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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매물 실종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가 중과된 이후 그 전에 간간이 나오던 다주택자 매물이 아예 없어졌어요."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장주로 통하는 '래미안대치팰리스' 단지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전 이미 증여를 하거나 버티기에 들어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주택 수요에 비해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라며 "매물이 없으니 집값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주택시장의 '거래 절벽'이 갈수록 심해지고, 집값도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추가 중과를 시행한 뒤 두 달 연속 전국의 주택 매매량이 급감했다. 아파트 거래량은 부동산 가격의 선행지표다. 통상적으로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집값이 상승하고, 반대로 감소하면 하락 신호로 여겨진다. 하지만 올해 들어 거래량이 급감했으나, 집값이 되레 상승하는 기형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집값은 14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고, 일부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나오는 등 '거래 절벽 속 집값 상승 기조'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지난 6월1일부터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조치가 시행했다. 주택을 1년 미만으로 보유한 뒤 거래하면 양도세가 기존 40%에서 70%로, 2년 미만의 경우 60%로 올렸다. 여기에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p(포인트), 3주택자는 경우 30%p가 더해지면서 양도세 최고세율은 75%까지 인상됐다. 집값을 올리고 주택시장을 교란하는 주범이 다주택자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다주택자들의 세금 부담을 강화해 매물 출회를 유도해 집값 안정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보유한 부동산이 시장에 나오면 정부의 바람대로 부동산 시장의 무게 중심이 본격적인 집값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이 빗나갔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하기보다는 증여나 버티기에 나서면서 시장에서 매물 잠김이 갈수록 심해졌고, 거래 절벽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기대와 달리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은 여전히 상승세다. 서울지역 다주택자의 아파트 증여가 늘어났고, 특히 강남권의 증여 건수가 급증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의 아파트 증여는 1698건으로, 전월(1261건) 대비 1.3배 증가했다. 지난 3월 증여 2019건을 기록한 뒤 4월 1528건, 5월 1261건으로 하락하다 상승 전환했다. 특히 지난 6월 고가 주택이 몰린 서울 강남권의 증여가 크게 늘었다. 송파구에서 신고 된 증여는 모두 629건으로, 전월(82건)보다 7.7배나 급증했다. 또 강남구의 경우 298건으로, 전월(171건) 대비 1.7배 늘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와 개발 호재 등이 겹치면서 다주택자들이 매물 출회 대신 증여를 택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가 시행된 지 2개월 여 만에 서울 아파트 매물은 급감했다. 서울 아파트 매물도 줄어들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2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물은 3만9513건으로, 6월 초(4만5912건)에 비해 14.0% 감소했다. 매물이 급감하면서 거래 절벽 현상이 뚜렷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862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등록 신고 기한(30일)이 남아 매매 건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으나, 가장 거래가 많았던 지난 1월(5796)에 비해서는 6분의 1 수준으로 감소한 것이다. 올해 들어 매매량이 감소세다. ▲1월 5796건 ▲2월 3874건 ▲3월 3788건 ▲4월 3666건 ▲5월 4797건 ▲6월 3936건 ▲7월 4469으로 나타났다. 거래 절벽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다섯째 주(30일 기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40% 올라 3주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수도권 아파트값은 지난달 중순부터 7주 연속(0.36%→0.36%→0.37%→0.39%→0.40%→0.40%→0.40%) 최고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5월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 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부동산시장에선 매물 잠김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집값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사실상 사라지고, 단기 공급 대책이 나오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3기 신도시 등 공공주택 공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공급까지 최소 4~5년이 걸리는 만큼 당장 공급 확대를 체감하기 어려운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또 하반기에 신규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입주 예정인 서울 아파트는 1만3023가구다. 이는 2019년 하반기(2만3989가구), 2020년 하반기(2만2786가구)와 비교하면 1만 가구 이상 감소한 물량이다. 일각에선 집값 안정화를 위해 매물을 늘리고,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시적으로 양도세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예상만큼 매물이 늘지 않고, 집값도 실수요자가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지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하지만 양도세 완화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서 양도세 완화가 자칫 투기 세력에게 퇴로를 열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며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로 증여가 늘고 매물 잠김이 더욱 심해져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장기화된 수급불균형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정부의 추진 중인 집값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사전청약을 확대하고, 3기 신도시 공급 물량도 늘렸으나, 실제 체감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며 "양도세 규제를 한시적으로 풀어 다주택자가 보유한 주택이 매물로 나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성환 기자 | 강세훈 기자 | 홍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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