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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신예' 임윤찬 "순례자의 마음으로, 투어합니다"

등록 2021-10-11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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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 연주

지난달 25일 통영 출발…12일 롯데콘서트홀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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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윤찬. 2021.10.11. (사진 = Taeuk Kang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리스트의 '순례의 해'로 출발하는 투어답다.

지난달 25일 통영을 시작으로, 광주(이달 1일)·대구(5일)·성남(7일)을 돈 피아니스트 임윤찬(17)은 이번 투어를 '순례자(巡禮者)'의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순례의 해' 모음곡 가운데 두 번째 '이탈리아' 중 4·5·6곡과 12개의 '초절기교(超絶技巧) 연습곡' 전곡으로 채운 프로그램을 연주한다. 오는 12일 오후 8시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투어를 마무리한다.

임윤찬은 만 15세인 2019년 '윤이상 국제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가 더욱 이름을 알리게 된 건 콩쿠르 이후 연주회를 통해서다. 금호아트홀 등에서 연 독주회에서 깊은 성찰이 담긴 연주를 잇따라 선보이며 '괴물 신예'로 불리게 됐다.

올해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에 영재 입학한 임윤찬은 더욱 학구적인 연주자가 됐다. 이번 투어에서 연주하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연습곡 12곡도 그래서 기존과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초절기교는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 같은, 고난도 연주기술을 가리킨다. 임윤찬은 인터미션 없이 90분 내내 몰아치는데, 기술이 아닌 고민과 성찰이 부각되고 있다. 

대구 공연을 끝낸 다음 날인 지난 6일 전화로 만난 임윤찬은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표현하는 그 자체가 지금 제 상황과 잘 맞아떨어져요. 투어 자체가 하나의 큰 여정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음은 임윤찬과 일문일답.

-이번 투어는 어떤 의미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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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윤찬. 2021.10.11. (사진 = Taeuk Kang 제공) [email protected]
"힘들지만, 그 힘든 과정을 잘 마무리하는 성취감을 느끼고 있어요. 총 다섯 번의 연주 중 지금까지 세번 무대를 했는데 항상 힘든 부분은 같았어요. 4번 마제파에서 5번으로 넘어가는 부분이요. (마제파는 리스트의 초절기교 곡 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곡으로, 7분가량 잠시도 쉬지 않고 건반을 눌러야 한다.) 마제파를 연주하고 나면 팔의 감각이 없어지는데 5번 '도깨비불'은 오른손의 반음계 스킬 등 테크닉이 필요하죠.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더라고요."

-리스트는 윤찬 씨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작곡가입니까.

"피아니스트로 10년 간 활동하신 이후 지휘자, 선생님, 작곡가로서 다양한 활동을 하셨죠. 실내악은 물론 성악, 종교적인 곡 등 다양한 곡을 쓰셨습니다. '교향시(시적(詩的) 또는 회화적인 내용에서 영감을 얻은 관현악)의 창시자'이기도 하시죠. 본인이 존경했던 베토벤처럼 계속 음악을 발전시킨 분이세요. 또 리스트는 그 때 당시 생각할 수 없었던 현대음악의 무조성을 얘기하신 분이기도 하죠."

-어린 나이에 또래와는 다른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점차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외로울 거 같아요.

"제가 존경하는 위대한 릴케가 말한 것처럼, 위대한 일을 하려는 사람은 고독해지기 마련인 것 같아요. 리스트가 써놓은 위대한 작품을 연습하면서, 오롯이 피아노 연습을 하는 것이 굉장히 외롭긴 했어요. 누구도 가지 않은 험난한 길을, 위대한 작품을 감사해하면서 연주하는 길은 아무리 고독해도 힘을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요."

-최근 청중뿐만 아니라 언론, 평론가들이 잇따라 주목하고 있는데 인기를 실감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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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임윤찬. 2021.10.11. (사진 = Taeuk Kang 제공) [email protected]
"또 제가 좋아하는 릴케를 인용하자면 어떤 비평가의 말,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아야 하는 것이 예술가죠. 저에 대한 이야기, 그게 칭찬이라든 안 좋은 이야기든 신경 쓰지 않고 흔들리지 않으며 음악을 꾸준히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가'의 길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손민수 선생님(한예종 음악원 교수이자 피아니스트)이 릴케의 시 '가을 날'에 대해 말씀해주신 적이 있어요. 제가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 지 모를 때, 많은 영감을 주는 시예요. 피아노 연주와 표현 방식은 다르지만요."

-'시간여행자'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연주에서 정통적인 학파를 지향할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옛것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상하게도 친한 음악 동료들뿐만 주변 분들이 예전 감성을 좋아해요. 대중음악도 1980년대에 나온 노래들이 취향이 맞아요. 최근엔 김현식의 '추억 만들기 '비처럼 음악처럼'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번 투어가 끝나고 난 뒤 배워가야 할 것에 대한 기대감은 무엇입니까?

"사실 리스트의 연습곡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어요. 이번에 연습곡과 리스트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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