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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시작해야만 변호사 접견 가능" 조항…헌재 "위헌"

등록 2021-10-28 18:48:54   최종수정 2021-10-28 20: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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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보안 유지되는 '변호사접견'

'소송진행 중' 입증 못해 접견 불허

헌재 "변호사·수형자 권리 침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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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탄핵심판 등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1.10.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재환 기자 = 변호사가 수감된 이들과 오랜 시간 대화 내용이 공개되지 않는 이른바 '변호사접견'을 하기 위해선 소송을 진행하고 있어야 한다고 규정한 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28일 A변호사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29조의2 1항 2호에 관해 청구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8대1의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A변호사는 지난 2017년 이 법 조항에 의해 자신의 의뢰인과 변호사접견을 하지 못하게 됐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당시 A변호사는 살인 등 혐의로 징역 13년을 선고받은 B씨의 재심 청구사건 변호를 맡으려 했는데, 실무 연수를 받고 있는 변호사시험 합격자는 사건 수임을 할 수 없다는 변호사법에 따라 제한됐다.  

A변호사는 B씨와 변호사접견이 아닌 일반접견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변호사접견은 1시간 동안 가능하며, 대화가 녹음되지 않는다. 반면 일반접견은 30분 이내의 제한된 시간 동안만 가능하고 대화가 기록된다는 차이가 있다.

이 조항은 변호사가 접견을 하기 위해선 소송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할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변호사의 경우에는 아직 B씨의 재심이 청구되기 전이어서, 소송이 진행 중이지 않아 변호사접견이 제한된 것이다.

헌재는 이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변호사접견을 위해 소송이 진행 중인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것은 이른바 '집사변호사'의 접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겉으로는 변호사이지만 사실상 수감자들을 자주 접견하며 잔심부름을 해주는 이들을 부르는 용어다. 그래서 소송을 제기하지 않으면 변호사접견을 불허하는 게 이.조항의 취지다.

그런데 A변호사와 같이 소송 청구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경우는 집사변호사와는 달리 판단해야 한다는 게 헌재의 설명이다. 집사변호사는 접견을 위해서라면 일단 아무 소송이나 낼 수 있고, 이들을 고용하는 수감자들도 소송의 승패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반면 소송 청구 여부와 변론 방향 등을 심사숙고해야 하는 변호사들은 함부로 소송을 청구하기가 어렵다. 때문에 소송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반접견만 허용된다면 B씨와 같이 소송 청구를 앞두고 있는 이들의 권리가 제한되며, 변호사의 직무수행도 침해된다고 했다.

접견권 남용을 제재할 수 있는 다른 법 조항이 있어, 반드시 소송이 진행 중임을 입증하지 않아도 집사변호사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다만 이종석 재판관은 "(이 조항은) 집사변호사와 같이 탈법적인 의도로 변호사 접견권을 남용하려는 시도를 미연에 차단할 수 있다"며 "소송계속은 접견을 제한하기 위한 기준으로 객관적"이라고 반대 의견을 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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