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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만 받는 주차장, 영수증은 'NO'…당국 '나 몰라'

등록 2016-03-29 15:45:04   최종수정 2016-12-28 16:4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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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 직장인 민모씨는 민영 노외주차장을 이용하고 주차비로 낼 현금 3000원이 없어 편의점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았다. '주차장은 왜 현금결제만 받는지 모르겠다'며 관할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소관 밖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 학원강사 신모씨는 상가 내 부설주차장 이용요금을 정산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건넸다 주차장 관리인으로부터 '세상에 주차요금을 신용카드로 내는 사람이 누가 있느냐'는 핀잔을 들었다. 억울한 마음에 현금영수증 발행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다.

 행정당국이 유료주차장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방관하는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 몫이 되고 있다. 지난 2014년 연말정산 대란을 경험한 직장인에게 현금영수증 발행은 필수가 됐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제도적 보완이나 정부의 관심은 여전히 미흡하다.

 민간 최종 소비지출 대비 카드승인 금액 비중은 2014년 기준 77.3%. 카드 승인 금액은 2004년 대비 251.92%나 늘어났다. 1000원짜리 한장도 카드결제가 되는 오늘날, 주차장은 딴세상이다.

 ◇현금영수증 발행 안해도 된다?…"전년 소득액 따라"

 국세청에 따르면 주차장 운영업은 소비자에게 재화 또는 용역을 공급하는 소비자 상대 업종에 해당한다.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이 2400만원 이상인 사업자는 소득세법 162조의 3 제1항에 따라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 기한' 내에 반드시 현금영수증가맹점으로 가입해야 한다.

 이에 해당하는 사업자가 현금영수증 발급 요청을 거부하거나 사실과 다른 발급, 소비자 의사에 반한 임의취소 등의 위반 행위를 하면 소비자는 국세청에 신고할 수 있다. 발급거부신고는 현금지급일로부터 5년 이내, 현금거래확인 신청은 현금거래일로부터 3년 이내에 하면 된다.

 신고 방법은 홈택스 홈페이지(www.hometaxs.go.kr) 또는 홈택스 모바일 앱에 로그인해 신고하거나, 사업장 관할 세무서에 거래증명서류를 첨부해 '현금거래 확인신청, 신용카드매출전표, 현금영수증 발급거부 등 신고서'를 제출하면 된다.

 사업장 관할 세무서의 확인 결과 발급의무 위반 사실이 드러나면 미발급액의 20%를 신고자에게 포상금(건당 50만원, 동일인 연간 200만원 한도)으로 지급한다. 신고자가 거래당사자인 경우 3년 이내 신고 시 소득공제 혜택을 부여한다.

 발급의무를 위반한 사업자는 발급거부금액의 5%를 가산세로, 2회 이상 위반 시 발급거부금액의 20%를 과태료(한도 2000만원)로 내야 한다.

 반면,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이 2400만원 미만인 사업자는 현금영수증가맹점 가입 의무가 없기 때문에 소비자의 현금영수증 발급 요청을 거절할 수 있다.

 이 경우 소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기 위해 직접 홈택스 홈페이지나 사업장 관할 세무서에 직접 현금거래확인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현금지급일로부터 3년 이내 신고 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현금영수증가맹점이 아닌 경우) 소비자로부터 현금영수증 발급 거부 신고가 들어오면 해당 업체에 대한 매출누락 혐의 등을 확인한다. 이때 위반사항이 발견되면 소득세와 부과세 등을 고지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가맹점 가입? 지도만…"수수료 때문에"

 국세청장은 주차장 운영업 등 소비자 상대업종 사업자에 대해서 납세관리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2조에 따라 신용카드가맹점으로 가입하도록 지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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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아울러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신용카드가맹점으로 가입하지 아니한 경우 관할 세무서장 또는 지방국세청장은 그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할 수 있다.

 하지만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직전 과세기간 수입금액이 2400만원 이상이더라도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을 세법상 강제하지는 않는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용카드가맹점 가입은 지도 사항일 뿐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 등도 있어 사업자 자율에 맡기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신용카드가맹점인 경우 신용카드 결제 거부 시 해당 금액의 5%를 가산세로 내야 한다. 재차 결제 거부 시에는 가산세 5%와 과태료 20%(한도 2000만원)가 부과된다.

 국세청과 여신금융협회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신용카드 결제 시 가맹점수수료 및 부가가치세 등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행위 등 각종 불법 거래 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다.

 신고 방법은 거래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거래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증빙서류를 첨부해 '홈택스 홈페이지-상담/제보'에 신고 또는 '신용카드매출전표·현금영수증 발급거부 등 신고서'를 작성해 가까운 세무서에 우편으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 포상금은 결제 거부 시 해당 금액의 20%, 수수료·부가가치세 등 웃돈 요구 시 결제 차액(신용카드와 현금거래가액)의 20%를 지급한다. 한도는 건당 50만원, 연간 200만원이다. 단, 결제대상 거래금액이 5000원 미만인 경우는 포상금에서 제외된다.

