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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연배의 이야기와 함께하는 와인] 영화의 ‘대부’ 와인의 ‘대부’, 프랜시스 코폴라

등록 2021-09-18 06:00:00   최종수정 2021-09-18 1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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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옹(프랑스)=AP/뉴시스] 프랜시스 코폴라 감독. 2019.10.18.
[서울=뉴시스]  프랜시스 코폴라(Francis Ford Coppola)는 20대 초반인 1963년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 이래 60여년 동안 36편이나 되는 영화를 만들었다. 그가 만든 영화는 감독상과 작품상 등 다섯번의 아카데미상과 골든 글로브,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특히 ‘대부’는 영화사에 기념비적인 족적을 여럿 남겼다. 3부작을 통틀어 29개 부문에서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 됐고, 감독상과 작품상 2개를 비롯해 9개를 수상했다. 대부 1편만 제작비의 40배가 넘는 수입을 올려 흥행에서도 크게 성공했다. 대부 1, 2편과 함께 ‘지옥의 묵시록’, ‘Conversation’의 4편은 영화의 역사적인 중요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아 미 의회에 의해 국립 영화보존 등재부(National Film Registry)에 오르기도 했다.

올해 82세인 그는 영화에서는 은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지난 8월 말 제작과 감독을 함께 맡아 ‘Megalopolis(거대도시)’라는 블록버스터 영화의 제작을 발표했다. 대부에 소니 역으로 나왔던 제임스 칸 등이 출연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와인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대부’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다음 해인 1975년에는 나파 밸리의 로버트 몬다비 와이너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유서 깊은 ‘Rubicon Estate Winery’(현재의 Inglenook)를 인수해 와인사업에 뛰어든다. 이번에는 영화대신 와인을 감독하지만 스스로 영화보다는 와인 사업에서 더 돈을 많이 번다고 할 정도로 와인에서도 영화 이상의 성공을 거두었다.

2000년과 2015에는 캘리포니아 소노마 지역의 와이너리(Chateau Souverain Winery 및 Geyser Peak Winery)를 인수해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와이너리’로 이름을 바꾸었다. 2018년에는 오리건주의 윌라메트 지역에 있는 와이너리(Domaine de Broglie)를 잇달아 인수해 연간 백만 케이스 이상의 와인을 생산하는 ‘코폴라 패밀리(The Family Coppola)’라는 브랜드의 와인, 레스토랑, 리조트,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연계한 사업 그룹으로 발전시켰다.

그는 와인 사업에 영화를 결합한 여러가지 창의적인 상품을 선보였다. 자신이 만든 대부를 패러디한 ‘프란시스 코폴라가 감독한 대부 와인’, 오즈의 마법사, 킹콩, 죠스와 같은 다른 감독이 만든 유명한 영화의 제목을 패러디해서 ‘프란시스 코폴라가 감독한 킹콩 카베르네 쇼비뇽’ 등의 와인 브랜드로 출시하였다. 또 자신이 만든 영화의 해설과 자신이 생산한 와인을 함께 묶어 800불짜리 패키지를 온라인 라이브로 제공하기도 한다. 캔 와인을 대중화하기도 했다. 소노마 지역의 코폴라 와이너리는 이제 와인을 넘어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하지만 2개월 전 코폴라는 돌연 소노마 지역에 있는 두 개의 와이너리를 캘리포니아의 전문 와인 그룹에 매각하였다. 성공적인 투자수익과 함께 최근 발표한 새로운 영화 제작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나파와 윌라메트 지역에 있는 두 개의 와이너리는 남겼다.

이탈리아 출신인 그의 할아버지는 뉴욕에 있는 아파트에서 직접 와인을 담가 마셨다. 와인에 대한 코폴라의 관심은 이러한 가족적인 배경과도 관련이 있다.

영화 대부는 마피아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이야기의 중심은 시종일관 ‘가족(family)’이다. ‘패밀리’라는 표현은 마피아의 압력으로 영화에서 ‘마피아’라는 용어를 직접 쓸 수 없어 어쩔 수없이 대체한 용어지만 요새는 갱의 계파를 일컫는 보편적인 단어가 되었다. 실제로 영화 제작에서도 가족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감독의 아버지 카마인 코폴라(음악), 여동생 탈리아 샤이어(코니역), 딸 소피아 코폴라(마이클의 딸 메리 역)가 직접 영화에 참여했다. 배우 니콜라스 케이지도 실제 성이 코폴라이다. 감독의 조카로 역시 코폴라 패밀리의 일원이다. 니콜라스 케이지의 친형,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손녀 지아도 영화감독이다. 가족에 대한 코폴라의 이러한 애정은 와인 브랜드에도 반영되어 회사 이름도 ‘코폴라 패밀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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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변연배 와인칼럼니스트
와인 브랜드에도 가족들의 이름을 돌아가면서 붙였다. 아내 이름을 따 ‘엘레노아 레드 와인’, 딸의 이름을 따 ‘소피아 로제’, 손녀 이름을 따 ‘지아 오렌지 쇼비뇽 블랑’ 등, 그리고 외가의 이름까지 브랜드명으로 사용했다. 그는 본인의 이름을 붙인 브랜드 등을 포함하여 그가 감독한 영화의 수보다도 많은 80여종의 와인을 만들었다. 그리고 와인으로도 영화보다 더 많은 상을 받았다. 현재는 20여명이 넘는 대가족이 코로나를 피해 와이너리에 함께 머문다고 한다.
  
당연히 그의 영화에서도 와인과 관련된 장면이 많다. 1992년작으로 역시 흥행에 크게 성공한 ‘드라큘라’에서는 드라큘라(게리 올드만)가 조너선 하커(키아누 리브스)에게 레드 와인을 따라 주면서 자신은 방금 식사(흡혈을 의미함)를 했기 때문에 와인을 마시지 않는다고 말하는 유명한 장면이 있다.

대부에서는 와인이 극의 전개에 핵심적인 매개체 역할을 한다. 영화에는 등장인물이 술을 마시는 장면이 총 61번 나오는데 술은 극중인물의 성격이나 등장하는 장소의 성격을 표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레드 와인은 가족의 술, 화이트 와인은 파티의 술, 스카치 위스키는 남자의 술로 상징된다. 마이클 콜레오네 역의 알 파치노가 시칠리아에서 만난 첫번째 아내는 바(bar) 주인의 딸이다. 영화 속 ‘비텔리(Vitelli)’ 바는 명소가 되어 현실에서도 그 자리에서 영업을 하고 있다.   

비토 콜레오네(말론 브란도)가 정원의 토마토 밭에서 손자와 장난을 치다 숨을 거두는 마지막 장면에서도 정원 탁자위로 마시다 만 레드 와인이 보인다. 그 전의 장면에선 아버지가 레드 와인을 마시는 것을 바라보면서 마이클이 말한다. “와인은 몸에 좋아요, 아버지(It’s good for you, pop).”

인생과 영화와 와인은 서로 많이 닮았다. 그리고 감독하기 쉽지 않은 공통점도 있다.

▲와인 칼럼니스트·경영학 박사·우아한 형제들 인사총괄 임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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