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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중 하나인 지구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이 도전의 심각성은 양측이 공공선을 위해 건설적으로 협력할 것을 요구한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4년 '기후변화에 관한 미중 공동 선언'을 통해 녹색 협력을 약속했다. 이 선언은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자 최대 탄소 배출국인 미중을 한마음으로 묶었고 이듬해 국제사회가 맺은 파리 기후변화 협약의 밑거름이 됐다. 파리협약은 2021년부터 기존의 교토의정서(1997년 채택· 2005년~2020년 이행) 체제를 대체하는 '신기후 체제'의 바탕이다. 교토 체제가 선진국 약 40곳에만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했다면 파리협정은 197개국 모두가 각자의 형편에 맞게 감축을 공약하도록 했다. 미중 협력이 국제사회 전체 협력의 물꼬를 튼 좋은 사례다. ◆ 기후 위기, 인류 최대 위협으로…"생존 위한 녹색 전쟁" 코로나19는 막연하게 여겨지던 전 지구적 위협의 심각성과 이를 원활하게 해결하기 위한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관과 과학자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 폭우, 가뭄, 홍수 등 극단적 이상 기후가 점점 심해지면서 기후변화가 인류의 생존 문제가 됐다고 잇따라 경고하고 있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8월 보고서에서 인간이 유발한 기후 변화가 이미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지금 같은 추이라면 20년 안에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지구 온도가 뜨거워지면 이상 기후 빈도는 늘어나고 강도도 훨씬 세진다. 미국의 에드워드 마키 상원 외교위 동아태소위원장은 '더 디플로맷' 기고글에서 "우리는 중국과 신냉전 중인 게 아니다. 생존을 위한 녹색 전쟁 중"이라며 "중국은 물론 우리 스스로를 행동하게 하지 못한다면 유일한 집인 이 창백한 푸른 점(지구)를 살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 美, '기후 전사' 자처…녹색전환 추진 속 엇갈린 행보도 미국은 기후변화를 국가안보 우선순위로 지정하고 극한 기후로 인한 공급망 혼란 등 기후변화 문제가 미국 자산과 기업, 투자에 물리적 위험을 제기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미 국가정보국은 또 기후 위기가 취약국들의 내전을 부추겨 지정학적 긴장을 조성하고 중국이 지원을 빌미로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지난 1월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탈퇴한 파리협약에 복귀했다. 이어 4월 중국, 러시아를 포함한 40개국 정상들을 화상으로 모아 기후 정상회의를 성사시키며 미국의 기후 리더십 복원을 알렸다. 2050년까지 미국에서 100% 청정 에너지 경제와 넷제로(탄소중립·탄소 순배출 0)을 실현한다는 목표도 다시 확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녹색 인프라(사회기반시설) 구축과 청정 에너지 전환을 위해 2조 달러(약 2334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했다. 여기 필요한 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다부처 연구기관 'ARPA-C' 설립도 추진한다. 세금 공제 등을 통한 전기차 보급, 태양광 패널과 풍력터빈 설치 확대, 건물의 에너지 효율성 개선 등의 정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그러나 일부 탈탄소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로 도마에 올랐다. 미국은 코로나19 회복기 들어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증산 확대를 요구해 왔다. 폴리티코는 청정에너지 전환을 이끄는 '기후 전사'를 자처한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이례적 요청이라고 지적했다. AP통신은 올해 미국 공공부지 내 석유·가스 시추 승인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이래 최다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에너지 업계와 야당인 공화당의 반발 속에 석유 생산을 보다 강력하게 억제하길 꺼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 中, '생태문명' 강조…친환경 외치며 석탄 태우는 이중성 중국은 세계에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은 나라로 전 세계 배출 총량의 27%를 차지한다. 2위인 미국은 11%다. 환경 문제가삶의 질이나 대외 평판과 직결된 문제로 떠오르면서 중국도 기후 대응을 핵심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중국 공산당은 2012년부터 '생태문명 건설'을 당헌에 명시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중국의 2030년 탄소 배출량이 정점에 달하면 206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저탄소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강조하면서 태양광과 풍력 발전 강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최근에는 2060년까지 에너지 소비의 비화석 연료 비중을 80% 이상 높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중국은 그러나 세계 최대 석탄 소비국이라는 이중적 모습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에너지의 약 70%를 석탄 발전에 의존한다. 