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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브레인 "이젠 20년차, 중년펑크 기대하세요"

등록 2016-04-28 10:38:05   최종수정 2016-12-28 16: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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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왼쪽부터 기타 정민준, 보컬 이성우, 드럼 황현성, 베이스 정우용(사진=록스타뮤직앤라이브)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펑크 록 밴드 ‘노브레인’이 올해로 결성 20주년을 맞았다. 홍대 인디 신의 역사로 통한다. 1995년 4월5일 홍대 앞 클럽 ‘드럭’이 한국인디의 태동지다.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밴드 ‘너바나’의 프런트맨 커트 코베인(1967~1994)의 1주기 추모공연이 신호탄이 됐다.

 노브레인은 1996년 이 드럭을 기반으로 결성됐다. ‘말 달리자’의 ‘크라잉넛’과 펑크계의 쌍벽을 이뤄왔다. 5년 만인 28일 발표한 ‘브레인리스(BRAINLESS)’는 제목에서부터 초심의 기운이 쩌렁쩌렁하다. 본래 제목은 ‘무뇌(無腦)’였다. 팀 이름 노브레인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된다.

 데뷔 당시 새빨간 머리로 폭발적인 에너지를 자랑한 보컬 이성우(40)는 “초심으로 생각해주는 분들이 많다”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예전 앨범을 좋아한 팬들의 갈증이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 펑크’의 포문을 연 노브레인은 1997년 드럭에서 활동한 밴드들의 옴니서브 앨범 ‘아워네이션’ 2집으로 첫 음반을 냈다. 2000년 마침내 1집 ‘청년폭도맹진가’로 활화산 같은 펑크의 에너지를 불태웠다. 

 어느덧 20년차 밴드가 된 노브레인은 나이에 걸맞은 ‘중년 펑크’를 선보인다. 이성우, 드럼 황현성(38), 기타 정민준(36), 베이스 정우용(34) 등 네 멤버의 평균 나이는 만 37세. 자기고백과 인생의 희로애락, 건강한 비판으로 뒤범벅이 된 펑크는 젊은 날의 펑크의 날카로움 대신 노련함을 장착했다. 황현성은 “우리가 대한민국 중년 남자로서 5년 동안 절실하게 느낀 것을 담았다”고 소개했다.  

 한바탕 달리는 펑크 사운드로 인트로에 제 격인 첫 트랙 ‘브레인리스’를 시작으로 언론을 비판하는 ‘빅 포니 쇼(Big Phony Show)’, 인터넷의 익명성에 대해 비판을 가하는 ‘킬 유어셀프(Kill Yourself)’는 으르렁대는 사운드를 과시한다.  

 청춘과 록을 노래하는 쉽고 편한 사운드의 타이틀곡 ‘내 가죽잠바’을 거치면 더 이상 땀과 노력만으로 되지 않는 ‘금수저 시대’에 대한 비판을 담은 묵직한 ‘애니웨이(Anyway)’로 장르의 롤러코스터를 선사한다.

 노브레인 6집 ‘하이 텐션’에 수록된 동명곡의 2016 버전으로 기타 리프의 질주감 대신 피처링한 래퍼 제이통의 기운으로 리듬감이 강조된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도 귓가를 감돈다. 줄어만 가는 일자리와 늘어만 가는 세금이 만들어낸 현시대의 각박함을 표현한 ‘하루살이’, 아이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어른들에게 반기를 드는 ‘무슨 벼슬이냐’는 펑크의 기운이 들끓는다. 청춘을 노래하며 열정을 뿜어내던 노브레인이 이제는 어느덧 중년이 된 자기 자신들을 노래한 블루스 ‘위스키 블루스’는 위로의 피날레다.

 총 11곡은 장르, 메시지, 전개가 모두 다르지만 통일감이 든다. 정민준은 “긴 싱글처럼 들렸으면 했다”고 말했다. ‘킬 유어셀프’, ‘애니웨이’, ‘엄마 난 이 세상이 무서워’, ‘무슨 벼슬이냐’ 등은 반사회적 가사, 욕설, 저속한 표현 등의 이유로 지상파 3사 불가판정을 받기도 했다.

 노브레인은 모두를 절망에 빠뜨린 IMF의 한가운데서 우뚝 솟아났다. 그런데 멤버들 모두 지금이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우는 “우리가 20대 때는 꿈을 꿀 수 있었고,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꿈 꿀 여유조차 없는 듯하다”고 봤다.

