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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차질에 오미크론 리스크까지…'4% 성장' 빨간불?

등록 2021-12-01 07:00:00   최종수정 2021-12-01 07: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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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10월 산업 활동 동향 분석

산업 생산 1.9% 광공업 3.0% 감소

재고 계속 늘고, 공장 가동률 하락

정부는 "대체 공휴일 탓"이라지만

공급망 차질 문제 금방 안 끝날 듯

전문가 "올 '4% 성장' 실패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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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시스] 현대자동차 울산 공장 생산 라인.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재판매 및 DB 금지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지난달 한국의 전산업 생산이 1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설비 투자 감소 폭은 17개월 만에 최대다.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세계 공급망 차질이 반도체·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발목을 잡으면서다.

정부는 "대체 공휴일(4·11일)로 조업 일수가 줄어든 탓"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하방 요인이 뚜렷해 향후 전망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신종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도 위험도를 더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30일 내놓은 '2021년 10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같은 달 전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9% 감소했다. 지난 2020년 4월(마이너스(-) 2.0%) 이후 18개월 만에 최고치다. 7월(-0.7%), 8월(-0.1%) 2개월 연속 감소했다가 9월(1.1%) 증가세로 돌아선 지 한 달 만에 지표가 다시 고꾸라졌다.

광공업 생산이 전월 대비 3.0% 큰 폭으로 감소한 탓이다. 제1차 금속(-5.9%)과 자동차(-5.1%), 기계 장비(-4.4%) 등의 감소 폭이 특히 컸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제외한 제조업은 3.4% 감소했다. 제조업 출하도 통신·방송 장비(-16.6%), 반도체(-9.2%), 자동차(5.6%) 등을 중심으로 2.9% 감소했다.

제조업 재고 또한 수치가 좋지 않다. 9월 전년 대비 3.4% 증가한 데 이어 10월에도 7.2% 증가하면서 2개월 연속 재고가 증가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의 재고/출하 비율은 121.0%로 전월 대비 7.5%포인트(p) 상승했다. 생산 능력 대비 실적을 의미하는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1%로 2.5%p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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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국장)은 "대부분 반도체 재고가 증가한 탓"이라면서 "최근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하락 전환한 점을 고려하면 업황이 이전만큼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 숙박·음식점이 4.5%, 사업 시설 관리·사업 지원·임대가 1.4%, 운수·창고가 1.1% 증가했지만, 감소세를 막지는 못했다. 감소 폭이 큰 분야는 전문·과학·기술(-2.5%), 금융·보험(-2.1%), 부동산(-1.5%)이다.

설비 투자는 전월 대비 5.4% 감소했다. 8월 -4.4%, 9월 -1.8%에 이어 3개월 연속 감소한 데 이어 그 감소 폭마저 2020년 5월(-5.7%) 이후 가장 크다. 선박 등 운송 장비 투자가 8.7%, 특수 산업용 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4.4% 감소했다.

정부가 쿠폰까지 뿌려가며 공을 들인 소비(소매 판매) 지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가전제품 등 내구재(2.2%), 의복 등 준내구재(2.8%)가 증가했지만, 의약품 등 비내구재(-2.1%)가 감소하면서 전월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정부는 산업 활동 지표 부진의 원인으로 '대체 공휴일'을 꼽았다. 지난달 4일과 11일이 각각 개천절, 한글날의 대체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조업 일수가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으므로 이 수치만으로 "경기 회복세가 꺾였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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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mail protected]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0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조업 일수가 21일로 감소해 산술적으로 봐도 약 8%의 생산을 줄이는 효과를 냈다"면서 "9월 주요 지표가 플러스(+)를 기록한 데 따라 10월 지표는 상대적으로 조정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세계 공급망 차질이 하루이틀 안에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점, 그리고 이 사안이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와 자동차 등에 악영향을 광범위하게 미칠 수 있다는 점은 하방 요인으로 꼽힌다.

오미크론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위험 요소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적으로 확산해 각국이 다시 빗장을 걸어잠글 경우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다시 안갯속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앞서 발표된 10월 고용 지표가 좋지 않았는데 광공업 생산이나 설비 투자가 감소하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면서 "세계 공급망 차질과 이로 인한 생산·물류 병목 현상이 제조업 전반의 활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말했다.

양준석 교수는 이어 "오미크론의 위험성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계 방역 당국의 거리 두기 완화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수출이 좌우될 것"이라면서 "올해 11~12월 수출 지표가 작년만큼 좋지 않다면 정부가 내세운 4.0%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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