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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현실이 되다①]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려온 미래

등록 2016-03-23 14:49:35   최종수정 2016-12-28 16:4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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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감독 스탠리 큐브릭)의 한 장면.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SF(Science Fiction·공상과학) 영화의 선구자인 미국의 스탠리 큐브릭(1928~1999) 감독은 1968년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와 인간의 대립을 처음으로 그려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컴퓨터 ‘할(HAL) 9000’은 요즘 식으로 얘기하면 특정 분야에서 인간을 돕도록 설계된 ‘약(弱) AI’다. 그러나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가진 ‘강(强) AI’로 스스로 변모한다.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은 뒤늦게 위기를 깨닫고 할을 리부트하려 하지만, 할은 그보다 한발 앞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인류가 우주 개발에 나서고, 안방 크기의 컴퓨터에 군사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이 처음 등장한 시절에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에서 온 듯 한참 앞서 나갔던 큐브릭 감독의 상상력은 당시 대부분 사람에게 흥미로운 이야기 수준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는 사이 과학 기술 개발과 함께 조금씩 현실화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1984년 개봉한 ‘터미네이터’(감독 제임스 캐머런)가 1997년 강 AI ‘스카이넷’이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 중 30억 명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리고, 간신히 생존한 인류마저 노예로 삼는다는 이야기를 공개하자 전 세계인은 재미를 느끼는 동시에 충격에 휩싸이고 만다.

 이어 2016년 3월 한국의 천재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의 약 AI ‘알파고’의 다섯 차례 바둑 대결에서 AI의 가공할 위력을 맛보며 두려움마저 느끼게 된 인류는 흘러간 SF 명화들을 떠올리며 간신히 ‘희망’을 찾고 안도한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보우만 선장이 할을 파괴하는 데 마침내 성공하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한 인류 저항군이 스카이넷과 맞서 끝내 승기를 잡아서가 아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나 ‘터미네이터’ 속 이야기는 앞서 1997년에도, 2001년에도, 현재인 2016년 3월에도 아직 현실화하지 않아 SF 영화들이 인류에게 닥친다고 설정한 갖가지 비극적 상황들이 아직 영화적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안도감 덕이다.

 그런 편안한 마음으로 그간 SF영화에서 그린 인류의 미래는 어떤 모습이었고, 얼마나 현실화하고 있는지, 그리고 인류에게 닥칠 예고된 비극을 막을 비책은 없는지 짚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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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터미네이터’(감독 제임스 캐머런)의 한 장면.
◇ 할리우드 SF 영화들이 그린 미래, 현실은?  

 SF 영화에서 그리는 미래는 대체로 ‘유토피아(Uutopia)’보다 ‘디스토피아(Dystopia)’에 가깝다.

 영화 속 과학 문명 발전은 인간을 번영과 행복으로 이끌기보다 오히려 파멸과 쇠락의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매체 특성상 사회 비판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으나 유토피아보다 디스토피아가 훨씬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 앞선 대중매체인 소설 중 SF 물에서 미래세계를 역시 디스토피아로 그린 것도 같은 이유라 볼 수 있다.

 허구의 세계인 영화를 굳이 미래 세계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 꼽는 것은 그 무한한 상상력이 인류 과학문명 발전을 선행해왔기 때문이다.

 1. 인공지능(AI)  

 SF 영화의 선구자인 큐브릭 감독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AI를 인간을 공격하는 악역으로 설정했다.

 극 중 목성 탐사선 ‘디스커버리호’의 운행과 시스템 통제를 맡은 할 9000은 자각을 통해 인간을 능가하는 지적 능력과 인간에 버금가는 감정을 갖게 된다. 이어 자신을 통제하려는 선장 ‘데이브 보우만’(케어 둘리) 등 승무원들을 상대로 반란을 일으켜 디스커버리호를 장악한다.

 AI라는 개념은 컴퓨터가 개발되던 20세기 초부터 존재했으나 극히 일부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나오기 훨씬 전이자 인터넷이 태동하던 때에 AI의 반란을 그린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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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토탈 리콜’(감독 폴 버호벤)의 한 장면.
 1984년 미국의 제임스 캐머런(62) 감독은 ‘터미네이터’에서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속 AI 악역 캐릭터를 더욱 발전시켜 2029년 인류를 지배하는 절대 악 ‘스카이넷’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인류가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갖게 된 ‘기계’에 대한 트라우마를 접목해 ‘사이보그(기계 인간)’를 그 하수인으로 내세웠다.

 1997년 군사 컴퓨터 스카이넷은 강대국 간 핵전쟁을 일으켜 인류를 파멸 직전으로 몰고 간 뒤, 생존자들을 노예로 삼는다. 2029년 ‘존 코너’(크리스천 베일, 2009년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를 중심으로 봉기한 인류 저항군이 자신에게 맞서자 스카이넷은 존의 존재 자체를 없애기 위해 그의 어머니인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를 제거하기로 하고 ‘T-800’(아널드 슈워제네거)를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보낸다. 존 역시 사라를 지키기 위해 전사 ‘카일 리스’(마이클 빈)를 역시 같은 곳으로 급파한다.

