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문화일반

[인터뷰]만화가 김형배 "웹툰·종이 보완적 관계…거대 포털 장악 아쉽죠"

등록 2021-08-20 17:26:08   최종수정 2021-08-20 19:29:29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9월4~12일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

"로보트 태권V, 애증적 관계…원작자 아니라 스트레스"

associate_pic
[부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형배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이 19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만화는 있는듯 없는듯 늘 우리 주변에 있어왔죠. 코로나 시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만화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아요. 만화는 언제나 친근한 존재죠."

'로보트 태권V'로 우리에게 친숙한 김형배 만화가를 지난 19일 경기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여파로 다소 한산했지만 보이지 않는 곳곳에서 축제 준비의 열기를 느낄 수 있었다. 

9월4~12일 개막하는 제24회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을 맡았다. 9일간 '뉴 노멀, 새로운 연결'을 주제로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지난해에 이어 전면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코로나19 이후 거리두기, 온라인의 일상화라는 측면에서 '뉴 노멀'과 더불어 만화가 새로운 연결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축제 마스코트 '만덕이'가 모션캡쳐 기술과 융합된 실감형 개막식을 선보일 예정이며, 온라인을 통해 만화세계로 접속하는 내용의 개막식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부천시내 주요 버스정류장에 AR포토존을 설치해 만화와 함께 하는 실감나는 체험을 제공한다.

'나빌레라', '유미의 세포들', '민간인 통제 구역', '나의 임신중지 이야기' 등 '2021 부천만화대상' 수상작 특별 전시와 함께 만화·웹툰 작가 랜선 팬미팅, 웹툰 쇼케이스 등 풍성한 온라인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associate_pic
[부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형배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이 19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9.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코로나 때문에 우리만 힘든 건 아니지만, 작년보다 상황이 좀 나아지겠다 기대했는데 다시 극성이라 어려운 면이 많다"며 "결국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전시를 하게 됐는데 아무래도 기술적인 면에 대해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코스프레도 10여개 국가에서 30개팀을 선발해서 온라인으로 진행됩니다. 한국에서도 10개팀이 참여하죠. 이런 행사는 아무래도 오프라인으로 해야 사람들 시선도 끌고 하는데, 아쉽죠. 나름대로 온라인에서 잘 준비하고 있습니다."

웹툰의 활성화로 만화계가 나름 호황을 누리고 있다. 그는 "웹툰이 시작된지는 20년 정도 됐지만 활성화된건 5~6년 정도"라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 일본, 미국 등 세계시장이 열리고 있고 확산될 가능성이 많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종이책 시장은 작아지는 데 대해서는 우려감을 내비쳤다. "종이만화의 장점은 소장력이죠. 그냥 추억 속에 남겨둔 채 버릴 것이냐, 그건 아니라고 봐요. 웹툰과 보완적인 관계로 가야죠. 만화는 다양성이 중요합니다. 이번 축제에서도 포털 연재 만화 외에 독립만화에 대한 전시도 할 예정입니다."

associate_pic
[부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형배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이 19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9. [email protected]
특히 네이버, 카카오·다음 양대 매체가 웹툰 플랫폼을 장악한 데 대해 걱정이 많다.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 만화 시장은 두 개 거대 포털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물론 산업적 효과는 커졌고 수익도 올라갔겠지만 매체가 형식을 지배한다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제 작가들이 창작할 때 플랫폼을 먼저 생각하게 된다. 꼭 종속관계가 된 것 같은데 이건 아니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하지만 이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게 현실"이라고 쓴소리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도 이제 더 이상 만화가 아닌 웹툰을 가르칩니다. 만화에는 다양성이 중요한데 이게 과연 좋은 일일까요. 원로 작가들은 다들 우려하고 있어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거대 포털을 무시하란 얘기를 할 순 없죠. 우려가 큽니다."

김 위원장은 4년 전 뇌경색으로 투병 생활을 하다 최근 완치 후 다시 활동을 재개하고 있다. 그는 "100% 완치는 됐지만 미세하게 청력, 시력이 좋지 않다. 모니터 화면도 오래 볼 수 없다"며 "요즘은 만화 작업보다는 대형 작품 위주로 그리고 있다. 주문도 많고, 개인 전시회 준비도 계속 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그렇다고 신작에 대한 꿈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나이도 있고, 만화의 마지막 작품으로 불교, 붓다 이야기에 현대적인 해석을 가미해 그리고 싶어요. 젊었을 땐 팔만대장경 생각을 했었는데 이젠 체력이 힘들 것 같네요. 그래도 마지막 작품을 하고 싶은 생각이 있습니다."

associate_pic
[부천=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형배 부천국제만화축제 운영위원장이 19일 오후 경기 부천시 한국만화영상진흥원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8.19.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의 대표작으로 알려진 '로보트 태권V'에 대해서는 "애증적 관계"라고 정의했다. "원래 제가 원작자는 아니잖아요. 애니가 먼저 나오고 만화가 뒤늦게 나왔고. 저 말고 그린 사람들도 있는데 유독 저만 부각됐어요. 원작자가 아니다보니 스트레스가 많았죠."

1980년대 SF만화의 선구자라는 표현에는 "당시엔 아예 개념이 없었다"고 웃었다. "'공상과학 만화'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게 일본식 용어예요. 좀 부정적 느낌도 있고 폄하가 많이 됐죠. 실제 내용이 과학과 멀기도 했고. 그런데 당시엔 자료가 너무 없었어요. 외국서적을 파는 곳도 서울에 딱 두 군데 있었는데 영어라 공부하기도 힘들고,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어떤 만화를 봤을까. 그는 "웹툰을 많이 보진 않지만 화제가 된 작품들은 그래도 많이 봤다. '이태원 클라쓰'나 '나빌레라' 같은 작품"이라며 "독립만화 중에서는 정용현 작가의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고 전했다.

"요즘 다들 힘들죠. 그래서 더 접근하기 편하고 돈도 많이 안 들어가는 만화를 찾게 되는 것 같아요. 부담 없이 외로움도 달래고 삶에 대한 위로도 받고. 과거와는 다르게 작품 형태도 다양해졌어요. 만화 많이 읽어주세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