서 객석에 일방적으로 꽂힌 게 아니라 인물들과 쌍방으로 대화했다.

캐릭터의 내면 풍경을 들리게 하는 것이 장 감독의 일이니, 뮤지컬 '조선 삼총사'(극본 이미경·연출 한진섭 서울시뮤지컬단 단장, 9월 17일~19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세 주인공이 각자 생각은 달라도 화음을 빚어내는 건 당연하다.

평양 출신 희대의 사기꾼 '김선달', 농민 반란을 이끈 '홍경래', 강직한 금위영 대장 '조진수'는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지만 그들이 믿는 원천은 하나라는 걸 장 감독의 손 끝에서 탄생한 음악은 설득해낸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장 감독은 "제가 작품을 선정할 때 기준은 '소 왓'(So what?·그래서 뭐 어떻다는 것이냐?)이에요. 이 작품을 '이 시기에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일 먼저 고민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선삼총사'는 1811년(순조 11년)에 일어났던 '홍경래의 난'이 배경입니다. 세도정치와 삼정문란에 맞서 자신의 이권보다 조선의 평화를 꿈꿨던 세 친구의 이야기인데요, 각 인물의 특징을 반영한 주제 선율은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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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소영 작곡가 겸 음악감독. 2021.08.20. (사진 = DIMF 제공) [email protected]
"홍경래는 실존 인물, 김선달은 설화로 전해내려 오는 인물이고, 조진수는 이번에 만들어진 캐릭터예요. 조진수는 온건파입니다. 나라가 있어야 백성이 있다고 주장하죠. 반면 홍경래는 강경하게 쟁취하는 것이 '우리가 살길'이라고 이야기하죠. 그 중간에서 김선달은 위트 있게 행동해요. 홍경래의 선율은 행진곡 풍의 진취적이고, 조진수의 것은 그가 나라를 대변하는 정석 같은 공무원이니 클래시컬하고 부드럽죠. 김선달의 선율은 해학적이고 위트가 있어요. 겉보기엔 속이 없어 보이지만 많은 활동을 하죠. 세종문화회관 산하 서울시예술단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만큼 국악·재즈 리듬도 섞이는데 그런 협업 선율은 김선달이 주로 맡아요. 세 명을 움직이게 원천은 하나인데 각자 수단과 방법이 다르죠. 이런 이야기가 지금의 현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말씀하신 것처럼 서로 다른 장르의 세종문화회관 산하 예술단 간 협업을 통해 제작되는 공연 '아트(ART)-9세종'의 두 번째 프로젝트입니다. 100여 명의 대규모 출연진, 전통과 현대의 융합 등 고민이 많으실 거 같아요.

"무용단 안무만 먼저 보고 음악을 입혀보는 시도도 했어요. 뮤지컬단이 합해졌을 때 자연스러워졌으면 했죠."

-작곡가와 음악감독으로서의 균형감이 탁월하신 거 같아요. 그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걸로 알고 있습니다. 

"회사(공연 영상음악제작 TMM·True Music True Mind)를 차리면서, 작곡가의 입장만 생각하지 않게 됐어요. 예산, 재료 등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된 거죠. 작곡가가 어떤 상황에 대해 100%라고 우기면 무리수가 생깁니다. 제가 초짜일 때는 배우들의 음이 올라가지 않으면 연습을 엄청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무대 위에서 배우가 편안하게 부를 수 있는 상태를 찾아요. 그 사람에게 맞는 옷을 입혀야 한다고 생각하죠. 배우가 최고의 모습을 보일 때, 뮤지컬도 최고가 되잖아요. 처음엔 바꿔달라고 하면 '나를 무시하는 건가' '도전인가'라는 생각도 했어요. 하지만 이제 날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게 됐죠. 배우가 먼저 부탁하기 전에, 제가 '바꾸자'라고 먼저 이야기를 해요. 그것이 '나를 죽이는 게 아니고, 결과적으로 나를 살리는 일'이라는 걸 깨달은 거죠. 이 사실을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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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선 삼총사' 포스터(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2021.07.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일도 꾸준히 해오고 계십니다.

"조심스럽지만, 교수들은 학생들을 사회로 끌어 주는 교량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줘야죠. (가을 '웰컴씨어터'의 하나로 열리는) '피맛골연가 미니 콘서트'도 그 일환이에요. 제가 영향력이 있어서 이런 무대를 만드는 게 아니라, 잘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요. 그렇다고 제가 박애주의자는 아니에요. 열정을 가진 친구들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저 역시 목표가 생겨요. 학생들과 나중에 같은 무대에 서면 얼마나 좋을까요."

-차세대 뮤지컬 스타 발굴을 위한 채널A '2021 딤프(DIMF) 뮤지컬스타'에서도 참가자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심사위원이셨어요.
 
"한마디 한마디의 무게감을 느꼈어요. 함부로 못 한다는 이야기는 당연히 힘들고, 잘 한다는 이야기도 그들에게 독이 될 수 있죠. 11명하고 딤프 콘서트를 하면서, 합을 이루는 과정이 있었어요. 참가자들이 독창만 하다가 합창을 하게 됐는데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는 거예요. 서로 양보도 하고요. 그 때 보람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배우는 것이 진짜 많았어요. 열정이 없어진 기성세대가 됐는데, 어느새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이게 상호 작용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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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장소영 작곡가 겸 음악감독. 2021.08.20. (사진 = DIMF 제공) [email protected]
-중국에서 수백만명이 온라인으로 본 뮤지컬 '충성'을 작곡하시는 등 현지에서 뮤지컬 한류스타로 통하세요. '투란도트'가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어 러브콜도 많이 받으셨죠?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현지에서 더 많이 작업했을 거예요. 작년에도 3개월가량 중국에 있었습니다. '미스터 마우스'가 중국어로 번역돼 음악감독을 했어요. 중국 뮤지컬계가 놀라운 건 관객분들이 스태프들에게 사인을 받는다는 거예요. 창작을 하는 스태프에 대한 존중심이 있고, 한국 뮤지컬에 대해 배울 것이 많다며 경외심을 가지고 있어요. (뉴욕을 대표하는 이머시브 공연인) '슬립 노 모어' 연출과 중국에서 공연할 이머시브 작품을 준비 중이에요. 줌을 통해 회의를 하는데 다국적 스태프들의 모임이라 3, 4개국어가 막 오가요. 한국어가 쏙쏙 들어오죠. 하하."

-감독님 말씀을 듣다 보면, 뮤지컬은 정말 앙상블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작곡가가 좋은 점이 김선달이 돼 봤다가, 홍경래가 돼 봤다가, 조진수도 될 수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을 이해해야만 멜로디와 가사가 나오죠. 제가 정치에 관심이 있지는 않지만 누구의 의견을 '맞다 틀리다'가 아닌 '다르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다른 의견, 다른 행동에 다 일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합을 이루는 과정이 중요하죠. 제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이유도, 주연이 돋보이는 만큼 조연과 앙상블이 돋보이는 장면도 있다는 점이에요. 앙상블이 주연일 때가 있고, 주인공이더라도 뒤로 물러서야 할 때가 있죠. 그런 조율 과정이 재미예요. '과연 뮤지컬만큼 정말 조화하는 것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이 장르를 사랑할 수밖에 없어요. 하하. 공연이 잘 돼야 한다는 그 목표 때문에 모두 하나가 됩니다. 그 마음이 뭉친 첫 공연 에너지의 맛을 본 사람은 아무리 힘들어도 끊을 수 없어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찾는 이유가 그런 열기 때문이 아닐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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