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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교수 "좋은 음악가는 음악 자체로 헌신"

등록 2021-09-07 15:5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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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앨범 '다스 레벤(Das Leben)' 간담회

"'저평가 됐다' 평도 관심이라 감사"

24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서 리사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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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2021.09.07. (사진 = WCN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45·한양대 음대 교수) 앞엔 항상 '저평가'라는 수식이 따랐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 등 이미 업계에선 그의 연주 실력을 인정했다. 바이올린 전공 학생들 사이에서도 '음색이 독특하다'며 필청 연주자 중 한명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대중적으로는 그의 이름이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김응수 교수는 7일 서울 서초동에서 열린 새 앨범 '다스 레벤(Das Leben)' 간담회에서 "'저평가 됐다'고 얘기해주시는 것조차 관심이라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우크라이나 태생의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1908~1974)를 언급했다. 비에냐프스키 콩쿠르에서 2위 등 생전에 만년 2위를 했던 오이스트라흐는 현재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통한다.

 "오이스트라흐는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연주자들에 비해 당시 명성이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숱한 연주자들이 영감을 받은 연주자로 손꼽히죠."

김 교수는 폴란드 출신으로 마흔두살에 데뷔한 바이올리니스트 헨리크 셰링(1918~1988)의 이름도 빼놓지 않았다.

"전 음악은 음악으로 담아야 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어요. 모차르트, 베토벤 같은 작곡가도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본인의 주관대로 힘든 삶을 살았지만, 결국 우리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남겼죠. (빛을 크게 보는) 시기는 다 다릅니다. 여러분들에게도 연주를 들려줄 시간이 많기 때문에 그런 기회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김응수 교수는 해외 굵직한 콩쿠를를 다수 휩쓸며 해외에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서울예고, 빈 국립음대, 그라즈 국립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를 졸업한 그는 이탈리아 지네티 국제콩쿠르 1위, 그리스 마리아 카날스 국제콩쿠르 1위, 티보르바르가 국제바이올린콩쿠르 2위 등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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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2021.09.07. (사진 = WCN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스위스 비일 심포니 오케스트라, 독일 궤팅엔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프라하 챔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고 2012년부터는 오스트리아 레히 클래식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및 메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브라질 그라마도 뮤직 페스티벌의 상주 연주가로 재초청됐다.

 이번에 발매한 앨범 '다스 레벤'은, 부제 '바이올린으로 그리는 삶'이 증명하듯 그의 곡절이 가득하다.

지난 2017년 데카를 통해 앨범 '동경(Sehnsucht)'을 발매했다.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와 함께 브람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 무산됐고 이번 앨범으로 방향을 틀었다.

앨범엔 드보르작 '네 개의 로맨틱 소품'과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엘가 '사랑의 인사', 글룩 '멜로디' 등이 실렸다. 특히 파라디스 '시칠리안느'는 그가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품게 해준 곡 중 하나다.

 "2016년에 아버지, 작년에 어머니가 소천하신 이 표현이 맞을 지 모르겠지만 '고아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사랑의 인사'는 어머니가 특별히 사랑해주셨던 곡이라, 이번 앨범 담았다"고 설명했다. "어머니가 소천하신 뒤 삶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다"고 했다.

이전에도 김응수 교수가 바라보는 삶의 관점이 변화한 일이 있다. 2004년과 2006년에 겪은 안면마비다. 처음엔 오른쪽, 두 번째엔 왼쪽이 마비가 됐다. 얼굴에 팔자 주름처럼 남아 있는 것이 후유증이다. 이로 인해 러시아 투어 14회가량을 취소해야 했다.

경제적인 상황도 평탄치 않았다. 티보 바르가 콩쿠르 참가 당시엔 돈이 모자라 약 3주 간 초콜릿 크루아상만 먹었다. 한양대에 교수로 임용한 뒤에도 고시원에서 1년은 보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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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2021.09.07. (사진 = WCN코리아 제공) [email protected]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깊이가 어려울 때마다 그를 건져냈다. 그리스·로마 신화 등이 기반이 된 곡들이 많은 클래식 음악은 "심오함과 깊이가 있어서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는 그는 "좋은 음악가의 기본은 좋은 태도"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 첫 번째 곡인 드보르작 '네 개의 로맨틱 소품'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로애락을 담았어요. 악장마다 한 가지 이상의 감정이 집중돼 있죠. 그래서 삶의 변곡점들에 대해 생각을 했고, 마지막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관점이 넓어진 것도 있죠."

그러면서 김 교수는 오이스트라흐 일화를 하나 들려줬다.  오이스트라흐 옆집에 사는 사람은 그가 잠을 안 잔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잠들기 전에도 연주를 하고 있고, 잠에서 깨어났을 때도 연주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좋은 음악가들을 보면, 음악 자체로 헌신하는 사람들이 아닌가해요. 그런 삶을 따라가며 살기보다는, 당연하게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는 2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리사이틀을 펼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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