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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급물살①]떨고 있는 조선·해운업

등록 2016-04-22 11:18:30   최종수정 2016-12-28 16:5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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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까지 몰아치고 있는 주요산업 구조조정 파장과 관련 업종별 현황과 바람직한 방향 등에 대해 3차례로 나눠 정리합니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에서도 기업 구조조정에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면서 이른바 한계기업들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 등 위기업종에 구조조정 회오리가 불어 닥칠 전망이다.

 ◇해운업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직전까지 해운 시황은 6년여간 장기 호황을 누렸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물동량은 늘어나고 운임은 지속해서 올라 배를 많이 가진 해운업체들이 돈을 쓸어 담았다. 이 때문에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우리 국적 컨테이너선사들도 대형 선박을 빌려가며 해상 운송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인한 세계 금융위기 발발로 물동량이 많이 감소하고 세계 경기가 침체기로 접어들면서 선박 공급과잉 현상이 빚어졌다. 급락한 운임은 선박을 빌리기 위해 지급하는 비용, 즉 용선료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고액의 용선료를 비롯한 각종 비용에 허덕이고 있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수년전부터 자산 매각 등으로 경영정상화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장기적인 시장 침체로 경영난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양사가 법정관리로 들어갈 경우 세계 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재편 과정에서 소외돼 세계 해운시장에서 사실상 퇴출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고조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2013년 말부터 자구안을 마련, 현대로지스틱스와 현대증권 등 알짜 계열사와 자산을 매각하며 구조조정을 해왔다. 지난달에는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국민은행·하나은행·우리은행·신용보증기금 등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고 올 상반기 안에 경영정상화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상선은 이달 중 영국·싱가포르 등지의 해외 선사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을 마친 후 6월께 채무 재조정을 위한 사채권자집회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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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정부 안팎에서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출자전환 후 현대상선 최대주주로 등극한 뒤 법정관리를 신청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자구노력을 통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현정은 회장 등 현대그룹 오너일가는 초조해하고 있다. 

 한진해운도 경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2013년 12월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을 맺고 총 2조3500억원 안팎의 재무개선 성과를 냈다.

 한진해운은 그동안 벌크 전용선 사업부,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부산 신항만 터미널 지분, 광양터미널 지분, 영국 런던 사옥, 한진 상표권 등을 매각하며 자구노력을 해왔다. 노후 선박 폐쇄와 인건비 절감 등 비용 감축 방안도 추진 중이다.

 모그룹인 한진그룹 역시 한진해운 살리기에 '올인'했다. 한진그룹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빌려준 2200억원을 같은 금액의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사채(신종자본증권)로 전환하며 재무부담을 덜어줬다.

 한진그룹이 이처럼 육·해·공 물류사업을 유지하기 위해 한진해운 살리기에 주력하고 있지만, 정부는 한진해운에도 구조조정 압박을 강화하는 모양새다. 현대상선처럼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하는 방안도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말에는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을 만나 경영권 반납 등을 포함한 고강도 자구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진해운 역시 초조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정부의 압박이 강해지고 있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정면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 대규모 부채를 진 산업은행 등에 불만을 드러내면 불이익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사의 처지를 대변하는 한국선주협회는 전략산업인 해운산업을 지키기 위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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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주협회는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회,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산업은행 등에 보낸 건의서에서 "우리나라 수출입물량의 99% 이상을 수송하고 있는 국가 전략산업이자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양대 컨테이너선사들이 유동성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와 정책금융기관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업계

 국내 조선업계는 무리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대규모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가 수주 공세에도 직면, 위기에 놓였다. 세계 경기 불황과 이에 따른 물동량 감소 속에 선박 발주도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인 선박 공급 과잉 여파로 신규 발주는 줄어들었으나, 2017년 선박 발주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컨테이너선 수주 잔고가 쌓여있는 가운데 대다수 대형선사들이 이미 컨테이너선을 발주한 상황이라 추가 발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처럼 수요는 줄어드는데 중국 조선업체들의 가격 공세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중국 조선업체들의 저가 공세는 공급과잉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가 연료소비효율과 내구성 등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중국산 선박의 가격은 국산보다 5∼20% 저렴하다. 기술 격차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중소형 조선업체들은 중국 조선업체들과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심각한 일감 부족에 직면했다.

 올해 1분기 국내 업체들의 선박 수주 실적은 2001년 4분기 이후 약 1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77척, 232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했다. 이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물량은 8척(17만1000CGT)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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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업체들의 분기 수주실적이 20만CGT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1년 4분기(9척·16만5000CGT) 이후 15년만이다.

 이에 따라 선박수주 잔량도 12년만에 최저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올 3월 말 현재 국내 조선업계의 선박 수주잔량은 2759만CGT(688척)으로 지난 2004년 3월(2752만CGT) 이후 가장 적다. 

 이는 앞으로 1∼2년치 일감에 불과해 수주 부진이 지속되면 문을 닫는 조선소가 속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노조가 조선소가 자리 잡은 경남 거제를 '고용 위기 지역'으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에 따라 조선업계는 지난해에 이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해 11월 모든 계열사들이 긴축경영체제로 전환하도록 했다. 그룹 전 계열사 사장단이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직급에 따라 최대 50%를 반납했다. 조선 관련 계열사 부서장들도 급여 10%를 반납했다.

 현대중공업은 보유 유가증권도 계속 매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포스코·현대자동차 지분뿐만 아니라 자사주까지 매각해 자금을 마련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그룹 역량을 핵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현대종합상사를 계열 분리하기도 했다. 풍력기어박스를 생산하는 독일 야케와 건설장비 엔진을 생산하는 현대커민스 등 자회사는 청산할 계획이다. 

 게다가 현대중공업에선 최대 3000명을 줄이는 인력 감축 계획을 이달말께 발표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태다.

 삼성중공업은 상시적인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감축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도 화성 소재 공장과 건물을 매각하고 최근 경남 거제 조선소 기숙사 용도로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 300여채까지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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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 등 채권은행과 합의한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을 이행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접수를 병행하면서 임원 30%를 감원했다. 자회사 FLC 매각, 화인베스틸 지분 매각, 신문로 빌딩 매각, 두산엔진 지분 매각 등으로 약 600억원을 확보했으며 현재 서울 중구 다동 본사 사옥과 당산동 사옥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캐나다 현지 풍력발전 자회사인 트렌튼(Trenton) 현지 공장을 매각하는 방안 역시 추진하고 있다.

 한진중공업은 현재 회계법인으로부터 실사를 받고 있으며 4월 말께 채권단과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진중공업은 자율협약 체결을 앞두고 사무직 직원들부터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한진중공업이 보유한 동서울터미널 토지와 건물, 인천 북항 부지 등은 매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부산 영도조선소의 인력과 생산규모를 줄이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조선업 구조조정 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자 업계는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나서서 조선업 구조조정을 지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지만, 기업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등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구조조정 최적기로 꼽히는 총선 직후인 현 시점에서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삼성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일각에선 조선사별로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시행하는 데다가 세계 조선업 경기를 속단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서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관치경제의 산물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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