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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처 못 찾은 대기성 자금 역대 최고

등록 2021-09-2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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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은행에 머물러 있는 단기성 대기 자금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고 있다. 연이자율 0.1% 수준에 불과한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이나 요구불 예금 등에 자금이 몰리는 것이다.

26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7월 요구불예금 잔액은 전달보다 3조3000억원 늘어난 388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01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다. 요구불예금은 고객이 원할 때 언제든지 돈을 빼고 넣을 수 있는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갖는다. 일정기간 돈을 묶어 놔야 하는 정기 예적금과 달리 자금을 자유롭게 넣고 뺄 수 있어 예금 금리가 0.1%대로 이자가 거의 없다. 각 은행의 개인 보통예금과 기업 자유예금이 대표적이다.

요구불예금은 2018년 10월 전월대비 0.7% 감소한 이후 2년 10개월 연속 증가세를 지속해 왔다. 2002년 44조2000억원에 불과했던 요구불예금은 2010년 11월 100조2900억원으로 처음으로 100조원을 돌파한 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2020년 7월에는 300조를 돌파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더믹 이후인 2020년 3월에는 전달보다 19조5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이 때부터 가파르게 늘기 시작했다.
 
수시입출식 저축성 예금 잔액도 759조8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수시입출식 예금 규모는 2018년 12월(0.9%) 이후 2년 8개월 연속 증가해 왔다.

이에 따라 현금통화에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 언제라도 현금화 할 수 있는 예금인 협의통화(M1) 규모도 1296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단기 대기자금이 늘어난 것은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또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내비쳤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추가 금리 인상시 높은 수익률의 상품으로 갈아탈 수 있도록 수시입출금식 예금이나 요구불예금 등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아울러 대출 옥죄기에 미리 자금을 빌린 사람들이 여유 자금을 은행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넣어둔 것도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여기에 최근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으로  시세차익을 거두기 어렵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새로운 투자처를 물색하기 위해 수시입출식 예금 등에 두고 관망하는 수요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저축성 예금의 수익이 크지 않자 언제든 쉽게 빼서 쓸 수 있는 형태로 자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부동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를 하려는 성향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며 "7월 기업공개(IPO) 등 대규모 청약으로 대출을 받아 공모주에 넣으려는 수요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7월 카카오뱅크에 58조원, 에스디바이오센서에 32조원, HK이노엔에 29조원의 청약 증거금이 몰렸다.
 
한국은행은 향후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주식투자, 부동산 투자 등을 위해 요구불예금 형태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에 대비해 금리 인상 전에 자산을 현금화 해 놓거나,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하락시 매수하기 위해 대기성 자금으로 묶어 놓은 자금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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