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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무기 과시 없는 심야 열병식…"내부 결속용" 평가

등록 2021-09-09 15:5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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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자력갱생 강조 내치용 행사' 평가

"길게 보고 美 압박하면서 상황 주시"

"정규군 아닌 예비군 중심…격려에 방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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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정권수립일 73돌 경축 민간 및 안전무력 열병식이 수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렸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서울=뉴시스] 남빛나라 기자 = 9일 북한이 정권 수립일 73주년을 맞아 진행한 심야 열병식은 대남·대미 메시지를 보내기보다는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사로 분석된다. 현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신중한 접근법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심야 열병식이 개최됐다고 알렸다. 올해는 정권수립 73주년, 당 창건 76주년으로 정주년(5주년, 10주년 단위 기념일)이 아니란 점에서 다소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해 10월10일 당 창건 75주년을 맞아 심야 열병식을 최초 개최하고 올해 1월14일 8차 당 대회 때도 심야 열병식을 열었다. 세번째인 이날 행사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들어 첫 대규모 열병식이다.

전문가들은 열병식 전반을 볼 때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내치용 행사라고 평가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참석하긴 했지만 직접 연설하진 않았다.

과거 열병식과 달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새로운 전략무기도 등장하지 않았다. 연설에 나선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중앙위 비서는 전략무기나 대외 관련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반적으로 미국을 압박하지만 판을 깨지는 않겠단 생각으로 강약을 조절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는 상황의 변화가 이뤄지는 걸 보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규군이 아니라 농민과 노동자로 구성된 예비전력인 노동적위군 및 경찰 격인 사회안전무력이 중심이 된 점도 눈길을 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애초에 북한 주력군이 주체가 아닌 행사에서 새로운 무기나 대남·대미 메시지가 나온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정규군이 동원되지 않았다는 건 현재 내부 결속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홀대받은 노동적위군에 대한 일종의 격려에 더 방점이 찍혔다"고 설명했다.

신종우 한국국방포럼 위원은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열병식"이라며 "이런 열병식으로 김정은 집권을 대내적으로 공고히 하는 정치적인 행사"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일단 북한이 다가오는 당 창건 76주년 기념일(10월10일)에 어떤 움직임을 나타낼지 주목하고 있다.

북한 입장에선 10월을 넘기면 '혈맹' 중국이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에 총력을 다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올림픽 분위기 띄우기에 열중하는 중국을 두고 무력시위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연말은 총화결산을 통해 다음해 계획을 세우는 데 주력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양 교수는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운신의 폭을 열어놓고 대남·대미 전략의 시기, 속도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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