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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오' 라예송 음악감독 "자연의 소리, 흉내낼 수 없죠"

등록 2021-08-2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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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무용단 신작, 9월 2~5일 달오름극장

환경문제 다룬 전통무용 공연...'오행'으로 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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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라예송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라 작곡가는 환경문제와 동양의 음양오행을 접목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섯 오'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2021.08.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곡가 겸 음악감독 라예송(36)의 군더더기 없는 음악엔 풍경이 있다. 모래알처럼 정수만 남은 선율은 갓 만들어졌어도, 돌이 깎인 듯 유장함이 흘러 넘친다. 그래서 춤이든, 이야기든 그녀의 음악이 스며들면 곡절도 자연스레 붙는다.

손인영 예술감독이 국립무용단 신작 '다섯 오'(9월 2~5일 달오름극장)를 앞두고 일찌감치 라 감독에게 러브콜을 보낸 이유다. 환경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본 전통무용 공연이다. 동양의 음양오행(陰陽五行)으로, 만물에 내재한 질서와 순환하는 삶의 진리를 춤으로 풀어낸다.

음양오행 사상은 음(陰)과 양(陽)의 소멸·성장·변화, 그리고 음양에서 파생된 오행(五行)인 수(水)·화(火)·목(木)·금(金)·토(土)의 움직임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사상이다.

라 감독은 다섯 가지 원소의 특성을 반영한 악기로, 음악을 지어냈다. 목에서는 목탁을 활용하고, 금은 날카롭고 카랑카랑한 쇳소리를 내는 꽹과리·바라를 썼다. 토는 흙으로 빚은 우리 전통 관악기 '훈(塤)'을 사용했다. 직접 구음(口音·입으로 내는 소리)을 하기도 했다.

최근 국립극장에서 만난 라 감독은 "오행을 가지고 무용으로 현실을 풀어내는 여정에, 음악이 안내자의 역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작곡·연주, 평론을 오가는 팔방미인으로 통한다.

다음은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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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국립무용단 '다섯 오'. 2021.08.27. (사진 = 양동민 제공) [email protected]
-원소의 특징을 반영한 악기는 예전부터 있어왔죠?

"네 조선시대 성종 때 편찬된 궁중음악서 '악학궤범(樂學軌範)'에도 여덟 가지 재료에 따라 만들어진 악기를 설명한 '팔음도설'이 나와요. 금으로 만든 거, 돌로 만든 거, 대나무로 만든 거 등이죠. 전체가 오행 안에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매치를 시켰습니다."

-최대한 재료 그대로 사용하는 악기들은, 환경 보호와도 직결이 될 거 같아요.

"네 그럴 수 있죠. 옛날 악기를 더 사용하지 않는 까닭은 많은 소리를 내지 못하거나, 다른 악기와 사용하는 게 불편하기 때문이죠. 가야금줄 수를 늘리거나, 대금에 키를 달거나 등 개량하는 이유죠. 편하게 연주하기 위해 악기를 새로 만들려고 하지 않아요. 편성도 너무 무겁지 않게, 간단한 느낌이 들도록 하죠. 여러 악기가 나와도 한 사람이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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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라예송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라 작곡가는 환경문제와 동양의 음양오행을 접목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섯 오'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2021.08.27. [email protected]
-최고의 소리는 자연의 소리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자연의 소리는 흉내를 낼 수가 없죠. 그래서 악기가 본연이 가지고 있는 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작곡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에 사람이 내는 소리, 즉 구음이 나오는 이유도 자연스러움을 위한 것인가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수긍하는 것도 사람이잖아요. 메시지를 던지는 이도, 받는 이도 모두 사람이고요. 사람과 자연의 조화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요. 함부로 자연을 지배하면, 지금과 같은 상황(코로나19)이 벌어질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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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라예송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라 작곡가는 환경문제와 동양의 음양오행을 접목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섯 오'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2021.08.27. [email protected]
-안성수 전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 안무한 '제전악-장미의 잔상' 등 주로 현대무용 음악 작업을 해오셨어요. 전통무용 기반의 국립무용단과는 이번이 첫 작업인데, 차이가 있나요?

"우선 무용수분들의 움직임을 일부 보고, 그 움직임을 예상해서 작업을 해요. 전통무용의 경우 장단이 더 잘 들릴 수 있죠. 그래도 무엇보다 주제를 따라가려고 해요. 그때 그때마다 작품을 마음으로 대하려고 합니다."

-무용 음악작업은 흥미롭나요?

"사람들을 춤 추게 만드는 것이 재밌어요. 개인적으로도 춤 추는 것을 좋아해요. 특히 춤은 말을 하지 않아서 음악이 중요하죠. 그래서 무용과 같이 작업한다는 것이 짜릿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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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라예송 작곡가가 지난 24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뉴시스 인터뷰를 마치고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라 작곡가는 환경문제와 동양의 음양오행을 접목한 국립무용단의 신작 '다섯 오'의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2021.08.27. [email protected]
-유튜브를 통해 개인작업도 꾸준히 선보이고 계세요.

"작은 음악극 형태예요. 언어가 없이 음악을 가지고 극처럼 만드는 거죠. '나는 이러하다'라는 걸 목소리로 내는 대신 음악으로 표현하는 겁니다. 순수한 제 작업이라 개인적인 것을 많이 담아요." 

-글 재주도 갖고 계시죠. 2015년엔 국립국악원 학술상 평론상을 받으셨습니다.

"자기 생각을 글로 쓴다는 건 더 어려워요. 음악은 그걸 숨길 수 있거든요. 하지만 글은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만큼 더 사유하게 됩니다."

-'다섯 오'로는 어떤 사유를 하고 계신가요?

"'혼돈의 시대'에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됐어요. 안무가, 미술가, 무용수들이 다 같이 고민한 만큼 메시지가 잘 전달됐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계몽의 차원이 아니었으면 해요. 영향은 감히 줄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진솔하게 이야기하면, 관객분들이 자신의 것으로 받아가실 게 있을 겁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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