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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정, 그러고보니 유독 영화만했네…또래 여우들과 달리

등록 2016-04-10 14:11:30   최종수정 2016-12-28 16: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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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지금은 갈 수 없는 시대를 연기했다. 어떤 시대 속에 들어가서 연기하는 것은 배우한테 흥미롭고 귀한 경험이다." 영화 '시간 이탈자'의 임수정(37)은 이 같이 말했다.

 13일 개봉하는 '시간이탈자'는 결혼을 앞둔 1983년의 남자(조정석)와 강력계 형사인 2015년의 남자(이진욱)가 우연히 서로의 꿈을 통해 사랑하는 여자(임수정)의 죽음을 목격하고, 그녀를 구하기 위해 간절한 사투를 벌이는 감성추적 스릴러다.

 '엽기적인 그녀'(2001) '클래식'(2003)을 연출한 곽재용(56) 감독의 오랜만의 복귀작이다. 임수정은 조정석(36), 이진욱(35)과 각각 짝을 이뤄 1인2역을 소화했다. 1983년의 '윤정'과 2015년의 '소은' 역을 연기했다.

 임수정은 "이야기의 힘에 끌려 출연을 결정했다"고 했다. "2014년 여름에 시나리오를 봤는데, 남자 배우들이 캐스팅되어 있었다. 내가 맡은 캐릭터가 사건의 중심 인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동기 부여의 역할이기도 하다. 단박에 읽힐 정도로 시나리오가 재미있어서 참여하겠다고 했다. 사건을 추적하는 게 영화의 전체적인 맥락이었다. 중심 이야기 위주로 편집을 하다보니까 요즘 드물게 2시간 안으로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러닝타임이 1시간50분 정도 된다."

 -어떤 점이 재밌었는지.

 "꿈을 통해서 시간을 왔다갔다 한다는 설정과 사건을 추적해가는, 결국엔 진짜 범인을 찾아가는 스릴러적인 요소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이 있었던 것 같다. 여성 캐릭터가 분량을 떠나서 사랑, 멜로,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크게 다가왔다. 요즘에는 사실 멜로 영화라고 하는 것이 제작될 확률이 적을 뿐만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해도 관객의 지지를 받는 경우가 드물다. 영화 속에서 멜로 감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컸다. 전체적으로는 스릴러 장르에 적합한 이야기가 흘러가니깐 당시에 그게 매력이었던 것 같다."

 -작품 선택 기준은.

 "대본이 재밌으면 선택한다. 시나리오가 읽히는 집중도 같은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함께 하는 사람들, 만드는 사람들, 내가 작품에서 해야 하는 역할 등도 생각한다. 때에 따라서는 캐릭터에 중점을 두는 데, 더 중요시하는 것은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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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2013) '시그널'(2016) 등 타임슬립을 소재로 한 판타지 멜로가 많은 인기를 끌었다.

 "현실적인 이야기인 듯 싶지만, 사실 판타지 장르다. 과거로 돌아가서 무언가를 바꾸려는 것, 이런 유의 이야기가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종종 등장하고 있다. 영화, 드라마를 넘나들면서 많이 제작되고 있으니 한국 관객들도 이런 소재에 어색함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 판타지 요소로 재미있게 하면서도 리얼리티를 끌어내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관객들이 좋아하는 하나의 장르로 잡아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정석·이진욱과의 호흡이 어땠는지.  

 "조정석, 이진욱이 다들 나와 한 살, 두 살씩 차이가 났다. 그래서 형제간의 우애처럼 동년배 같은 느낌으로 촬영했던 것 같다. 일단 기본적으로 인성과 배우로서의 태도가 되어 있었다. 감독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뿐만 아니라 전 스태프에게도 친절하고 배려심이 넘치고 너무 잘 해줬다. 진짜 많이 뛰어다니고 뒹굴고 액션 신이 많았는데 현장에서 만날 웃고 있었다. 좋은 배우들이기도 하지만 좋은 사람들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좋은 기운들을 받았다. 둘 다 진지하면서도 유쾌하다. 그런 부분이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해줬다."

 -1983년을 사는 여인을 연기한 느낌은.

 "그 시대를 제대로 경험한 것은 아니니까 설레고 좋았다. 미술과 의상, 교실과 의자 이런 것들도 아날로그 정서를 느끼게 만들었다. 옛날 생각이 새록새록 났다."

 -1980년대 여성과 2015년 여성은 어떤 점에서 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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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를 사는 여성이 뭔가 더 주체적으로 자기 삶이나 일을 끌어가려고 하는게 더 많이 있었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가 많아진 게 요즘의 현실이기도 하다. 더 솔직하게 사랑을 표현하고, 자기를 꺼내놓는 게 달라진 점인 것 같다. 아쉽게도 두 여성을 비교해서 많은 것을 담을 수 없는 영화였지만, 대사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 1983년의 '윤정'은 웨딩드레스도 신랑이 미리 보면 안 된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어디 그러느냐. 같이 가야된다고 하면서 시간을 빼라고 하지 않느냐. 또 남자가 '보고싶다'고 하면 '만나요'하면서 솔직하게 반응한다는 게 예전 여성과 다른 것 같다."

 -1인 2역 고충은.