기후 분석업체 트렌지션제로(TZ)는 중국이 2060년 넷제로 목표를 이루려면 10년 안에 석탄 화력발전소 600개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로 이를 대체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전력난은 중국의 탄소중립 목표에 의구심을 더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 회복으로 수요는 느는데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무리한 탈탄소 규제로 에너지 공급량이 받쳐주지 못했다. 여기에 더해 전력 생산업체들은 석탄 가격 급등에도 정부의 전기요금 상한선 제한으로 판매가를 올릴 수 없으니 손실을 피하려 공장을 멈춰버렸다. 중국 정부는 전력난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자 석탄 화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하고 석탄 수입을 늘리는 조치를 취했다. 준 두 영국 애스턴대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 분석문에서 석탄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상황에서 탄소 감축은 공급망 문제와도 직결된다며 "중국의 에너지 위기는 넷제로 달성이 얼마나 어려울지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 "단순한 지구 살리기 아냐"…기술·에너지·공급망 패권 경쟁 미중 모두 기후 위기 대응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협력은 제자리걸음이다. 군사, 무역, 기술, 인권 등 다방면에 걸친 미중 갈등은 기후 협력 역시 답보 상태에 빠뜨렸다. 게다가 기후 위기가 세계 정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면서 이 문제는 미중이 녹색 리더십과 친환경 신기술을 다투는 또 다른 경쟁 영역으로 떠올랐다. 기후 문제를 놓고 미국은 상호 이견에도 협력할 사안이라고 주장하지만 중국은 다른 현안들에서 이 것만 따로 떼어 취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은 기후협력이 중미 관계의 오아시스가 되길 바라는데 사막에 둘러싸인 오아시스는 곧 사막화될 따름"이라고 말했다. 대중 포위 전략을 쓰는 미국은 기후 영역에서도 동맹·파트너를 모으고 있다.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연합체는 기후변화화와 관련한 탈탄소 기술 협력을 모색한다. 호주 로위연구소는 "기후변화와 그에 관한 기술은 미중 협력은커녕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취하는 한층 정교한 움직임의 일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하임 이스라엘 연구원은 "기후변화는 단순히 지구를 구하겠다는 문제가 아니다. 기후 전략은 세계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길을 제공한다"며 미중의 기후 대응은 기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자립 및 전환에 필요한 투자, 공급망 관리 등이 달린 문제라고 CNBC에 말했다. 이스라엘 연구원은 향후 수십년에 걸쳐 기후변화의 정치경제적 영향이 커짐에 따라 '기후 전쟁'이 미중 기술 전쟁과 무역 전쟁을 뒤따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 미중 녹색협력 바탕으로 국제사회 모아야…"지금은 대립 뿐" 과거 교토의정서는 미국이 탈퇴하고 중국은 개발도상국이라는 이유로 의무감축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유명무실했다. 파리협약은 미중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국제사회 전체 합의로 판을 키울 수 있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파리협약에 복귀하고 중국도 탄소중립을 자발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지금은 새로운 기후 협력을 모색할 기회다. 미 콜럼비아대 세계에너지정책센터(CGEP)은 미중이 적어도 21세기 중반까지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개념적 약속을 하고 있다며 양국이 정보 공유와 목표 조율을 위한 새로운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미중이 이를 바탕으로 다른 나라들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며 한국, 일본 등 주요 경제국 및 유럽연합(EU)과 공조를 당부했다. 여러 기대에도 미중 녹색협력의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총장은 미중이 다투면서도 공동의 문제에 대한 협력을 계속해야 한다며 "안타깝게도 지금은 대립 뿐"이라고 말했다. 곧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는 세계 최대 배출국인 중국의 시 주석이 불참한다고 알려지면서 다소 김이 빠진 모습이다.

이지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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