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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선혈낭자한 죽음보다 잔인한 생존 경쟁…'오징어 게임'

등록 2021-09-22 09:29:06   최종수정 2021-09-22 09: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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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09.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백승훈 인턴 기자 = 수억의 빚을 지고 사채업자에게 쫓겨 사는 신세인 기훈은 어느날 큰 돈을 벌 수 있다며 다가온 의문스러운 남자의 말에 현혹된다. 아내에게 이혼당하고 사랑하는 딸마저 새 가족과 이민을 가면 영영 못 볼 것이란 생각이 기훈을 '오징어 게임'으로 이끈다.

6개의 게임을 무사히 통과하기만 하면 456억을 벌 수 있는 ‘오징어 게임’엔 기훈과 비슷한 처지의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다. 투자에 실패한 금융맨, 사장에게 월급을 떼인 외노자, 동생과 함께 살아야 하는 새터민 등이 이 죽음의 경쟁에 살기 위해 뛰어든다.

'오징어 게임'의 잔혹성은 선혈이 낭자한 죽음의 순간들 말고도 참가자들이 게임 참가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모습에서 나타난다. 첫 번째 게임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인원 절반이 사망한 뒤 패닉에 빠진 참가자들은 게임 중단 여부를 결정할 투표를 시행한다. 과반수가 게임 중단을 선택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이 돌아온 현실은 게임 속 겪었던 지옥 같은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진행자 역할의 프론트맨은 '오징어 게임'이 '평등하게 싸워서 이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역설한다. 그에게 참가자들은 '평등한 존재'이며 '어떠한 차별도 없이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기회의 불평등을 떠안고 각종 차별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오징어 게임'은 가장 이상적인 경쟁사회이자 바깥의 현실과 완벽히 대치된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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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09.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그렇기에 '오징어 게임'은 단순히 '왜 경쟁하는가'를 넘어 '어떻게 경쟁할 것인지'를 묻는다. 게임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린 경쟁의 비극을 피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황동혁 감독은 "인간은 살면서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지만, 경쟁 사회에서는 결국 모두가 약자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벼랑 끝에 몰린 참가자들에게 경쟁은 곧 '생존을 위한 수단'이다.

메시지의 힘은 가장 정적이었던 게임에서 가장 크게 발휘된다. 두 명씩 짝을 맺어 상대방의 구슬 10개를 모두 따면 승리하는 구슬치기 게임에서, 상우는 이전까지 동고동락해온 알리와 짝을 맺게 되자 그를 가차없이 배신한다. 반면 새벽과 짝을 맺은 지영은 자신에게 먼저 다가와준 새벽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목숨을 포기한다. 추악한 승리와 아름다운 패배가 극명하게 대비되며 당신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 것인지 딜레마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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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오징어게임 스틸.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1.09.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남은 우승 후 현실로 돌아온 기훈에게 '아직도 사람을 믿냐'며 마지막 내기를 제안한다. 그 내기에서도 기훈이 승리하는 장면은 목숨까지 내걸어야 하는 경쟁사회에도 실낱같은 희망이 있음을 암시한다. 게임 속이든, 실제 현실이든 말이다.

과할 정도의 자극적 묘사로 메시지를 강조한 시도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있다. 다소 밋밋한 게임 진행 역시 '데스게임' 장르에 익숙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어려워 보인다. 그럼에도 오락성이 강조되는 장르물에 사회적 메시지를 적절하게 결합한 수작이라는 평을 받는다. '오징어 게임'은 21일, 미국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국내 드라마 최초 기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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