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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휠체어 승객, 역무원 부르려다 계단 추락 사망…배상은?

등록 2021-11-20 09:00:00   최종수정 2021-11-20 09:0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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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휠체어리프트 사용하려 역무원 호출

왼팔 못 써 휠체어 이동 중 계단 추락 사망

유족, 서울교통공사에 손해배상 소송 제기

法 "계단 추락시 위험…보호장치 설치안돼"

설치·보존 안전성 하자…1억3000만원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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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전동휠체어를 타는 승객이 지하철역에서 휠체어리프트를 사용하기 위해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계단에서 추락해 사망한 경우 배상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안전성 하자를 인정하고 교통공사 측이 일부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하반신과 왼팔 운동기능이 완전히 상실돼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지체장애(척추) 1급 장애인 A씨는 지난 2017년 10월20일 신길역에서 지하철을 환승하기 위해 이동했다.

하지만 신길역 환승 구간에는 엘리베이터가 없어 환승하기 위해서는 환승통로 계단에 있는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해야 했다. A씨는 왼쪽에 있는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고자 했지만 왼팔을 사용하지 못해 휠체어를 돌리려 전·후진을 반복했다.

A씨는 계단을 등진 상태에서 오른손으로 역무원 호출 버튼을 누르려다가 닿지 않아 약간 후진하던 중 전동휠체어와 함께 계단 아래로 추락해 경막하혈종 등의 상해를 입고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사망했다.

이에 A씨 등의 유족들은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총 2억4000여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이유형)는 지난 2019년 10월18일 A씨의 유족들이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의 역무원 호출 버튼이 계단에서 91.5㎝ 떨어진 매우 위험한 곳에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앞에는 폭 24㎝의 배전상자가 설치돼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 접근하기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망인과 같은 왼쪽 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호출 버튼과 계단의 짧은 거리 때문에 계단 바로 앞에서 계단을 등지거나 휠체어가 계단과 나란히 선 상태에서 호출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계단은 총 74개이고, 높이가 12.03m로 추락할 경우 매우 위험해 보임에도 추락 방지를 위한 보호장치도 설치돼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단순히 망인이 전동휠체어 조작을 잘못해 사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고, 피고가 장애인의 이용상 불편이나 위험성 등 고려 없이 역무원 호출 버튼을 설치하고 추락 방지 장치도 설치하지 않아 추락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 "이 사건 휠체어리프트 설치·보존자인 피고가 통상 갖춰야 할 안전성을 갖추지 못해 그 설치·보존에 하자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면서 "이는 이 사건 사고의 원인이 됐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손해배상 범위에 대해 재판부는 치료비 226만원, 장례비 500만원 등 재산상 손해와 정신적 고통 위자료 망인 1억원, 배우자 1000만원, 자녀 3명 각 500만원씩을 더해 서울교통공사가 유족에게 총 1억3000만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이같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도 1심과 같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후 상고하지 않아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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