 ◇부설주차장 운영실태 '깜깜'… 세금 제대로 걷나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주차장은 137만1804개소다. 구체적으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노상주차장 2만8066개소(유료 1만5444개소·무료 1만2621개소), 노외주차장 2만6614개소(공영 1만1173개소·민영 1만5441개소), 부설주차장 131만7124개소다.

 특히 서울에만 주차장 29만9941개소가 운영 중이다. 노상주차장 1만2331개소는 전부 유료다. 노외주차장은 2064개소(공영 776개소·민영 1288개소), 부설주차장은 28만5546개소가 있다.  

 이 통계는 지자체가 주차장법 제3조 '주차장 수급실태의 조사'에 따라 정기적으로 주차장 수급실태를 조사한 현황을 국토부가 취합해 홈페이지에 올린 자료다. 법정통계는 아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주차장은 각 지자체에서 관리하고 운영한다. 국토부는 법령만 다룰 뿐 지자체 업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주차장 관련 문제를 지자체에 떠넘겼다. 

 특별시·도 또는 자치단체는 주차장법에 따라 3년 마다 노상·노외·부설주차장의 소재지, 주차장 규모, 주차요금, 시간대별 주차대수, 관리실태 등의 주차장별 현황을 조사한다.

 서울시 주차계획팀 관계자는 "민영 주차장은 사업자가 시에 통보만 하면 운영할 수 있다"며 "허가제가 아니므로 사업자가 시에 통보를 안 하면 주차장 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부설주차장에 대해선 "(상가, 오피스텔 등) 건물주가 방문객이나 입주자들을 위해 주차장을 운영하는 것"이라며 "건물을 지을 때 법정 주차면 수를 확보했는지, 안전한지 등을 자치구에 확인받기 때문에 사업자가 주차장을 운영하겠다고 별도로 통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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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진은 기사와 무관합니다.
 이어 "사업자가 부설주차장을 유료로 운영하든 현금결제만 받든 지자체에서 규제할 권한은 없다. 사유건물이라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난달 23일 부설주차장 지도점검계획을 수립했다"며 "주차장 운영에 대해선 관여할 수 없지만 주차장 용도 변경 등 기능유지 측면에서 위법 사항이 발견될 때는 행정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단법인 한국주차협회 관계자는 "예전에는 주차장을 운영하려면 지자체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민간 사업자가 땅만 있으면 주차장을 운영할 수 있어 세금탈루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사실상 지자체도 부설주차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하지 않아 유료주차장 현황을 정확히 모르는데, 국세청이라고 세금 신고 등 주차장 운영 실태 파악이 제대로 되고 있을 리 만무하다"고 혀를 찼다.

 게다가 국세청은 잘못된 세법 정보를 주차장 사업자들에게 제공해 혼란을 주고 있다.

 실제 국세청 소득세 담당 A직원은 "(부설주차장의 경우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이 아니라) 현금영수증 발행을 안 해줘도 된다. 그래도 해당 업체에 대한 지속적인 민원이 들어오면 가급적 현금영수증을 발행하라는 행정지도 정도는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소득세 담당 B직원은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과 마찬가지로) 현금영수증을 발급해주지 않으면 발급거부금액의 50%를 과태료로 부과할 수 있다"고 상반된 정보를 제공했다.

 이는 국세청이 그동안 주차장 운영업에 대한 세금 부과에 얼마나 소홀했는지를 방증한다.

 ◇내 주차비는 누구 주머니로?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노상 주차장이나 공영주차장은 시설관리공단과 위탁계약을 맺은 업체 직원이 주차관리인으로 상주하며 주차비 징수 등 전반적인 운영을 맡는다.

 반면 부설주차장은 건물주가 직접 주차장을 운영하거나 사설 주차관리업체에 맡긴다. 이 경우, 주차관리인이 부당한 요금을 징수하거나 중간에서 착복하는 문제가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서울에서 20여 년 간 주차장을 운영한 최모씨는 "주차관리인의 착복은 비일비재하다. 부설주차장에 무인장비시스템을 도입한 뒤 전달 대비 매출이 최소 30% 이상 증가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주차협회 관계자는 "공공 주차장도 마찬가지다. 주차관리인이 평소 휴대폰이나 PDA로 계산하지만 퇴근할 즈음에는 선불로 요금을 받고 정산하지 않는다. 가령 '주차장이 밤 10시에 문을 닫으니 몇천원만 주세요'라는 식으로 담뱃값을 챙기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들이 제도적·법적으로 잡아줘야 주차질서가 확립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관해 서울시 주차관리팀 관계자는 "공공 주차요금을 착복하는 사례가 민원으로 접수되면 교육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확실히 시정 조치하고 있다"며 "민간 업체에 주차장 관리 및 운영을 맡긴 경우 계약서상 시정 조치를 몇 회 이상 받으면 일정기간 운영을 금지하거나 계약해지가 가능하도록 규정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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