 "1인 2역이다보니 서로 다른 느낌을 확고하게 줘야 되지 않을까 싶었다. 감독이 '너무 크게 다르지 않게, 같은 듯 표현하라'고 주문했다. 영원한 사랑에 대한 감성을 강조하고 싶어했다. 그 감성이 약간 여성적인 로망인 것 같다. 고전적인 감성이기는 하지만, 사랑은 인류역사상 봤을 때 계속 공감할 수 있는 소재다. 감독이 캐릭터에 대해 확고한 생각이 있어서 1인2역에 대한 부담을 덜고 편안하게 몰입할 수 있었다."

 -본인도 영원한 사랑에 대한 로망이 있는지.

 "영원한 사랑까지는 아니더라도 내내 사랑하는 감정을 갖고 있는 환경이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연인이 됐든, 나중에 가정을 꾸려서든 말이다. 또 일터에서도 사랑을 많이 느꼈으면 좋겠다. 이번 영화에서는 팀워크가 너무 좋았다. 감독이 영화적 경험, 관록이 많이 있어서 감독의 리더십으로 모두가 똘똘 뭉쳤다. 현장이 화기애애했다. 감독의 사랑도 받고, 두 남자배우의 사랑도 받고 스태프들도 사랑해주니까 행복하게 촬영을 마무리했던 것 같다."

 -앞으로 꼭 해보고 싶은 장르나 역할은.

 "시대극에 꼭 참여해보고 싶다. 한국 영화에서 시대극들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줄줄이 있다. 관객으로서도 기대되고 궁금하면서도 나도 기회가 된다면 그런 작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참여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욕심인 듯도 싶은데 시대를 아우르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과거도 가보고, 미래도 가보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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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자들을 인터뷰해보면 많이들 '배우는 기다리는 직업'이라고 한다. 욕심이 나는 캐릭터나 작품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찾아다닌 적은 없는지.

 "그렇게까지는 못한다. 확실히 기다리는 게 맞다. 그래도 어떤 소식들이 들려오면 귀기울이기는 한다. 결국에는 제안이 왔을 때 아니면 할리우드 배우들처럼 오디션을 한다면 나는 오디션이라도 보겠다. 만약에 오디션을 한다면 '나도 봐도 되나요?'라고 묻겠다. 그러면 그들이 부담스러워하면서 '그러지 마세요. 수정씨' 하겠지만 그런 시스템이 도입되면 좋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있는 유명한 배우든, 신인 배우든 동등하게 오디션으로 캐스팅되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하면 신인 배우들한테 미안한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그렇게 하는게 더 공정하지 않을까 싶다.  

 -"할리우드에서 하는 그 시스템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연기를 잘해서 이겨야 되기는 하지만, 조금씩 변화되고 있으니까 언젠가는 그런 기회가 오지 않을까 싶다."

 -드라마에 출연할 생각도 있는지.

 "사실 드라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어떻게 보면 용기를 못 냈다. 2004년 KBS 2TV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로 영화만 쭉 해왔다. 한국 영화를 좋아하고, 계속 한국 영화에서 좋은 배우, 활약할 수 있는 일원이고 싶다. 드라마도 배우가 연기를 무한대로 펼칠 수 있는 좋은 무대다. 용기를 좀 못 냈던 것은 제작환경이 많이 빡빡했기 때문이다. 요즘 보면 100% 사전제작, 반사전제작으로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 저러면 나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기회가 오면 하고 싶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소한 재미를 느끼고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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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말부터 시작했다. 소소 이상의 재미가 있더라. 그 전에는 아예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 활동을 안했다.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소통하는 재미가 분명히 있다. 10년, 15년 이상 된 팬들이 좋아해주니까 좋고, 나를 잘 모르던 대중들도 나의 취향이나 생각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좋다."

 -인스크그램에서 민낯 셀카와 화장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발언이 화제가 됐다.

 "오늘은 조금만 하고 왔다. 기자 만나는 데 그냥 오면 '집에서 바로 나온 거 아니냐'라고 할 것 같아서. (웃음) 간단히 하고 왔다. 일이나 공식일정이 아니고 개인 일상생활에서는 아무리 어떤 지인들을 만나도 거의 화장을 안 한다."

 -연기의 매력은.

 "'배우'란 직업은 나에게 잘 맞는 일인 것 같다.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창의적으로 나를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크더라. 누군가는 글로써 그림으로써 또는 무용하는 몸으로써 표현한다. 나는 영상화면 안에서 연기로써 표현하는데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그게 담겨진다. 캐릭터를 통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게 감사하다. 이런 것을 하지 못하고 눌려 있었으면 불행했을 것 같다.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게 행복하고, 여전히 그런 사람들과 모여서 영화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 배우를 하는 게 맞는 거였나 보다. 시간이 가면서 더 느껴진다."

 -배우로서의 목표는.

 "여배우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상업영화인데 역할이 분담되어 있으면 그것도 참여하고, 저예산 영화이지만 감정에 집중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면 또 참여할 생각이다. 그 균형을 맞추면서 활동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상업영화 안에서만 계속 찾는 게 점점 어려워질테고, 동년배나 또래 여배우에 비하면 나만 유독 영화만 했고 드라마에는 왕래하지 않았다. 앞으로 영화든 드라마든 자주 왕래하면서 대중들한테 나를 보여주는 것이 배우로서 해야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배우로 기억되고 싶은지.

 "신인일 때도 그랬고, 20대 중반일 때도, 지금도 마찬가지다. 바라는 것은 딱 하나다. 연기 잘 하는 배우다. 50살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배우를 하는 시간동안은 모두가 엄지 손가락을 드는 하나의 작품이라도 남기면 배우로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스코어, 평단, 대중의 좋은 평가, 이 3박자가 다 갖춰진 하나의 작품만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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