 황현성은 “전 세대에 걸쳐 체감할 수 있는 고통에 접어든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조선업에서 보듯 큰 규모의 경제부터 이념과 세대를  떠나서 다 어렵다”는 것이다. “이번 앨범에는 펑크 로커로서 느낀 것보다는 한국 남자로서 느낀 것을 써내려갔다. 결론이 무엇일까 고민했는데 결국 답을 못 찾았다. 하지만 물음표보다는 마침표를 찍고 싶었다. 브레인리스라는 것으로 그 마침표를 찍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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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노브레인 정규 7집 '브레인리스' 커버(사진=록스타뮤직앤라이브) 
 정민준은 “‘뉴 올드 노브레인’이다. 젊음을 부르짖은 밴드가 혼란스러운 나이가 됐는데 그걸 굳이 감추고 싶지 않았다. 패배주의나 슬프게 보일 수 있는데 때로는 꾹 참는 것보다 펑펑 우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앞서 노브레인은 ‘2013 서울국제뮤직페어’를 통해 팝 슈퍼스타 마돈나, 뉴욕 펑크록의 전설 ‘라몬즈’ 등을 발굴한 세계적인 음반제작자 시모어 스타인을 통해 해외 진출의 포문을 열었다. 북미 등에서 공연하며 해외 데뷔 음반 녹음을 진행해왔다.

 정민준은 “해외에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이 많았다”며 “여러가지를 느끼고 받은 에너지들을 함축해서 빵 터뜨린 것이 이번 앨범”이라고 말했다. “해외를 돌아다녀도 혼란스런 시대가 보이더라. 이 시대에 계산을 하기 보다 우리 마음 속에 있는 이야기를 여과 없이 털어놓고자 했다.”  

 노브레인의 원년 멤버는 이성우와 황현성. 10년 전 정민준과 정우용이 합류, 지금을 꼴을 갖춘 이후 변함 없이 탄탄한 팀워크를 자랑해왔다. 정우용은 “고등학교 때 노브레인과 크라잉넛의 음악을 듣고 한국에도 이런 팀들이 있구나 생각했는데 내가 그 팀에서 연주를 하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했다. 정민준은 “원래 이렇게 될 운명 같다”고 웃었다.  

 노브레인은 메인스트림 속에서도 인디 정신을 잃지 않는 균형감각을 지니고 있다. 지난 23일 KBS 2TV ‘불후의 명곡 - 봄 특집 편’에서 최성수의 ‘풀잎사랑’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펑크록 감각이 가득한 이 곡은 다른 팀들과 색다른 기운을 전하며 청중을 사로잡았다. 열악한 방송 환경에서도 그들의 사운드는 명쾌하게 들렸다. 방송도 홍대 클럽 대하듯 펼쳤다. 이성우는 “재미있게 즐기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언제 어디서든 억지로 하면 보기가 좋지 않다”고 했다.  

 노브레인은 멤버들이 스스로 인정하듯, 종종 펑크 바깥으로 외도를 한 팀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전 멤버인 기타리스트 차승우가 팀에서 빠진 뒤 발표한 정규 3집 ‘안녕, 메리 포핀스’는 네오 펑크 장르로 듣기 편안한 앨범이었다. 이후 6집까지 멜로디컬한 흐름이 이어져왔다. 황현성은 “솔직히 우리도 저항심이 없을 때가 있다. ‘펑크는 저항인데 왜 희망만 노래하냐’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억지로 저항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외도가 “부끄럽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난 5년 동안 노브레인은 그 어느 젊은 펑크 밴드보다 모험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보컬 이성우가 아닌 황현성을 앞세운 ‘병풍탈출프로젝트’를 시도했고, 영원한 라이벌 크라잉넛과의 스플릿앨범 ‘96’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성우는 “누군가 저항을 원한다고 억지로 끄집어내고 싶지는 않았다”며 “초심을 잃었다, 변했다 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것을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노브레인의 마침표를 찍고 다시 노브레인이 되는 거지.”

 노브레인은 홍대 클럽데인인 29일 오후 10시 하나투어 브이홀에서 쇼케이스를 연다. 연말에는 지난 20년간을 총집대성한 생일 파티도 준비하고 있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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