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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고발사주 의혹 '말잔치'…결국 또 '편가르기'

등록 2021-09-10 14: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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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류인선 기자 = "소위 괴문서로 국민을 혼돈에 빠뜨렸다. 제보했다는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에서 들었다. 이런 사람이 어떻게 공익제보자가 되나."(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석열 지휘 아래 한동훈이 범정을 이용해 1차로 유시민 엮기 공장을 벌였으나 제보자X의 제보로 탄로나자 범정 손준성을 이용해 청부고발공작을 한 것으로 보인다."(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검찰이 김웅 당시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후보자(현 국민의힘 의원)에게 범여권 인사들과 언론사 기자들을 고발하도록 고발장을 전달하는 등 사주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온갖 '말'이 쏟아졌다.

의혹 행위 발생 시기인 지난해 4월 당시 검찰수장은 윤석열 전 총장.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인물로 지목된 이는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수정관)이다. '수정관'은 검찰총장의 최측근 중 한명으로 일명 '눈과 귀'로 불린다.

이 의혹을 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은 모두 법률가 출신이다. 윤 전 총장은 말할 것도 없다. 추 전 장관은 판사,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변호사 출신이다. 출신을 감안할 때 주장을 한 후에는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은 지난 8일 첫 기자회견을 열고 "누가 봐도 신뢰성 있는 메이저 언론을 통해 의혹을 보도하라"고 말했다.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은 '괴문서'로 평가절하했다. 그리고는 검사가 피의자를 신문하듯 "출처와 작성자를 대라"고 했다.

윤 전 총장과 대척점에 선 것으로 평가받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추 전 장관은 지난 3일 SNS를 통해 "윤석열 부부와 한동훈 등은 모의 기획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고발장이 전달됐다고 의심되는 날을 앞두고 윤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손 검사 사이에 카카오톡 대화가 오갔다며 공모를 의심한 것이다.

최 대표도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에서 "선거 공작 내지는 공소권 남용의 실체가 확인되면 증거로 제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달라"고 말했다. 손 검사가 작성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고발장 중에는 실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서 제출한 최 대표의 고발장과 유사한 문서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추 전 장관과 최 대표도 확실하고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진 못하고 있다. 의혹이 의심을 낳았지만, 그것을 입증할 물증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 진영에 불리하면 신속하게 사실이라고 단정지어버리고, 그 반대의 상황이면 어떤 증거가 나와도 외면하는 '선택적 믿음'의 행태는 이번에도 변함이 없다. 

결국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의 판단이 내려지지 않았음에도 윤 전 총장의 공모관계를 단정적으로 언급하거나,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단정하는 것 모두 위험하다"고 진단했다. 양측이 서로의 입장을 주장하고 항변·입증한 뒤 내려진 판단을 받아보자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최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부가 '고발사주 의혹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후 법률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로 언급한 만큼 관련 의혹이 법원의 판단으로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제기된 의혹과 제시된 문서를 두고서 내릴 수 있는 판단은 양쪽의 주장 모두 '의심스럽다'는 것뿐이다. 대선을 앞두고 입씨름으로 혼란을 가중할 필요는 없다. 명확한 증거가 없다면 속단도 멈춰야 할 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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