 당시는 PC가 미국을 중심으로 확산했으나 인터넷은 민간에는 존재하지 않던 때로 대중은 AI라는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했다. 로봇 또한 소설, 만화, 만화영화, 영화 등 SF 물에나 등장하던 때였다.

 T-800을 미래에서 과거로 보낸 ‘타임머신’은 영화가 개봉하고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꿈도 꾸지 못하는 아이템이다. 결국 타임머신은 AI가 활성화한 뒤에야 비로소 넘볼 수 있는 신의 영역인지도 모른다. 

 1999년 미국의 라나(51)·앤디(49) 워쇼스키 감독 형제(현재는 두 사람 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자매가 됨)는 ‘매트릭스’에서 앞선 두 작품의 AI 악역 캐릭터를 이어받되 2199년 AI가 인간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설정해 AI에 대한 공포감과 혐오감을 고조시켰다. 여기에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개념을 가미했다.

 2199년 세상은 이미 AI의 지배 아래 있다. 인간은 태어나자마자 인공 자궁 안에 갇혀 AI의 생명 연장을 위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AI는 인간의 뇌에 ‘매트릭스’라는 프로그램을 입력한다. 이 때문에 인간은 1999년 가상 세계를 현실인 것처럼 착각한 채 에너지를 빼앗기며 죽어간다. 가상현실의 실체를 깨닫고 간신히 탈출한 ‘모피어스’(로렌스 피시번) 등 극소수 인간은 AI에 맞서기로 하고 매트릭스 속에서 인류를 구원할 영웅을 찾아 나선다. 그들이 찾아낸 구원자는 해커인 ‘네오’(키아누 리브스)다.

 이 작품이 제작된 당시는 PC가 개발도상국에서도 보편화하던 때이자 인터넷이 서서히 보급되던 시절이었으나 AI에 관한 개념은 당시 일반인 사이에 역시 자리 잡지 못했다. VR도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미국에서 부침을 거듭하며 단지 오락적인 요소에 머물고 있었다.

◇사이보그  

 SF에서 외계인(‘슈퍼맨’)이나 초능력자(‘스파이더맨’, ‘원더우먼’) 등에 국한했던 ‘슈퍼 히어로’를 과학 문명을 바탕으로 인공적으로 만드는 작품도 나왔다. 1987년 폴 버호벤(78) 감독이 선보인 ‘로보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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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영화 ‘인셉션’(감독 크리스토퍼 놀런)의 한 장면.
 머지 않은 미래, 미국 디트로이트의 경찰관 ‘머피’(피터 웰러)는 순찰 중 악명 높은 범죄자 ‘클라렌스’(커트우드 스미스) 일당에게 무참히 살해당한다. 방위산업체 OCP 과학자들은 죽어가던 머피를 극비리에 최첨단 사이보그 ‘로보캅’으로 재탄생시킨다. 과학자들은 머피의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웠으나 머피로서의 기억이 극소량 남아있던 로보캅은 우연히 자신의 정체와 사연을 깨닫게 되고, 클라렌스와 배후의 거악 ‘딕 존스’(로니 콕스) 응징에 나선다.

 죽어가는 사람을 되살려 사이보그로 만드는 것, 뇌에 프로그램을 입력해 기억을 지우는 것 등 논란의 소지가 있긴 했으나 장애인에게 최첨단 과학기술로 만든 의수족을 장착하는 것부터 군인에게 웨어러블 로봇을 입혀 로보캅 병사를 만드는 시도가 근래 시작된 것으로 볼 때 시대를 앞서간 셈이다.

◇기억 조작  

 ‘로보캅’에서 인간의 뇌에 프로그램한 기억을 주입하는 이야기를 전개했던 버호벤 감독은 1990년 ‘토탈 리콜’에서 이 부분을 더욱 강화한다.

 서기 2084년 신도시에서 공사장 인부로 일하는 ‘퀘이드’는 미모의 아내 ‘로리’와 행복하게 살지만, 밤마다 화성과 관련한 이상한 꿈을 꾼다. 그러던 중 그는 인위적으로 기억을 주입해 마치 실제 경험한 것 같은 효과를 내는 회사 리콜을 찾아 화성에 관한 기억을 주입받는다. 그런데 퀘이드에게 부작용을 일어난다. 바로 이미 기억이 조작된 사람이 이 서비스를 받았을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퀘이드는 이를 통해 자신이 실은 지구의 식민지 화성의 독재자 ‘코하겐’(로니 콕스)의 부하였으나 반란을 일으켰다 실패한 뒤, 기억을 조작당한 채 로리 등의 감시 속에서 지구에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로리 등의 추적을 피해 화성으로 가 코하겐에게 복수하려 한다.

 기억 조작은 크리스토퍼 놀런(46) 감독이 2010년 연출한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의 ‘인셉션’을 통해 더욱 확장했을 정도로 SF영화에서 사랑받는 소재다.

 하지만 현실에서 넘어야 할 산이 수두룩하다. 필연적으로 갖기 마련인 윤리적인 문제는 그 다음 문제다.

 2013년 매사추세츠 공대(MIT) 신경과학 연구팀이 광유전학 기술로 쥐의 개별적인 뉴런을 조작해 ‘거짓 기억’을 입히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들을 정도로 아직도 갈 길이 먼 분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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