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사회일반

[이슈진단④]‘골드 싱글’ 허남준씨의 삶 엿보니…인생 즐길 경제력 있지만 ‘노후 불안’

등록 2014-12-16 11:53:08   최종수정 2016-12-28 13:49:20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1971년생 ‘골드 싱글’ 외식 사업가 허남준씨.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서울 마포 한강 변에서 이탈리안 레스토랑 ‘아이 오 유’를 운영하는 허남준(43)씨.

 미혼인 그는 70대 부모님이 지난여름 휴양을 위해 공기 좋은 경기 양평 별장으로 이사해 ‘1인 가구’가 됐다.

 허씨는 ‘골드 싱글’이다. 서울 성균관대를 나와 미국과 유럽에서 유학한 뒤 귀국해 벤처기업에 다녔던 그는 2005년 한강과 여의도동 63빌딩이 한눈에 들어오는 200평 규모의 부모님 명의의 자택을 개조해 레스토랑으로 만들었다.

 한강 변에서 가장 전망 좋은 레스토랑으로 각 언론 매체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서 각광을 받은 데 힘입어 매일 점심, 저녁 시간 가릴 것 없이 손님이 넘쳐난다.

 30대 중반이던 2007~2008년에는 레스토랑을 찾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에게 발탁돼 CF 모델로 활동하면서 한류스타의 꿈도 키웠지만,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현재 레스토랑 운영에 전념하고 있다. 한 살 터울의 남동생은 15년 전 이미 결혼해 중학생 아들·딸을 뒀다.

 하지만 동생이 자신을 추월한 데 불만을 품고 있지 않다. 오히려 동생이 집안의 대를 이어줘 자신에게 결혼 압력이 집중되지 않게 된 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레스토랑이 쉬는 매주 일요일을 제외하고, 월~토요일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허씨는 런치와 디너 사이의 오후 2~5시 브레이크 타임과 영업이 끝나는 오후 10시30분 이후 자신의 삶을 산다.

 브레이크 타임에는 가까운 용산 롯데시네마를 찾아 홀로 영화를 보기도 하고, 여의도동 IFC몰에 들러 쇼핑도 한다. 영업이 끝난 심야에는 강남 특급호텔 바나 클럽을 찾아 역시 골드 싱글인 친척 형이나 친구들과 어울린다.

 사실 20~30대에는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해 외로워지기도 했지만, 이젠 그럴 겨를도 없다. 사업 때문에 바쁘기도 하지만, 40대에 들어서자 이혼해 ‘돌싱’이 된 친구, 자녀 유학으로 가족과 떨어져 ‘기러기 아빠’가 된 친구, 일에 쫓기다 자신처럼 결혼 적령기를 넘겨 버린 친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각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한때 멀어졌던 초·중·고교 친구들을 그에게 다시 연결해 주고 있다. 돌싱이나 기러기 아빠들은 모두 “네가 부럽다”고 입을 모은다.

associate_pic
【서울=뉴시스】싱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미팅 프로젝트.  (사진=뉴시스DB)
 허씨는 한 달에 한두 차례 일요일이면 골프장에서 가족이나 친지들과 모임을 한다. 모임이 없는 날에는 참여하고 있는 각종 동호회의 ‘정모’나 ‘벙개’가 그를 외로움으로부터 구출해준다.

 20대 젊은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좋아 나가는 이들 모임에서 ‘큰 형님’ 격인 그는 “나잇값을 하겠다”면서 밥이나 간식을 자주 사 인기가 높다. 20대 여성 회원 중 자신에게 호감을 나타내는 경우가 곧잘 있지만, 그냥 웃어넘긴다. 그런 모임에서 남녀 문제가 일어나면 비난이 40대 재력가인 자신에게 쏠린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잃을 것이 많다는 것은 역시 사람을 조심스럽게 하나 보다.

 낯선 이들이 함께 모여서 밥을 먹는다는 ‘소셜 다이닝 모임’이 요즘 허씨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외식 사업가인 탓에 군불만 지피고 있을 뿐이다. 괜히 “가게 홍보하러 온다”는 오해를 사서다.

 요즘은 일요일에도 홀로 영화나 뮤지컬 공연을 본다. 불과 1~2년 전과 달리 혼자 오는 사람들이 많아져 좀 더 당당히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어쩌면 나이를 먹어가면서 뻔뻔해진 덕인지도 모르겠다.

 허씨는 현재 사귀는 여자친구가 없다. 모델로 활동할 때보다 나이도 먹고 살도 쪘지만, 여전히 준수한 외모에 엘리트급 학벌, 번듯한 집안과 재력까지 갖춘 골드 싱글이다 보니 여기저기서 소개팅 제의가 빗발친다. 결혼정보사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곧잘 연락이 온다.

 하지만 당분간 혼자 놀 생각이다. 결혼이 급하지 않아서일까, 아니면 나이가 들어 성욕이 감퇴했기 때문일까. 굳이 여자친구를 만들어 신경을 쓰고 싶지 않다.

 30대에만 해도 여자친구가 없는 상황에서 생일, 밸런타인데이, 화이트데이, 여의도 불꽃축제, 핼러윈데이, 크리스마스이브, 제야 등을 앞두면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그런 ‘대목’에 어떻게 매출을 끌어올릴까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연말 성수기를 마치면 가게 운영을 지배인에게 맡겨놓고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날 생각이다. 국내외 가리지 않는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든 가게 운영을 체크할 수 있어 더욱 편해졌다. ‘싱글’이라는 사실에 가장 감사할 때가 바로 이처럼 아무것도 재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할 때다.

associate_pic
【화천=뉴시스】한윤식 기자 = 골드 싱글들은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여가생활을 즐긴다. 지난 6월15일 강원 화천 평화의 댐과 DMZ 일원에서 열린 제7회 화천 DMZ 랠리 평화자전거 대회에 참가한 동호인들이 모여들고 있다. ysh@newsis.com
 그러나 ‘아내 빼고 다 가진 남자’인 허 씨도 얼마 전부터 마음 한구석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바로 ‘노후’에 대한 걱정 탓이다.

 부모님과 떨어져 있지만, 지금은 매주 토요일 오후에 부모님이 서울에 올라와 함께 지내다 일요일에 양평으로 돌아간다. 하룻밤이지만 의지가 된다. 전화도 있고, 차도 있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오갈 수도 있다.

 문제는 시간이 흘러 부모님이 모두 타계한 뒤다. 언젠가 다가올 그때를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남동생이 있긴 하지만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있어 늙고 병들었을 때 그에게 의지한다는 것이 마음처럼 쉽지 않을 것 같다.

 경기가 불황에도 이미 자리를 잡은 덕에 레스토랑이 호황이어서 물질적인 어려움은 전혀 없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것이 세상이니 마냥 여유를 부릴 수 없다.

 모델 활동을 관둔 뒤 몸 관리를 소홀히 한데다 밤참을 먹는 일이 잦아 몸무게가 부쩍 불었다. “허리둘레와 수명은 반비례한다”는데 관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그래서 요즘은 건강과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높여가고 있다.

 그는 “지금처럼 나 홀로 즐겁게 사는 것이 10년 뒤, 20년 뒤에도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앞으로도 싱글 라이프를 고수할 것이다”면서도 “그러나 그게 훗날 내게 정신적, 육체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여겨지면 싱글 라이프를 청산하고 최대한 빨리 결혼을 할 것이다. 지금은 어째서인지 후자 쪽으로 무게추가 조금씩 기울어져 가고 있다”고 고백했다.

 ace@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최신 포커스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