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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피겨 스케이팅 선수→ 뮤지컬 배우로...이준우 "빙상장보다 공연장이 더 잘 어울린다네요"

등록 2021-10-05 10:28:36   최종수정 2021-10-05 14: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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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뮤지컬 'V 에버 애프터'의 '레미' 역

데뷔 작 '라 레볼뤼시옹'에 이어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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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V에버 애프터' 이준우 프로필. (사진=엠제이스타피쉬 제공)[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안소윤 인턴 기자 = "많은 분들께서 제 공연을 보시고 '빙상장보다 공연장이 더 잘 어울린다'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세상에 저라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지만, 여러 캐릭터를 다채로운 표현력으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지난해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공식 은퇴를 선언한 이준형(25)은 지난 5월 뮤지컬 배우 '이준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대중 앞에 섰다.

뮤지컬 데뷔작인 '라 레볼뤼시옹' 폐막 후, 뮤지컬 'V 에버 애프터'에 합류한 그는 "첫 작품 끝나고 바로 다음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서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뮤지컬 'V 에버 애프터'는 17세기 유럽의 작은 공국을 배경으로, 수도자가 되고자 하는 공국의 후계자 '프란체스'와 뱀파이어 '레미'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뮤지컬 '미아 파밀리아', '미오 프라텔로'에 이어 김운기 연출과 이희준 작가, 박현숙 작곡가가 다시 뭉쳐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 두 번째 뮤지컬 작품 캐스팅...우려 반 기대 반으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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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V에버 애프터' 이준우 스틸. (사진=엠제이스타피쉬 제공)[email protected]
최근 뉴시스와 서면으로 만난 이준우는 "사실 '라 레볼뤼시옹'은 데뷔 작품이다보니 모든 게 낯설었어요. 물론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서 연기한 경험이 있지만, 또 다른 긴장감과 설렘이더라고요. 캐릭터를 저만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쉽지 않았어요"라고 운을 뗐다.

"반면 'V 에버 애프터'는 훨씬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어요. 관객들에게 제 감정을 잘 전달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몇 개월 사이 더욱 성장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또 '라 레볼뤼시옹' 때 호흡을 맞췄던 형, 누나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기쁜 마음으로 연습했어요. 'V 에버 애프터'는 초연 창작 뮤지컬이어서 다양한 캐릭터 해석이 오갈 수 있는데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배우들과 연출진들이 함께 머리 맞대어 여러 차례 상의를 했거든요. 그래서 각각의 매력이 담긴 '프란체스', '레미', '조이'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V 에버 애프터' 작품에 대해서는 "뱀파이어와 인간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상쾌, 발랄, 엉뚱, 호러, 코미디 등 무한 매력이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공연을 관람하시기 전까진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아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독특한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라고 호기심을 자극했다.

"극 중 '레미'는 숲속에 사는 순수하고, 귀엽고, 신비로운 뱀파이어에요. 우리가 상상해온 뱀파이어는 멋있고 섹시하고 치명적이잖아요. '레미'는 거짓말을 하면 코피를 흘리는 뱀파이어에요. 이와 같은 코믹한 설정은 오직 저희 작품에서만 볼 수 있고 흥미를 불러 일으키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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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뮤지컬 'V에버 애프터' 이준우 스틸. (사진=엠제이스타피쉬 제공)[email protected]
'V 에버 애프터'는 성별에 구애 받지 않는 캐스팅이 이색적이다. '프란체스' 역은 황한나, 신상언, 박상혁이 맡았고 '레미' 역은 이준우를 비롯한 김이후, 김지온이 연기한다. 이에 이준우는 "'레미'는 인간이 아니잖아요. '어떻게 하면 인간이 아니라 뱀파이어처럼 보여질 수 있을까', '이렇게 연기하면 신비롭게 보일 수 있을까' 등 제 자신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어요. 같은 역할을 맡은 지온이 형, 이후 누나가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사랑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이준우는 가장 좋아하는 넘버로 '기다려줘'를 꼽았다. "'레미'는 자신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한줄기 희망을 선택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프란체스를 향한 마음이 더 크기 때문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거는 거죠. 무대에서 이 넘버를 부를 때는 가슴이 정말 뜨거워져요"라고 전했다.

또한, 'V 에버 애프터'에서 '문 샤이닝'은 빼 놓을 수 없는 장면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연을 한 번만 관람해도 다 따라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중독성이 강하다. 특히 노래 시작 전 '프란체스'가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은 큰 웃음을 유발한다. 이준우는 '문 샤이닝' 연습 당시를 회상하며 "매번 연습할 때마다 배우들끼리 엄청 웃었던 기억이 나요. 저는 아직 무대 경험이 부족해서 애드리브를 칠 정도의 여유가 없거든요. 최근에는 극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조금씩 도전해보고 있어요"라고 미소 지었다.

◆선수 시절 취미로 시작했던 관극, 인생 제 2막 열어준 소중한 원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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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한국 이준형이 9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실내빙상장에서 열린 2020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 남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2020.02.09. [email protected]

이준우는 피겨 스케이팅 선수 시절부터 뮤지컬 열성 팬으로 유명했다. 그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2016년부터 관람한 뮤지컬 캐스팅 보드 사진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준우는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영상을 보고 뮤지컬에 점점 빠져 들기 시작했다. '오페라의 유령' OST는 이준우가 2014/15시즌 프리 스케이팅 프로그램 음악으로 선곡할 정도로 남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한국 남자 싱글 피겨 사상 최초로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한 이준우는 2014/15시즌 'ISU 피겨 주니어 그랑프리 7차 대회' 남자 싱글 부문에서 프리스케이팅 135.40점(기술점수 67.98점, 예술 점수 67.42점)을 기록하며 쇼트 프로그램과 합쳐 최종 점수 203.92점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꾸게 해준 작품으로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꼽았다. "2015년도에 관람했는데 '겟세마네'가 왜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넘버인지 알겠더라고요. 그 당시 주 조연·앙상블 배우들의 연기가 굉장히 감명 깊었어요. 처음에는 취미로 뮤지컬 관람을 시작했지만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작품을 접하다보니 '나중에 나도 꼭 저 무대에 서야겠다'고 결심했죠"

이준우는 새로운 도전에 응원으로 화답해준 부모님께 감사함을 표했다.  "뮤지컬 오디션에 합격하기 전까지, 부모님께 전혀 말씀을 드리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공연을 보고 너무 기뻐하셨어요. 아무래도 피겨 스케이팅은 스포츠 종목이어서 시즌에만 짧게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뮤지컬은 월요일빼고 공연이 매일 진행되다보니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같이 운동했던 동료들도 공연장 무대가 잘 어울린다며 칭찬해줘서 고마웠습니다."

20년 가까이 함께했던 은반을 떠나 새 출발을 알린 이준우는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잘 어울리구나' 할 수 있게 말이죠. 공연장에 찾아와주시는 관객분들에게 진한 감동을 줄 수 있는, 믿고 보는 배우가 되도록 성장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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